나의 김장

by 김해경

잘 절어져

다소곳해진

배추에게

각가지 양념으로

옷을

입힌다.


사랑, 희락, 화평, 오래 참음, 자비, 양선, 충성, 온유, 절제

각가지 양념으로

예쁘게 단장하여

천국 식탁에

올리기 위해


아직도

'내 잘 났소'로

시퍼렇게 살아

퍼뜩 대는

나에게


소금을 한 움큼 쥔

그분의 손과

안타까워하시는

그분의 마음이

보여


잘 절여진 배추 위에

괜스레

겹겹이

양념을

덧칠하고 있는


내가

살아있는

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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