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바람이
휘몰아치던 날
북극의 얼음 길이 잠시 이곳으로 소풍을 왔다.
소풍은
즐거운 일
아파트의 모든 아이들이 소풍에 초대되었다.
아빠가 끌고
엄마가 뒤에서 미는
썰매 열차들
북극의 얼음 소풍길은
팀플레이를 원한다.
혼자 플라스틱 썰매를 들고 나온 아이는
시무룩한 표정을 짓더니만
빨리 아파트 구멍으로 들어가
겨울잠 자던 아빠를 끌고 나온다
부스스한 머리카락에
잔뜩 잠을 달고 나온 사내는
줄지어 달리는 썰매 열차를 보더니만
방금 깨어난 북극곰처럼
눈바람에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온 눈을 부라리며
얼음길로 내닫는다
새끼를 기쁘게 하기 위해.
아파트 숲 속
북극 얼음 소풍길에는
흩날리는 눈 연기를 내뿜는
썰매 열차의 기적 소리로
요란하다
이층 창가에서
빛바랜 입장표를 만지작거리던
나는
썰매 열차들
저만치
앞서 가
꺼지지 않는
파란 신호등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