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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 욕심

by 가치지기

한국인들은 유독 ‘자리’에 대한 욕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예전 대학 도서관에서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개인 물건을 쌓아두고 마치 전세를 내듯 독점하는 일이 흔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메뚜기족’이라는 말을 낳기도 했습니다. 자리를 맡아 둔 사람들 때문에 빈자리를 찾지 못한 학생들은 도서관을 이리저리 떠돌아야 했습니다. 결국 공부를 위해 찾은 공간에서 본질적인 목적보다 ‘좋은 자리 찾기’에 더 많은 신경을 쓰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직장에서도 자리 문제는 예민한 갈등을 일으키곤 합니다. 창가 자리냐, 출입문과 가까운 자리냐, 팀장과 가까운 자리냐에 따라 누군가는 만족하고, 또 누군가는 불만을 갖게 됩니다. 단순한 공간 배치처럼 보이지만, 이 자리들은 때때로 조직 내 위계와 상징성을 띠며, 사람들의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좋은 자리에 앉으면 인정받는 듯한 기분이 들고, 그렇지 못하면 소외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렇듯 회사에서도, 학교에서도, 심지어 작은 모임에서도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경쟁은 끊이지 않습니다. 이는 단순한 공간에 대한 욕심이 아니라,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정말 중요한 것은 ‘그 자리에 앉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걸맞은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사마천의 『사기』에는 “자리보다 중요한 것은 그 자리에 걸맞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 말처럼 우리는 단순히 높은 자리,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보다, 그 자리를 맡기에 충분한 역량과 인격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자리 욕심이 클수록 마음의 여유는 줄어듭니다. 더 높은 자리, 더 좋은 자리를 원하다 보면 현재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놓치기 쉽습니다. 도서관에서 가장 좋은 자리에 앉아도 공부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고, 회사에서 최고의 자리를 차지해도 성과를 내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자리를 얻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자리에서 무엇을 하느냐입니다.


우리는 종종 본질이 아닌 것에 연연하며 시간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결국 남는 것은 자리 자체가 아니라, 그 자리에서 우리가 남긴 흔적과 성취입니다. 자리를 차지하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어떤 자리에서든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자리 자체를 탐하기보다는, 자신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의미 있는 일에 마음을 기울였으면 합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성장시키다 보면, 언젠가 우리는 자연스럽게 가장 빛나는 자리에 앉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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