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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옥토

by 가치지기

마음의 옥토


바람도 쉬어가지 않는

버려진 메마른 들판 아래,

엉켜 잠든 것들이 있다.


자잘한 욕심의 조약돌,

날 선 두려움의 파편,

움켜쥔 고집의 바윗 덩이들.


어느 날

농부의 거친 손길,

쟁기의 날 선 결이

오랜 침묵을 가른다.


솎아내지 않으면

나오려 하지 않던

마음의 파편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뒤집히는 고통,

들춰지는 부끄러움이 있어야

비로소 흙은 부드러워진다.


비워낸 자리에

바람이 살며시 다가와

눈물 자국을 닦아주고,


상처 난 틈마다

촉촉한 빗물이 스며들 때,

그제야 생명이 숨을 쉰다.


아픔이 굳어진 돌들이 버려져야,

비워진 마음에서만

생명은 뿌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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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음의 옥토〉를 쓰며

"비워낸 마음에 생명이 자랍니다.



우리는 살아가며 마음속에 거친 돌을 하나씩 품습니다.
자잘한 욕심, 날 선 두려움, 움켜쥔 고집들.
그 돌들이 쌓여 어느새 마음은 메말라가고,
아무것도 스며들지 않는 단단한 땅이 되어버리곤 합니다.

그러나 삶은 어느 날, 조용히 우리를 갈아엎습니다.
고통과 상처를 드러내는 날들,
비워내고 정돈하는 그 시간 속에서야
비로소 생명은 다시 피어납니다.

이 시는 그런 내면의 변화와 회복의 과정을 담았습니다.
'마음의 옥토'라는 제목처럼,
아픔과 뒤집힘 끝에 부드러워진 마음밭에서
새싹 하나가 조용히 뿌리내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이 시가 지금 마음이 지친 누군가에게

조용히 스며드는 바람,

따뜻한 한 줄기 빗물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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