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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이성적 과열 시대,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by 가치지기

우리는 좋은 시절에 태어나 좋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AI, 드론, 로봇—어린 시절 만화에서나 보던 기술들이 현실 속에 하나둘 등장하고 있으며,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돈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고 원하는 것은 얼마든지 즐길 수 있습니다. 과거 로마 황제도 누리지 못했던 화려한 삶이 이제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가능해졌습니다.


그러나 과학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동안, 정치와 문화는 되레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독재자들이 다시 등장하고 있으며, 비리와 부패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삶의 질은 기대만큼 나아지지 않고 있으며, 2차 세계대전과 같은 참혹한 역사를 직접 목격한 세대들이 점차 사라지는 가운데, 전쟁의 소식은 다시금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 구약성경에서 가나안 땅에 정착한 이스라엘 백성이 몇 세대가 지나자마자 하나님을 잊고 이방 신을 섬기기 시작했던 말씀이 떠오릅니다. 역사는 반복되고 있지만, 우리가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공상과학영화 속에서는 발달된 과학 문명만큼이나 합리적이고 현명한 지도자들이 등장합니다. 미래 사회의 정치인들은 협의체를 구성하고 논리적인 토론을 거쳐 중요한 결정을 내립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오히려 과거보다 정치 수준이 낮아지고 있으며, 때로는 희극적인 장면까지 연출되고 있습니다. 지도자들은 이성을 잃은 채 감정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으며, 대중은 즉각적인 감정적 반응으로 그들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비이성적 태도가 상식이 되어가는 시대,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에서도 이러한 모습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경제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SNS에서 한 사람이 내뱉은 말 한마디로 주가가 급등하고 급락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아무리 고급 정보를 가지고 있어도 시장을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고 있습니다. ‘비이성적 과열’이라는 단어는 경제학에서 주식시장과 부동산 거품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개념입니다. 기대감만으로 가격이 치솟고 있으며, 기대감이 깨지는 순간 거품은 빠르게 꺼지고 있습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1996년 연설에서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며, 시장이 비논리적인 낙관론에 빠져 있을 때 발생하는 위험성을 경고했습니다. 당시 닷컴 버블이 형성되던 시기였으며, 결국 2000년대 초반 IT 버블 붕괴로 이어졌습니다. 지금의 경제 상황도 그때와 다르지 않습니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더욱 비이성적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집단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다수의 움직임이 옳다는 착각 속에서 '비상식'이 '상식'이 되어버리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더욱 부채질하는 것이 언론과 SNS입니다. 거짓 정보라도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극단적인 주장일수록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언론은 대중이 사고하는 방식을 조종한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정보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지만, 진실을 찾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이 곧 진실이라는 착각 속에서 우리는 중요한 가치를 놓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문제는 직장 문화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겉으로는 '가치 중심의 목표'를 내세우지만, 결국 조직 구성원들은 자신의 안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라는 개념이 등장했습니다. 직장인들이 최소한의 업무만 수행하며 회사에 대한 애정 없이 하루하루 버티는 현상을 뜻합니다. 개인의 안일함과 조직의 무책임함이 맞물려 사회 전반적인 생산성과 도덕성이 약화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비이성적 과열 시대를 우리는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요?


무엇보다도 비판적 사고를 길러야 합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사실과 의견을 구별하고, 주어진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또한, 집단의 광기를 경계해야 합니다. 대중의 흐름을 따르기 전에 스스로 숙고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다수가 옳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정답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아울러 장기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단기적인 이익을 좇다 보면 쉽게 군중심리에 휩쓸리게 됩니다. 그러나 진정한 가치는 꾸준한 노력과 인내 속에서 나옵니다. 정치와 경제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도 필요합니다. 정치와 경제는 일부 엘리트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우리가 외면할수록 더욱 나쁜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큽니다.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요구됩니다.


무엇보다 윤리적 리더십을 요구해야 합니다. 올바른 지도자는 저절로 나오지 않습니다. 시민들이 올바른 기준을 가지고 요구할 때, 건강한 사회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비이성적 과열 시대’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달라질 것입니다. 혼란 속에서도 이성을 잃지 않는 태도, 비판적 사고, 윤리적 리더십을 요구하는 자세가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역사는 반복되지만, 반드시 같은 결말을 맞이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깨어 있다면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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