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명

by 가치지기

잘 해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성과는 또 다른 과제를 불러오고, 나의 증명은 멈출 틈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문득, 묻고 싶어 졌습니다.

지속 가능한 증명이 과연 끝까지 가능할까요?

그 질문 앞에서, 나는 다시 처음부터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일'이라는 것, '성과'라는 것, 그리고 '함께 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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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의 하루는 늘 ‘증명’의 연속입니다.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이전보다 더 잘 해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여전히 조직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매 순간 증명해야만 합니다.


성과를 만들어내면 그 성과가 또 다른 과제를 불러옵니다.

해냈다는 안도의 숨을 돌리기도 전에 더 높은 난이도, 더 빠른 속도를 요구받습니다. 처음에는 그것이 성장이라 믿었습니다. 몰입과 전력투구는 기대를 현실로 바꾸어 주었고, 그렇게 쌓인 자신감은 또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수하는 원동력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문득 멈춰 서게 됩니다.

체력은 예전만 못하고, 마음의 여유도 사라집니다.

자신감의 자리는 어느새 불안감이 대체합니다.

끊임없이 증명해 내야 하는 인생, 과연 가능한 일일까?


심리학자 애덤 그랜트는 『기브 앤 테이크』에서 “지속 가능한 성과를 내는 사람은 혼자 모든 걸 해내려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며 의미를 나누는 사람이다”라고 말합니다. 이 말은 한 사람의 전력 질주보다는, 여럿이 함께 속도를 조율하며 나아가는 일의 방향성을 일깨워 줍니다.


나만의 성과를 향한 집착은 때때로 나를 고립시키고 소진시킵니다.

그 성과가 팀과 조직 안에서 살아 숨 쉬는 연결의 결과로 전환될 때, 우리는 함께 증명할 수 있습니다. 단지 '내가 잘했다'는 증명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이루었다'는 증명으로 이어집니다.


무엇보다 함께하는 관계는 우리에게 쉼을 허락합니다.

누군가와 호흡을 맞추며 속도를 조절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됩니다.

그렇게 쉼을 나누고 리듬을 조율하면서, 다시 새로운 몸과 마음으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이는 곧 자신을 회복하고 관리하는 능력으로 이어집니다.

지속 가능한 성과는, 결국 소중한 나를 잘 다루는 능력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물론, 함께 한다는 것이 언제나 순조롭지만은 않습니다.

때로는 생각의 차이로 인해 다툼이 생기고, 말 한마디에 서운함이 생기며, 뜻하지 않게 마음에 상처가 남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갈등의 순간조차도 결국은 나를 다듬는 과정이 됩니다.

상대의 입장을 헤아리고, 때로는 양보하며, 나와는 다른 시선을 받아들이는 훈련을 통해 우리는 배려와 이해를 배우게 됩니다.


또한 그런 다름이 모여 서로의 관점을 열어 주기도 합니다.

토론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어느 순간 막혀 있던 생각의 물꼬가 터지고, 얽혀 있던 문제의 실타래에서 실마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진정한 아이디어란 혼자 머리를 싸매 만든 결과물이기보다는, 서로의 사고가 맞닿고 부딪히는 과정 속에서 탄생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삶의 많은 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수 있음을, 쓸모 있는 존재임을, 여전히 가치 있는 사람임을 증명하려 애씁니다.

하지만 그 모든 증명이 고요한 쉼과, 따뜻한 관계 위에 놓일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해집니다.


지혜란 아마도 ‘내가 증명하는 삶’에서 ‘함께 만들어가는 삶’으로 천천히 방향을 틀 줄 아는 태도일지도 모릅니다.

나의 소진이 아닌, 나눔을 통한 축적.

더 많은 성과가 아닌, 더 깊은 의미.

혼자의 증명이 아닌, 함께의 증명.


그 길 위에서 우리는 마침내, 조금 덜 지치면서도 더 많은 것을 남길 수 있는 삶에 다가가게 됩니다.


이제 나의 중년의 회사 업무 방향은 ‘함께 일하는 소중함’을 마음에 새기고, 하나하나 실천해 보려 합니다.

‘함께’ 하는 동료의 존재를 더 깊이 바라보고, 곁에 있는 직원들의 고마움을 하루하루의 일 속에서 잊지 않으려 합니다.


그렇게 함께 걷는 길 위에서 나 또한 지치지 않고, 끝까지 기쁜 성과를 만들어가는 소중한 일원으로 남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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