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눈

by 가치지기

하루의 눈



숨 막히듯 외운 대사

모두 쏟아내고

지친 몸이 무너져야

무대의 조명은 서서히 꺼진다


박수는 허공에 흩어지고

빛의 조각들은 말없이 등을 돌린다


텅 빈 객석,

그 한켠에 앉아 있던 하루의 눈빛이

소란한 조명이 떠난 자리에

홀로 남은 내 그림자 하나를

조용히 끌어안는다


침묵 속에서

하루는 조용히 눈을 뜨고

나는 비로소

대사가 아닌 내 목소리로

장면이 아닌 내 삶으로

무대 위를 천천히 오른다


그 순간,

아무도 보지 않지만

누구보다 진실한 나로서

하루의 마지막 장면을 완성하는

진짜 배우가 된다


고요한 무대 뒤편,

아무도 없는 그 어둠 속에서

하루가 내게 속삭인다


“잘했어.

너의 오늘은,

참 아름다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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