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 한 자,
붓끝과 숨결로 쌓아 올린 나무들
그 가지마다 시가 열리고
그 뿌리마다 음표가 흐른다.
모든 나뭇잎에 붙여진 이름들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태초에 아담이 붙여준 이름들이
아직도 따뜻한 체온으로 남아 있다.
바람이 지나가며
이름 없는 이파리 하나 흘려보내도
그 조각엔 누군가의 계절이 깃들어 있다—
지우거나 지배할 수 없는 기억처럼.
세월과 땀, 절망과 기쁨이
겹겹이 눌러 만든 무늬들.
울퉁불퉁 뻗은 나무,
그림자 하나까지도
감탄할 줄 아는 자가
어루만질 자격이 있다.
무심코 스친 손끝에도
누군가의 숨결이 담겨 있다.
그 나무 아래를 지나며
조용히 숨을 고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