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운 타인, 나를 안아주는 시간

― "슬픔도 품으면 따뜻해집니다"

by 가치지기

안아주기


-나호열


어디 쉬운 일인가

나무를, 책상을, 모르는 사람을

안아 준다는 것이

물컹하게 가슴과 가슴이 맞닿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그대, 어둠을 안아 보았는가

무량한 허공을 안아 보았는가

슬픔도 안으면 따뜻하다

마음도 안으면 따뜻하다

가슴이 없다면

우주는 우주가 아니다


- 나호열 시집, 『타인의 슬픔』 ((연인M&B,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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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품는다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나호열 시인이 노래하듯, “물컹하게 가슴과 가슴이 맞닿는” 그 순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결이 스며듭니다.


나무를, 책상을, 모르는 사람을 끌어안기까지 우리의 마음은 망설임과 두려움을 건너야 합니다. 그럼에도 시인은 묻습니다. “그대, 어둠을 안아 보았는가. 무량한 허공을 안아 보았는가.” 이 물음은 품는 행위가 단순한 몸짓을 넘어 존재의 깊이를 껴안는 내적 여정임을 일깨웁니다.


품는다는 것은 곧 인정하는 일입니다. 어둠을 품으면 두려움 속에서도 의미를 찾게 되고, 허공을 품으면 비어 있는 듯 보이는 삶의 틈새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마주하게 됩니다. 슬픔을 품으면 따뜻함이 생기듯이, 마음을 품으면 자기 연민이 자라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웁니다.


“가슴이 없다면 / 우주는 우주가 아니다”라는 구절은, 가슴―즉 공감과 온기가 사라진 삶은 더 이상 삶이라 부르기 어렵다는 사실을 일깨웁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주 “누군가”를 먼저 품으려다 “나”를 잊습니다. 타인을 안으려는 다정한 마음조차 자기 위로가 결핍되면 쉽게 지치고 멍듭니다. 그러기에 품는 행위의 첫 번째 가치는 “자기를 안아주기”입니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와만 동행하는 존재입니다. 삶의 무대에서 마지막까지 함께 커튼콜을 맞을 단 한 사람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자기 자신을 따뜻하게 끌어안을 줄 아는 사람만이 타인에게도 진정한 품을 내어줄 수 있습니다.


주말의 한 자락을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으로 채워도 충분합니다. 느린 호흡으로 커피 한 잔을 음미하며, 지난날의 부족함과 서툰 선택까지도 "괜찮다"고 토닥이는 시간입니다. 세상이 요구하는 크고 작은 책임을 잠시 내려놓고, 가슴 한복판에 묵직하게 자리한 나를 안아 주면 어둠도 허공도 슬픔도 모두 따뜻해집니다. 그렇게 평온을 회복한 가슴은 다시 우주를 품을 힘을 얻습니다.


삶은 길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길지 않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입니다. 그 한정된 여정 안에서 사랑도, 우정도, 사명도 결국 ‘나’라는 뿌리에서 비롯됩니다. 나를 품지 못한 채 걷는 길은 쉽게 흔들리지만, 나를 다독이며 걷는 길은 비바람 속에서도 단단합니다. 무수한 만남과 헤어짐이 교차하는 인생에서 끝까지 남아 함께 웃고 울어 줄 존재는 자기 자신뿐입니다. 그러므로 이 평온한 주말, 우리 모두 자신을 품는 일부터 시작합시다.


가슴 깊이 "괜찮다"라고 속삭이며 스스로를 따뜻하게 껴안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타인을 품을 수 있을 만큼 넓고 깊은 가슴을 얻게 됩니다.


그때 우리의 삶은 더 이상 바깥의 무엇을 증명하는 여정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걷는 ‘나와 나’의 화해와 동행이 됩니다.


그리고 그 동행에서 길어 올린 온기는 결국 세상 모든 존재를 품어 줄 크고 깊은 품으로 확장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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