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사함으로 성실히 경작하고 지키는 삶
사람은 본래 선한가, 악한가. 이는 오랜 철학적 질문이며, 동시에 신학적으로도 첨예한 논쟁의 주제입니다.
저 역시 세상을 살아오며 인간은 악하다는 생각에 무게를 두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몸의 평안함은 애써 추구할 것이 아니라 사람의 착한 본성에 따라 저절로 얻어질 것이다”라는 조윤제 작가님의 문장을 접하면서 인간 본성에 대해 다시금 깊이 성찰하게 되었습니다.
성경 창세기에서 하나님께서 아담에게 처음으로 내리신 명령은 에덴동산을 “경작하고 지키는 것”이었습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을 이끌어 에덴동산에 두어 그것을 경작하며 지키게 하시고 (창세기 2:15)
겉보기에 단순한 농사일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 명령은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돌보고 보호하는 깊은 책임과 권한을 담고 있습니다.
‘경작하다’는 히브리어 '아바드(עָבַד)'는 ‘일하다’, ‘섬기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육체적 노동을 넘어, 하나님의 뜻에 따라 성실하고 경건하게 삶을 살아가는 태도를 포함합니다.
‘지키다’는 히브리어 '사마르(שָׁמַר)'는 ‘보호하다’, ‘주의하다’, ‘감시하다’라는 의미로, 하나님께서 맡기신 창조 질서를 돌보고 명령에 순종하는 삶의 자세를 뜻합니다.
이처럼 인간에게 처음 부여된 일은 단순한 생계형 노동이 아니라 소명이었습니다.
하나님과 교제하며, 하나님께 위임받은 자로서 그분을 대신하여 세상을 섬기고 돌보는 영적 책임과 역할이 인간에게 주어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의 일은 고통의 짐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다듬고 성장하며, 창조에 동참하는 기쁜 책임이자 축복입니다.
맹자는 “좋은 맛을 구하고, 미색을 구하고, 편안함을 구하는 것은 본성이다. 하지만 지켜야 할 천명이 있으므로, 군자는 본성이라 하지 않는다”라고 하였습니다.
인간이 욕망을 지닌 존재임을 인정하면서도, 그 위에 천명, 곧 지켜야 할 하늘의 뜻이 존재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입니다.
인간은 본래 선한 성정을 지녔지만, 그 선함은 저절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도리를 지키고 실천할 때 비로소 빛을 발합니다. 본성을 넘어 천명을 실현할 때, 참된 평안과 품격 있는 삶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 ‘근면하다’는 것은 단순한 도덕적 미덕이나 성격적 특징을 넘어섭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 순종하며 살아가는 거룩한 삶의 태도입니다.
인간은 하나님의 숨결로 창조된 존재이기에, 본래 하나님의 성품을 닮은 선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선함은 자동으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삶 속에서 끊임없이 선택하고, 훈련하고, 순종함으로써 지켜야 하는 영적인 과제이자 성숙의 과정입니다.
이러한 진리는 우리의 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몸은 사용하지 않으면 굳어지고, 유연함을 잃고, 무뎌집니다. 근육은 움직이지 않으면 약해지고, 관절은 쓰지 않으면 경직되며, 심지어 호흡조차도 얕아집니다.
이는 우리의 마음과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감정을 나누지 않으면 무뎌지고, 생각을 멈추면 사고의 능력도 서서히 마모됩니다. 인간은 생명이 있는 한, 활동해야 하는 존재입니다.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까지도 끊임없이 깨어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우리를 ‘경작하고 지키는 존재’로 창조하신 이치입니다. 멈추지 않고 부지런히 살아갈 때, 우리는 비로소 생명의 본질에 걸맞은 존재로 살아가게 됩니다.
결국 인간의 선함이란 고정된 본성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성실히 살아갈 때 구현되는 결과입니다.
맡겨진 일을 경작하고, 주어진 삶을 지키며, 하나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는 삶. 그 삶의 위에 진정한 평안이 임합니다.
몸의 평안함조차 억지로 추구할 대상이 아니라, 성실하고 올곧은 삶의 태도를 통해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아담에게 주어진 ‘경작과 지킴’의 명령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우리는 여전히 창조 세계를 돌보고, 자신의 삶을 성실히 경작하며,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존재로 살아가야 합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만이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 가운데, 참된 선함과 평안, 그리고 하나님 나라에 합당한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소명’이라고 하면, 흔히 사람들은 직업이나 사역, 봉사와 연결 지어 생각하곤 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소명이란, 하나님과 교제하며 예배하는 삶 자체입니다. 그리고 그 예배의 삶은 특별한 장소나 직업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감사하고 순종하며 살아가는 성실한 태도로 드러납니다.
이제는 이렇게 고백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본래 선한 존재입니다.”
그러나 그 선함은 단지 타고난 성정만으로는 유지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선함은 오직 하나님께 드리는 충만한 감사의 마음과, ‘성실함’과 ‘순종’이라는 삶의 태도로 살아갈 때에만 지켜질 수 있는 소중한 영적 가치입니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는 참된 예배자의 삶을 살아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경작하고 지키는 삶"
그 삶 안에서 우리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본래의 선함을 회복하고, 평안을 누리며, 기쁨으로 살아가는 인생의 길 위에 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