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페셔널의 윤리

-"알면서 해를 끼치지 말라"

by 가치지기

요즘 주변을 보면,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거나 ‘성공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이들이 오히려 더 교묘한 방식으로 책임을 피하려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세금을 줄이기 위한 절세 컨설팅을 받고, 그러한 방법을 자녀와의 일상 대화 속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공유하는 모습을 보며 씁쓸함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더 많이 배우고, 더 잘 알고 있으리라 기대했던 이들이 법의 빈틈과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만을 하는 모습을 볼 때, 우리는 과연 ‘전문가’라는 존재를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가를 되묻게 됩니다.


물론 전문가란, 오랜 시간 공부하고 노력하여 특정 분야에서 탁월한 식견과 자격을 갖춘 사람들입니다. 그만큼 일반인보다 더 많은 수입을 얻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리고 그 수입에 비례해 더 많은 세금이 부과되는 현실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전문가라는 위치가 단지 더 많은 것을 ‘아는 사람’에 머무르지 않고, 더 깊이 통찰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통찰력이 온전한 마음과 연결될 수 있다면, 이 사회는 훨씬 더 성숙하고 아름다워질 수 있습니다.

그 바람에서, 제 마음에 오래 남아 있던 생각을 글로 옮겨봅니다.




‘프로페셔널’이라는 단어는 라틴어 professio에서 유래했습니다. 이는 ‘공적으로 선언하다’, ‘맹세하다’는 뜻을 지니며, 단순히 기술이나 지식을 갖춘 사람을 넘어, 그 지식과 역할을 공공의 영역에 드러내고, 윤리적 책임까지 감수하겠다는 태도를 포함합니다.


즉, 진정한 전문가는 단지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그 지식을 어떻게, 어떤 가치 아래 사용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마주합니다. 의사, 변호사, 교사, 엔지니어, 연구자, 그리고 각종 자격을 갖춘 컨설턴트들까지. 우리는 이들을 ‘전문가’로 부르며, 그들이 우리보다 더 많은 정보와 경험, 통찰력을 가지고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그들이 일반인이 알기 어려운 지식을 공정하고 윤리적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믿음은 종종 배반당합니다. 전문가의 지식은 투명하게 공유되기보다 감춰지거나, 선택적으로 제공되며, 때로는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왜곡되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알면서도’ 위험을 알리지 않고, 또 누군가는 ‘모른 척’하며 더 큰 해를 방치합니다.


이러한 일은 의료나 법률, 과학기술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교육, 언론, 심리상담, 종교 등 인간의 삶 깊숙한 곳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윤리의 기준은 단순합니다.

“알면서 해를 끼치지 말라.”


상식처럼 들리는 이 말은, 전문성을 갖춘 이들에게는 훨씬 더 무겁게 작용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전문가란 일반인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앎’은 곧 행동의 선택을 좌우하는 기준이 됩니다.


일반인은 잘 모르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실수하거나,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가 해를 끼칠 때는 대체로 고의적이거나, 최소한 그 결과를 충분히 예측 가능한 상태에서 선택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지식을 가진 사람은 오히려 더 높은 윤리의식으로 자신을 제한하고, 그 책임을 사회적으로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문제는, 많은 전문가들이 자신의 영역에서 ‘윤리는 부차적이다’라는 무의식적 관성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결과만 좋다면 과정은 묻지 않거나,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으면 도덕적 판단을 유보하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지식을 ‘힘’으로 사용해 일반인을 통제하거나 조정하려는 시도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전문가가 지식에서 비롯된 권위를 개인의 이익을 위해 오용하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그러나 진정한 전문성은 지식과 윤리의 결합을 통해 완성됩니다.


지식은 세상을 이해하게 만들고, 윤리는 그 이해 위에서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알려줍니다.

이 두 가지가 함께하지 않을 때, 우리는 ‘전문가’라는 이름 아래 더 교묘하고 위험한 무책임을 키우게 됩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지점은 분명합니다.


첫째, 전문가는 더 높은 윤리적 기준을 스스로에게 요구해야 합니다. 단지 기술적으로 올바른 행동이 아닌, 그 선택이 사람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둘째, 일반인은 전문가에게 맹목적인 신뢰를 보내기보다, 그들의 윤리적 태도를 함께 감시하고 질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비난이 아니라, 건강한 공동체의 역할입니다.


셋째, 전문성을 기르고 자격을 갖추는 과정에서, 윤리와 태도에 대한 교육이 체계적으로 포함되어야 합니다. 전문 지식은 윤리적 감수성 위에서만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삶 속에서 어떤 형태로든 ‘작은 전문가’입니다.


부모로서, 시민으로서, 동료로서 우리는 때로 타인보다 더 많이 아는 입장에서 말하고 선택하며 행동합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이 단순한 문장을 되새겨야 합니다.


“알면서 해를 끼치지 말라.”

이 한 문장의 윤리가, 우리 사회를 조금 더 인간답게 만들 것입니다.



지식은 힘입니다.


그러나 그 힘이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그 안에 반드시 사려 깊은 윤리와 따뜻한 책임감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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