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기억

-“내 마음에 새겨진 기록은 늘 정확한 건 아닙니다.”

by 가치지기

“나는 분명 그렇게 기억하는데, 왜 저 사람은 아니라고 할까?”


그때 나는 그렇게 말했고, 그렇게 행동했으며, 그렇게 느꼈다고 확신하지만, 상대는 전혀 다른 기억을 하고 있거나, 그런 일 자체가 없었다고 말할 때—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경험이 있을 것 같습니다.


예전의 저는 이런 상황에서 감정이 쉽게 상하고, 화를 내곤 했습니다.


비슷한 일이 반복되자, 중요한 일은 미리 기록해 두어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 모든 것은 내가 맞고, 상대의 기억이 잘못되었다는 억울하고 서운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한 번은 세 명이 함께 회장님께 보고를 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보고가 끝난 후, 회장님의 지시 내용을 정리하기 위해 서로 기억을 맞춰보았는데, 같은 공간에서 똑같은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받아들이는 해석이 제각기 달랐습니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다르게 기억할까?” 의아했지만, 곧 ‘다르게 들은 것이 아니라, 다르게 받아들인 것’ 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자기중심적으로 기억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경험들을 하나둘 겪으며, 다른 사람의 기억이 틀렸다고만 생각했던 편견에서 벗어나 나 역시 그들 중 하나였음을 조금씩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기억은 생각보다 정확하지 않습니다.

뇌는 모든 정보를 저장하지 않습니다.

감정이 동반된 의미 있는 일부만을 간직하며, 시간이 흐르면 그마저도 재구성되거나 희미해집니다.


특히 뇌는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기억을 재조합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것은 의도적인 왜곡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같은 사건을 두고도 각자의 입장에서 전혀 다르게 기억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은 사실에서 멀어지고 감정에 가까워집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에게 강한 감정을 느꼈던 순간이 있다면 그 감정은 그때의 기억을 선명하게 붙잡아둡니다. 반면 나머지 장면들은 흐릿하게 사라져, 전체가 마치 그 감정 하나로 덧칠된 듯 기억되기도 합니다.


이제 저는 더 이상, 기억의 차이로 사람들과 다투지 않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고, 그가 틀릴 수도 있으며, 어쩌면 우리 모두가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누가 맞고 틀린 지는 중요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상대가 그렇게 기억한다면, 그 또한 그의 진실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고, 동시에, 나의 진실도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이 짧은 문장을 너무 늦게야 받아들였습니다.

진작 알았더라면,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이고 더 가볍고 너그럽게 사람들과 지낼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다행히도,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서 억울함도, 분노도, 답답함도 조금씩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남은 것은 서로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제법 느긋해진 이해였습니다.


우리는 완전하지 않은 기억으로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상대를 다그치기보다는 그 기억 너머에 담긴 마음과 그 사람만의 상황을 함께 헤아릴 줄 아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기억은 완전하지 않지만, 그 불완전함을 이해하는 마음은 서로를 온전히 품을 수 있게 해줍니다. 저는 이제, 그렇게 믿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믿음은, 작은 오해 앞에서 더는 마음이 다치지 않게 해줍니다.


상대의 말에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하고 미소 지을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줍니다.


나를 지키기 위한 방어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존중의 말과 태도가 이제는 제 안에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기억하며 살아갑니다.

때로는 틀릴 수도 있고, 서로 다를 수도 있지만—


그 다름을 이해하는 순간,

관계는 더 단단해지고

마음은 더 따뜻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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