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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빨래

by 가치지기

주말 아침, 수북이 쌓인 빨래를 세탁기에 넣습니다.

고요한 집 안, 세탁기가 좌로 돌고 우로 돌며 만드는 일정한 리듬에 귀를 기울입니다.


돌고 또 도는 소리에, 분주했던 한 주가 조용히 정리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한참을 돌던 세탁기가 마침내 멈추고, 삐삐 소리가 고요를 깨웁니다.


뚜껑을 열면, 세탁기에서 풍기는 하얀 향기에 마음이 잠시 가벼워집니다. 마치 목욕탕에서 탕에 들어가기 싫어 울던 아이가 아빠와 함께 물에 적응하듯, 옷들도 힘을 뺀 채 시무룩하지만 평안해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나도 내가 입었던 옷들도 주말에는 힘을 빼고 얼룩을 씻어내야만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할 수 있는가 봅니다.


향긋하게 세탁된 빨래를 하나씩 꺼내어 햇살 아래 턱턱 털어 널어두면, 집 안 가득 고요와 평안이 스며듭니다.


그 순간, 주말의 정취를 놓치고 싶지 않아 음악을 틀고, 평일에는 읽기 어려웠던 책을 펼칩니다. 이렇게 바쁘고 느슨한 하루 속에서 주말의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완성됩니다.


주말은 단순한 쉼이 아니라,

오롯이 나를 회복하는 시간입니다.


돌보지 못했던 삶의 자리를 다시 정돈하고,

소홀했던 마음의 구석을 다잡는 시간입니다.


아마도 군대 시절 ‘개인정비’라는 단어가

내 안에 각인되어, 지금도 주말이면 몸과 마음을 살피는 습관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빨래를 정갈하게 털어 걸어두듯, 주말마다 내면을 다듬고 균형을 잡는 시간은 삶에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빨래가 햇살 속에서 천천히 마르듯, 지친 마음도 고요 속에서 회복됩니다. 그리고 다시 힘을 얻어, 다가오는 한 주를 살아낼 준비를 합니다.


평안한 주말의 빨래 소리 속에서 깨닫습니다.


삶이란 결국 씻기고, 털리고, 말려지는 과정이며,

그 과정 속에서 얻는 회복과 고요야말로

진정한 쉼이고, 새로운 시작의 밑거름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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