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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분

by 가치지기

7분



세상 돌아가는 일에 너무 둔감했었나 봅니다. 지난주에야 루브르 박물관의 도난 사건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유명한 박물관이 도난당했다는 소식은 마치 영화에서도 상상하지 못할 일이 현실이 된 듯하여 한동안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10월 19일 오전,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내 왕실 보석 전시관인 ‘아폴론 갤러리’에서 도둑들이 외벽에 사다리차를 대고 2층 유리창을 깨뜨린 뒤, 단 7분 만에 보석 8점을 훔쳐 달아났다고 합니다.


그 보석들의 가치는 약 1,499억 원에 이르며, 루이 15세의 왕관과 나폴레옹과 나폴레옹 3세의 부인 외제니 황후의 왕관, 목걸이, 브로치드 등 프랑스 왕실의 영광을 상징하는 유물들이었다고 합니다.


저는 이 기사에서 유독 ‘7분’이라는 숫자에 마음이 머물렀습니다. 1700년 동안 지켜온 보물이 단 7분 만에 사라졌다는 사실이 허망하게 느껴졌습니다.


수백 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피와 땀으로 지켜온 역사와 예술의 결정체가, 단 한순간의 방심으로 허무하게 사라졌다는 생각이 오래도록 제 마음을 붙들었습니다.


그때 저는 문득 깨달았습니다. ‘지금까지 잘 지켜왔다고 해서 앞으로도 잘 지켜낼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구나.’


신앙도, 마음도, 관계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한순간의 방심, 한순간의 지켜내지 못함이, 우리가 쌓아온 모든 시간과 노력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성경은 말씀하십니다.

“깨어 있으라.”

“주 안에 거하라.”


여기서 ‘거하라’는 말은 단순히 머물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원어를 따라가 보면 ‘빼앗기지 말라’, ‘지켜라’라는 명령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왜냐하면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를 미혹하기 때문입니다.


미혹은 우리의 시선을 흐리게 하여 진리를 보지 못하게 하고, 결국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을 잃게 만듭니다.


길을 잃으면 주님이 보여주신 방향도, 그분의 빛도 보이지 않게 됩니다. 마치 짙은 안개 속에서 방향을 잃은 사람처럼, 앞을 분간하지 못한 채 제자리를 맴돌 뿐입니다.


그러나 햇빛이 비추면 안개는 걷히고, 길은 다시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주님께서 “내 안에 거하라”고 말씀하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분 안에 거할 때에만 우리는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지킬 수 있습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합니다.

그게 세상입니다.


시대의 흐름은 점점 더 빨라지고, 유행과 트렌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뀝니다. 그 화려한 변화의 파도 속에서 우리는 자주 흔들립니다. 편리함과 아름다움이라는 이름의 유혹이 우리를 미혹시킵니다.


답을 찾지 못한 이들이 서로의 불안함을 모방하며 살아가는 시대, 그 틈새에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방향을 잃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를 지켜내는 것은 오직 ‘진리’뿐입니다.


산에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일 수 있지만,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오직 하나입니다.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 한 분이십니다.


그분 안에 거할 때 우리는 미혹되지 않고, 세상의 혼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믿음은 값없는 은혜의 ‘만남’으로 시작하지만, ‘지켜냄’으로 완성됩니다.


주님을 만나는 순간이 믿음의 완성이 아니라, 오히려 그때부터가 빼앗기지 않기 위한 싸움의 시작입니다.

성경은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처음부터 들은 것을 너희 안에 거하게 하라.”


처음 들은 말씀, 처음의 감동, 처음의 사랑을 잃지 말라는 것입니다. 처음 주신 그 만남의 거룩한 마음, 은혜의 감격과 감사를 지키는 것 — 그것이 믿음의 본질입니다.


다른 사람을 따라 사는 삶이 아니라, 내 안에 계신 주님을 따라 사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나를 지킬 수 있고, 내 영혼의 중심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7분.

그 짧은 시간은 어쩌면 우리의 인생 전체를 상징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깨어 있지 않으면, 우리가 쌓아온 모든 시간과 노력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 안에 거한다면, 그 어떤 세상의 도둑도 우리의 마음과 믿음을 빼앗을 수 없습니다.


삶의 길 위에서 깨어 지키는 7분의 마음,

그것이 주님 안에서 흔들리지 않는

영혼의 자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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