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에 있어준 오직 단 한 사람, 아내
오늘 우연히 유튜브 숏츠에서 ‘남편의 한마디에 눈물 터진 아내’라는 영상을 보았습니다.
가족이 단란하게 드라마를 보던 중, 딸이 아빠에게 물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죽는 게 나아요? 아니면 시한부인 걸 알고 죽는 게 나아요?”
잠시 생각에 잠긴 아빠는 조용히 대답했습니다. “내가 시한부라면... 알릴 거야. 그리고 지미(아내 이름)의 남은 삶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갈 거야.”
뜻밖의 대답에 아내와 딸이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 장면을 보던 저 역시 이유 모를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아마도 요 며칠, 아내를 떠올리며 스스로를 돌아보던 시간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신혼부터 지금까지 세 번의 이사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작디작은 집에서 시작하여, 아이들 자랄 환경을 위해 대출을 끼고 조금 더 나은 아파트로 옮겼습니다.
그 빚을 가까스로 다 갚을 즈음, 아이들은 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었고, 아내는 아이들 교육 때문에 잠 못 이루며 이사를 이야기했습니다. 그때 저는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을 떠올리며, 다시는 받고 싶지 않은 대출을 받아 아이들을 위해 또 이사를 했습니다.
그 집에서 우리는 지금도 살고 있습니다.
살다 보니 빚이란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나를 긴장하게 하고, 힘들고 지칠 때 포기하고 싶을 때면 그 빚이 포기하지 못하게 만드는 일종의 안전장치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그 빚을 10년 넘게 갚으며 버티다 보니, 어느새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랐습니다.
신혼 때 장만한 가전제품 하나도 바꾸지 않고, 검소하게 불평 없이 살아온 아내가 수년 전부터 “한 번쯤 새 아파트에서 살아보고 싶다"라고 조심스레 말하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이제야 빚을 다 갚았는데, 더는 빚지고 싶지 않다"라고 답하며 “아이들 대학 졸업하면 여유 있을 때 옮기자”고 달래곤 했습니다.
처음에는 고개를 끄덕이던 아내가, 어느 날부터인가 말이 줄었고, 핸드폰 속 분양 공고를 바라보다가 “여보, 또 분양 나왔대요” 하며 기대 섞인 눈빛으로 말을 건네곤 했습니다.
그럴 때면 못 이기는 척 청약 신청을 들어주었지만, 당연히 몇 번의 분양 신청은 번번이 떨어졌습니다.
그렇게 또 몇 해가 흘렀습니다.
중년이 된 우리는 이제 노후 준비를 이야기합니다. 지금 사는 집을 새롭게 꾸미고, 마음을 담아 예쁘게 가꾸며 살자고 산책을 하며 약속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자는 줄 알았던 아내가 조심스레 한숨을 내쉬기 시작하였고 며칠 밤을 그렇게 지내는 듯하다가, 피곤에 쌓여 퇴근하여 집에 도착한 어느 날 “분양이 또 나왔네요” 하고 다시 말을 꺼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화가 치밀었습니다.
이미 정리한 이야기를 왜 또 꺼내냐고, 현실을 좀 보라고 했습니다. 아내는 “얘기만 하는 것도 안 돼요?" 하고 되물었습니다.
그 한마디에 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화난 이유는, 미안함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날 이후부터는 회사에서도 아내의 말이 자꾸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그렇게 아내의 말과 그간의 일들을 되짚어 보면서
아내의 꿈이 곧 내 꿈이고,
아내의 행복이 바로 내 행복이라는 것을
내가 살아갈 삶의 가치에 아내가 중심에 놓여야 한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이제는 더 늦기 전에, 신혼 때 하지 못했던 ‘아름다운 집’을 아내에게 선물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조금 늦었지만,
그 꿈을 향해 이제 걸어가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은 일어나자마자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앞으로 나는 당신의 행복을 위해 살겠습니다. 당신의 행복이 곧 내 행복입니다.”
아내는 잠시 저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손을 잡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고마워요…”
제 인생에서 언제나 내 곁을 지켜준 단 한 사람.
세상이 뭐라 해도 끝까지 내 편이 되어준
단 한 사람
아내
유튜브 속 남편처럼, 저도 시한부가 된다면 “아내를 위해 남은 삶을 다하고 가겠습니다”라고 말할 것입니다.
오늘은 한글을 배우고 처음 시를 썼다는 황화자 할머니의 시가 눈에 들어옵니다.
오직 한 사람
유방암 진단받은 나에게
남편이 울면서 하는 말,
“5년만 더 살어.”
그러던 남편이
먼저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손주 결혼식에서 울었습니다.
아들이 통태찜을 사와도 눈물이 났습니다.
며느리가 메이커 잠바를 사줘도 울었습니다.
오직 한 사람,
남편이 없어서입니다.
부부란 황화자 할머니의 시와 같은 것 같습니다.
운명처럼 만난 두 사람이
서로의 삶을 붙잡아 주며 살다,
세상 끝날, 마지막까지 함께 있어줄
단 한 사람...
자주 잊고 살지만,
오늘만큼은 조용히 고백하고 싶습니다.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젊을 때 못 해드렸던
당신의 꿈을
내가 이뤄줄게요.
그리고
현실만 이야기했던
나를 용서해 주세요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