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문상(問喪)

by 가치지기

문상(問喪)



죽음이 무엇인지

제대로 묻지도 못한 채,

타인의 죽음 앞에서

숙이는 법을 먼저 배웠다.


신발장에 겹겹이 놓인 신발들,

떠난 이가 남긴 인연들이다.


바쁜 발걸음들이

뒤집어 놓고 들어와

꺾어 신은 채

바쁘게 떠나간다.


망자의 슬픔을 묻는 자리에서

정작 나의 죽음은

제대로 묻지도 못했다.


살아 있는 삶이 무겁다면서

쓴잔을 들이키고,

죽음을 여러 번 겪어본 사람처럼

태연해 한다.


죽음을 향해

한 걸음씩 걸어가는 사람들,


몇 걸음 남았는지도 모른 채

아슬아슬하게 살고 있다.


이곳에선

삶은 무겁고,

죽음이 가볍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