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생각하지 마!

by 가치지기

요즘 세상을 돌아보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가늠조차 어렵습니다. 중년 이상의 나이대라면 공감하실 겁니다. 주어진 시간 안에 수능 문제를 모두 풀어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문제의 의도를 이해하기조차 힘든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만점자가 나오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면접이면 면접, 논술이면 논술, 논리적 사고력은 특정한 유형에 맞게 훈련되고 학습되어 그 결과 명석한 두뇌와 강한 의지를 겸비한 인재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생각하지 않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몇 년 전의 일입니다. 회사에서 늦게까지 일하던 중, 상급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제가 맡고 있는 법무 관련 업무에서 한 가지 지시를 받았는데,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름 신중하게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그보다는 ○○○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답변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네가 왜 생각을 해!”


순간 당황스러웠습니다. 팀장급의 위치에서 늘 판단하며 자부심을 가지고 일해왔던 저에게, 그 한 마디는 제 존재를 부정하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그 말속에는 분명한 메시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상사의 지시에 토를 다는 것을 싫어하며, 지시에 따르기만을 원하는 태도 말입니다. 하지만 제 자존심은 그 말을 그냥 넘길 수 없었습니다.

“제가 생각하지 않으면 저를 이 자리에 앉힌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날 밤, 복잡한 마음에 한참을 길을 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후로 깨달았습니다. 많은 상급자들은 자신의 말에 비위를 맞추고, 지시에 신속히 응하며, 순응하는 사람을 더 가까이 두고 싶어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들은 ‘생각하는 사람’을 불편해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문제는 이 현상이 회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사회는 전체적으로 그런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권력을 가진 이들은 말합니다.

“너희는 생각하지 말라. 복종하라. 너희는 자아가 없는 소모품들이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계급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모든 사람들을 하급으로 취급하며 권위를 세우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구조는 단순히 특정한 조직에만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윤석열 정부를 비롯한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와 사회에서도 이런 문제는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게으르면서 욕심만 많은 이들이 권력을 쥐고, 그들의 이익만을 챙기며 무책임한 태도로 나라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신이 있는 삶은 위기에서 갑자기 나타나지 않습니다. 평소부터 소신껏 살아온 사람만이 진정한 위기의 순간에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늘 긴장하며, 최악의 상황도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우리의 일상이 곧 우리의 훈련장이 되어야 합니다.


영화 서울의 봄에서 수도경비 사령관 이태신이 보여준 태도는 제 가슴 깊이 남았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 눈앞에서... 내 조국이 반란군한테 무너지고 있는데! 끝까지 항전하는 군인 하나 없다는 게... 그게 군대냐. 오늘 밤 서울은 끝까지 우리 부대가 지킨다.”

그의 결의와 신념은 그저 영화 속 대사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할지를 묻는 물음표와도 같습니다.


우리는 지금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이라는 논리에 동의하며 소신을 버리고 살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생각하고, 마음의 소리를 따라, 내 이름 석 자에 자부심을 걸며 살아갈 것인가.


생각하고 소신 있게 살아가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우리가 느끼는 무력감과 절망을 넘어, 이 사회를 다시 일으킬 힘은 생각하고 행동하는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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