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목(枕木)
봄이면 꽃향기에 취해
햇살 아래 설레던 철부지.
여름엔 싱그러움으로 화장하고
가을엔 사치스러운 낙엽 옷 걸치며
숲속의 자유를 누리던 어느 날.
새하얘진 기억 속,
뿌리 없는 몸으로 비바람 속을 떠돌다
깊은 소금물에 첨벙 빠져
쓰라린 물결 위에 누웠다.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숲이 그리워 흘리던, 소금 눈물.
부서지지 않고
불타지 않기 위해
철의 무게와 뜨거움을 견디는
나로 만들어진 날.
굵은 대못이 손끝을 뚫고
거친 돌을 비집어 뿌리가 되고
온몸으로 스치는 인연을
묵묵히 지켜주는 길이 되었다.
칠흑 같은 밤,
멀리서 들려오는 쇳덩어리의 울림에
심장은 준비 없이 요동치고
차가운 몸 위로
날카로운 쇠소리가 깎으며 지나간다.
한겨울, 따스히 흔들리던 빛 속에
웃고 있던 스치는 인연들.
기억조차 붙들지 못하는
기차의 속도 속에서도
나는 차가운 레일 아래 묵묵히
길이 되어주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차가운 밤,
짓누르는 아픔이 지나간 자리에
만져지지 않던
인연과 인연의 소리들.
지금쯤 기차는 어디쯤 가고 있을까.
가만히 별을 헤아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