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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하수반짝 Jan 21. 2022

제주에서 부르는 나의 노래

제주에서 딱 일 년 살았습니다

 

예술의 섬, 제주의 동틀녘
흐린 하늘의 예술 도화지

4월의 하늘은 고사리 장마로 내내 흐렸다. 창밖을 보니 함덕 바다와 서우봉 위의 하늘은 그야말로 예술도화지였다. 포동포동한 아기 살집 같은 겹겹의 구름들이 자욱이 깔려있었다. 따사롭고 습한 공기가 감성을 흔들었다. 아, 이 분위기에 꼭 알맞는 쇼팽 프렐류드 15번 빗방울 전주곡을 공중에 흩뿌렸다. 보슬거리는 물방울이 집 안팎을 고요히 흘러 다녔다. 고소한 아몬드 커피를 홀짝였다. 통창문의 황홀한 풍경 덕분에 절로 감성 시인이 되어, 시를 짓곤 했다.     


 하늘 도화지 위에서 자유로이 춤추는 회색 구름   

 후드득 후드득 빗소리와 나긋나긋한 쇼팽의 선율

 꽃무늬 도자기 안에 흔들리는 쌉싸름한 아몬드커피

 바다에, 음악에, 커피 향에 취하는 고요한 오후     


 자연의 순수와 생기는 감성 세포를 건들었다. 나만의 글을 쓰게 했다. 삶의 물줄기를 바꿨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관계 맺기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 이참에 휴대전화 속 빛바랜 연락처들도 과감하게 지웠다. 자신의 꿈을 갖고 항상 배울 것이 있는 사람,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줄 아는 사람들만 남겨두었다. 꼭 하고 싶은 일들을 위해 여분의 일들은 가지치기를 했다. 에너지를 아껴 꿈을 이루는 데 집중하기 위해 생활을 단순화했다. 자연스레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하게 됐다. 혼자만의 시간을 맘껏 누리며 탐욕스럽게 독서를 했고, 글을 썼다. 수시로 내면의 우물도 고요히 들여다보았다. 블로거가 될 수 있었고, 브런치 작가의 꿈도 이루었다. 매일 일정 시간을 타다닥 키보드를 두드리며 노트북 속에 내 글들을 채워나갔다. 예술의 섬 제주는 늘 귓가에서 이렇게 뜨겁도록 속삭이는 듯 했다. “이제 너만의 노래를 부르고, 너만의 춤을 추렴. 너만의 예술을 이곳에서 시작하렴. 나의 너른 품 안에서”         



 제주에는 총기 어린 눈빛을 한 멋진 엄마들이 많았다. 그들은 세상 욕심과 걱정에 자신을 매몰시키지 않았다. 자신의 라이프를 만들고, 다듬고 성장할 줄 알았다. 사계절 스노클링과 서핑, 스킨스쿠버를 즐길 줄 알았다. 허리 치료차 시작한 승마에 열정을 다했고 지도사가 됐다. PT를 받으며 과감하게 바디프로필을 찍고, 건강 전도사가 되기도 했다. 350여개의 오름, 21코스의 올레길을 완주하겠다며 복부의 지방을 불태우는 의지녀들도 있았다. 항공 관제사였지만 꽃을 너무 좋아해서 플로리스트의 꿈에 다시 도전하며 노력하는 친한 언니의 미소에선 언제나 빛이 났다. 엄마로 살기 위해 자신을 포기했던 그녀들이 이제는 그 이름 덕분에 더 단단해졌다. 그녀들의 오춘기의 늦된 열정과 도전이 한껏 아름다운 이유다.       



 나도 이왕 제주에 왔으니, 한껏 성장하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 혼자 머리를 쥐어짜며 글을 쓰다 보니, 본격적인 책쓰기 수업을 듣고 싶었다. ‘엄마의 주례사’를 쓰신 김재용 작가님께서 흔쾌히 수락해주셨다. 척박한 가뭄에 단비를 만난 듯 기뻤다. 첫 수업을 갈 때, 얼마나 설레고 떨리던지 운전 내내 심장이 쾅쾅 두근거렸었다. 그곳에서 소중한 글쓰기 동무들을 만났다. 일명 ‘오! 드림팀’인 우리들은 매주 한 편씩 글을 쓰고, 찰진 합평을 나눈다. 서로의 꿈을 힘껏 격려하고, 진실한 위로와 응원을 나누는 내 동지들이 있어 정말 감사하다.     

 글쓰기는 ‘정성으로 나를 수놓는 예술’이다. 지금도 글을 쓰며 몸부림을 친다. 매일 스스로의 내면을 통과한다. 내 안의 껍데기와 두려움을 마주한다. 이것들을 긍정과 감사 그리고 성실로 뚫고 나와야만 글을 쓸 수 있다. 더욱 자신의 모습을 직시한다. 그래야 솔직하고 진실하게 내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이런 나를 속속들이 지켜보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엄마는 꼭 작가가 될 수 있어요. 내가 매일 이렇게 기도하는걸요. 하나님, 엄마가 성실하게 글을 써서 사랑을 전하는 작가가 되게 해주세요. 선한 출판사와 편집자를 만나게 해주세요.”

“나는 엄마가 금방 포기할 줄 알았어요. 꿈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엄마가 정말 멋져요!”      


  

 제주에 와서 난 내 삶을 귀하게 여기며 정성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았다. 내 아이들도 그렇게 살아가길 간절히 소망하면서 그렇게 즐겁게 분투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 진짜 원하는 꿈을 찾는 것, 목표를 위해 힘들지만 꾸준하게 노력하는 것, 그렇게 매일 조금씩이라도 성장하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몸소 보여주고 싶었다. 노력하는 엄마를 보는 아이들은 덩달아 그렇게 성장할 것이다. 성장하는 엄마의 모습이 아이들에게는 어떤 족집게 과외보다 더 큰 가르침이 될 것이다. 그리고 솔직히, 그렇게 내 안에 만족감이 차오를 때, 내 아이들도 더 예뻐 보였다. 활짝 웃는 엄마가 될 수 있었다.

예술의 섬, 제주의 응원
고마워, 너희들 덕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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