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엄마의 자리, 어린 아들과 사춘기 딸

엄마 연예인의 운명은?

by 은하수반짝
KakaoTalk_20231104_131018086_02 (1).jpg

엄마의 자리, 어린 아들과 사춘기 딸

“아, 아빠는 좋겠다.”
“왜? 엄마랑 같은 방에서 자니까?”
“응. 나랑 바꾸면 좋겠다.”
초등 삼 학년 아들은 요즘 들어 부쩍 아빠 자리를 탐냅니다.
아빠 퇴근이 늦어지는 날에는 여지없이
제 방에 가지 않고 안방 침대를 사수하죠
“엄마, 제 방에선 잠이 안 와요.”를 되뇌면서요
“그럼, 오늘은 아빠 늦게 오시니까 엄마 옆에서 자고 있으렴.”
“야호! 오늘은 엄마 옆에서 잔다.”

어린 아들에게 엄마는 연예인
한때의 행복이라지만 과분한 인기에 울컥 뭔가가 올라옵니다.
이 말들 녹음도 못하고 마냥 흘려보낸 아쉬움을
귀여운 엉덩이 토닥이며 달래며 기쁨을 만끽합니다

“딸! 일어나 아침이야 학교 가야지.”
육 학년 딸래미를 깨우며 튼실해진 엉덩이를 살짝 토닥이는데
“아, 엄마 이러지 마!”
고요한 아침을 가르는 쨍그랑한 목소리에
순간 ‘아차!’ 싶습니다
학교 파하면 마중 나오라는 동생에게
“네가 일 학년이야? 왜 데리러 오래?”라며
핀잔을 주고, 자신은 엄마가 와도
친구랑 집에 걸어가겠다고 못을 박죠

다 큰 딸에게 엄마는 그저 익숙한 어른
어릴 적 엄마를 둘러싼 찬란한 빛은
아이가 크면 흔한 공기마냥 스러지고 말아요
어릴 적, 엄마를 보며 웃고 뛰어와 안기던 때가 선한데 말이죠

하지만 여전히 딸이 눈을 빛내며 다가올 때가 있어요
“엄마, 오늘 밥은 뭐에요? 무슨 반찬이에요?”
좋아하는 반찬 앞에서 환호하는 그 목소리에 마음이 설렙니다
이렇게 아이는 점점 엄마의 연예인이 돼 가고
엄마는 안식과 생존을 위한 뿌리가 돼 가지요

나중에 아들 손 꼭 잡고 걸으려면,
딱 요맘때, 피곤해도 껌딱지 아들을 귀찮아하지 않고 부지런히 안아주고 대꾸해줘야겠어요.


어린 아들에게 엄마는 연예인
점점 엄마의 연예인으로 변해가겠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주와 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