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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mit Trucker Feb 05. 2023

서행이 답이다.

오랜만에 마운틴타임존에

돈 대신 시간을 벌었다.

02/04

새벽 1시에 출발할 예정이었지만, 추워서 자다깨다 하다보니 새벽 3시 넘어 일어났다. 벙크 히터는 계속 찬 바람만 불어냈다.

트럭스탑을 출발한 후 10분도 지나지 않아 도로가 막혔다. 전방에 사고다. 결국 3시간 넘게 도로 위에 서 있었다. 추위에 떨면서. 날이 밝은 후 출발할 것을 그랬나. 아니면 1시에 출발했다면 내가 사고를 당했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날이 밝은 후에야 도로가 열렸다. 도로 상태는 나빴다. 토잉트럭에 걸린 찌그러진 트럭 두 대가 보였다. 서행이 답이다. 남들이 어떤 속도로 달리든 나는 내가 편한 속도를 유지했다. 이번에 시뮬레이터 교육을 받은 게 도움이 됐다. 도로상태가 나쁘면, 크루즈는 끄고 천천히.

겨울철에도 와이오밍 서부는 달릴만 하다. 주로 문제가 생기는 곳은 동부다. 지형적 영향인 듯하다. 위험지대를 빠져나온 후는 순조로웠다. 유타에 들어서 첫 휴게소에 주차하자 벙크 히터도 다시 작동했다. 역시 와이오밍에 마가 낀게다.

무사히 배달을 마치고 가장 가까운 트럭스탑에 주차했다. 평상시라면 솔트레이크시티 터미널로 간다. 이번엔 터미널에 볼일이 없다. 터미널로 간다고 특별히 좋을 게 없다. 벙크 히터가 계속 고장 상태면 수리 하러 갔었겠지만.  

다음 로드는 애리조나 피닉스로 가는 화물이다. 하루 반이면 갈 거리를 사흘을 준다. 단가는 괜찮은데 거리가 짧다 보니 하루 500 달러 정도다. 예전의 나라면 No 했을 것이다. 사고 이후 새로워진 나는 Okay다. 하루에 260마일만 달려도 되니 남는 시간을 즐기자. 잠도 충분히 자고. 요즘 나는 책 읽고 공부하는 게 즐거움이다. 이참에 세금보고도 마치고.

한국에 다녀와서 솔로로 일한 이후 가장 서쪽으로 왔다. 뉴욕과 두 시간 차이가 나는 마운틴 타임존이다. 예전에 컴퍼니 솔로로 일할 때도 워싱턴과 캘리포니아를 다녔지만 아무래도 빈도가 낮다. 솔로 드라이버는 주로 중동부 시간대에서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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