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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mit Trucker Feb 05. 2023

오늘도 위험천만

와이오밍 무서워

겨울, 와이오밍

2월 3일


겨울철 I-80 도로 와이오밍 구간은 가장 혹독한 곳 중 하나다. 강한 바람과 눈 때문에 수시로 통행이 차단된다. 지난 주에도 사흘 동안 도로가 폐쇄됐다.


지난 월요일 홈타임을 끝내고 업무에 복귀했다. 두 건의 프리플랜이 들어왔지만 모두 거절했다. 업스테이트 뉴욕에서 픽업인데 그곳엔 눈이 내린다. 게다가 운임 단가도 낮다. 결국 그날 밤을 주차한 자리에서 보냈다. 다음날 프리플랜도 단가는 낮았다. 그나마 펜실베이니아에서 픽업이라 수락했다. 마땅한 화물이 없는데 계속 거절만 할 수도 없다.


유타로 가는 화물이다. I-80번 도로로 네브레스카와 와이오밍을 통과한다. 다행히도 이번 주에는 눈 소식이 없다. 2천 마일이 넘고 솔로로 움직이니 나흘 걸린다.


오늘 와이오밍에 들어서니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시속 60마일의 풍속이다. 조심해야 한다. 눈보다 무서운게 바람이고, 바람보다 무서운게 블랙아이스다. 제설이 잘 되어 있어 도로 상태는 양호하다. 도로 전광판에 질퍽한 얼음이 있으니 크루즈 컨트롤을 끄라는 메시지가 떴다. 조심해야지.


한 언덕을 넘자 1차선에 얼음이 덮혔다. 속도를 줄였다. 천천히 달렸기 때문에 무리 없이 속도를 줄일 수 있었다. 앞에는 트럭 3대와 승용차 한 대가 도랑에 빠졌다. 멀쩡하던 도로가 갑자기 얼음판이 됐으니 미끄러졌으리라. 바람이 강하게 부는 곳이라 길 밖에 쌓인 눈이 도로로 날아와 빙판을 만들었다. 와이오밍은 토잉비가 비싸기로 유명하다. 저 트럭들은 꼼짝없이 최소 4~5천 달러를 날렸다.


오늘 숙박지인 롤린스(Rawlins)의 Flying J에 도착했다. 오늘 아침까지도 잘 동작했던 벙커 히터가 멈췄다. 와이오밍에 마가 끼었나? 오늘밤은 전기담요에 의지해 자야한다.


지난 주도 적자다. 사고에도 무사한 것만도 다행이다. 손가락 하나 다치지 않았으니 말이다. 돈 생각은 말고 이번 겨울을 무사히 넘기자.  남쪽으로 간다고 안심할 수 없다. 이번 주에 텍사스와 그 일대가 얼음 폭풍으로 마비되다시피 했다. 눈이 귀한 지역이라 약간만 내려도 교통 대란이다. 나도 지난 달 켄터키에서 고생하지 않았나. 조심 또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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