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연속 프리플랜(preplan)을 거절했다. 운임도 별로였지만, 주된 이유는 날씨 때문이다. 화물 거부권이 없는 컴퍼니 드라이버로 시작하다보니 웬만한 날씨와 지역은 다 다녔다. 날씨를 이유로 화물을 거부한 적은 없다. 리즈 오퍼레이터가 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날씨가 위험한 환경을 만들면 안 갈 것이다. 눈이 오거나 빙판길 가능성이 높으면 안 간다. 지난 번 사고 이후로 나는 바뀌었다.
페친이자 트럭커의 아내인 은화님의 배려로 타판에 밥테일 주차 장소를 소개받았다. 은화님이 일하는 회사 앞 도로다. 조용하고 안전하다. 집에서 한 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덕분에 집에서 잘 쉬고, 아내의 생일도 즐겁게 보냈다.
사흘을 쉬고 오늘 다시 나왔다. 프리플랜이 들어왔다. 뉴욕주 뉴베를린 초바니에서 일리노이주 윌밍톤으로 가는 화물이다. 단가는 마일당 1.5불. 단가가 문제가 아니다. 뉴욕주 북부로 눈이 온다. 거부했다. 다음 프리플랜은 더 가관이다. 거리도 더 멀고, 단가는 1.2불, 눈은 더 많이 오는 곳이다. 장난하나. 다시 거부.
플릿매니저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직 일할 준비가 안된 거냐고. 나는 당장이라도 움직일 준비가 됐다. 단지, 눈이 오는 곳은 안 가고 싶을 뿐이다. 차라리 기다리겠다. 운임도 낮고, 날씨도 위험한 곳에 내가 왜 가나. 그냥 쉬는 게 낫다. 남쪽으로 화물을 달라.
기쁜 소식이 있다. 토잉비 3,550달러가 전액 환급됐다. 그때 사고가 나면서 내 트럭의 외관에 약간의 손상을 입었다. (손상은 터미널에서 깨끗하게 수리했다.) 그 덕분에 사고로 간주되어 디덕터블 1,000달러만 내면 됐다. 그러니까 도랑에 빠지며 차체가 약간 부서진게 오히려 약이 됐다. 아무 손상이 없었더라면 토잉비를 내가 물어야했다. 눈이나 진흙에 빠져 견인 트럭을 부른 경우 드라이버가 전액을 문다. 나도 예전에 재선 형님이 램프 갓길에 주차했다가 트럭 한쪽이 진흙에 빠지는 바람에 토잉비 700달러가 나와 반반씩 부담한 적 있다. 세상은 요지경이다. 새옹지마라고 해야 하나. 약간 손상을 입는 바람에 비용을 절약하다니. 이것만 해도 주급 이상은 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