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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mit Trucker Jan 26. 2023

Y형의 최후

비싼 수업료

사고의 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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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형은 내 마지막 학생이다. Y형과는 트레이닝 과정에서 서로 섭섭한 부분이 있어 나도 따로 연락하지 않았다. 잘 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 뿐. Y형도 내게 연락이 없었다. 어제 브라이언이 내게 전화했다. Y형이 자기 말을 이해 못 하는 듯하니 중간에서 전달을 해달라고 했다. 삼자 통화가 이뤄졌다. Y형이 교통사고가 났는데, 악천후에 더 이상 운전하지 말고 가장 가까운 트럭스탑에 가서 셧다운하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그대로 전하고 통화를 마쳤다. 그렇게 마무리된 줄 알았다.

오늘 운전 중 브라이언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어제와 같은 상황. 내용은 심각했다. 어제 사고로 세이프티 부서에서 Y형을 실격 처리했다는 것이다. 빈 차로 스프링필드 본사로 돌아와 트럭을 반납하라는 내용이었다. 즉, 회사에서 잘린 것이다. Y형은 리스 오퍼레이터니 계약 해지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어제보다 대화가 길어졌다. 나는 기회가 없느냐고 물었고, 회사에서는 집으로 가는 버스편을 끊어 주는 게 최대한 해줄 수 있는 선이라고 했다.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프라임은 사고 한 번 냈다고 드라이버를 자르는 회사가 아니다. 내 두 번째 학생은 수련 중 사고를 내고도 취직했다. 나도 초창기 여러 번 후진 사고를 냈지만, 안전 교육으로 끝났다. 궁금증은 밤에 Y형과 통화를 하고 풀어졌다.   

Y형은 그동안 세 번의 크리티컬 이벤트로 한달 전에 안전교육을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어제 빗길에서 차선을 바꾸다 뒤에서 오던 승용차와 추돌 사고를 낸 것이다. 세이프티에서는 더 이상 봐줄 수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Y형은 나와 트레이닝 중에도 크리티컬 이벤트로 1만 마일 추가 교육을 했다. 9월에 트레이닝을 마쳤으니 3~4개월 동안 세 번의 크리티컬 이벤트와 한 번의 사고로 아웃된 것이다.

Y형의 이번 사고는 폭우속에서 1차선으로 바꾸다 뒤에서 오던 승용차와 추돌했다고 한다. 다친 사람도 없고 승용차만 좀 부서졌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번 Y형의 사고는 예비된 것이라고 봐야한다. 수련 중에도 Y형은 트럭을 승용차 몰 듯했다. 수시로 차선을 넘나들었고 1차선으로 달리기를 좋아했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여러 번 지적했지만, 듣지 않았다. 나이 50을 넘긴 사람의 습관은 바꾸기 어렵다. 나는 웬만하면 차선을 바꾸지 않는다. 끼어 드는 차가 있으면 속도를 줄여준다. 대형 트럭과 승용차는 운전하는 법이 다르다. 대형 트럭이 수시로 차선을 바꾸면 주변 차량에 위협적이다. 트럭은 가급적 주행 차선에서 일정한 속도로 운행하는 게 최고다. 즉, 예측 가능한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 그러면 대부분 차량은 알아서 피해간다.

Y형은 이번 트립에 부인과 같이 나왔다. 그런데 사고를 내고 잘렸으니 난처한 상황이다. 나는 몇 가지 조언을 해줬다. 냉장고나 매트리스 등 개인용품은 회사 보관 창고에 맡기거나, SUV를 렌트해 싣고 가라고 했다. 며칠 전 내게 이직 제안을 해 왔던 회사의 리쿠르터 연락처도 알려줬다.

지난 주 내가 낸 사고의 여파도 끝나지 않았다. 오늘 토잉 회사의 청구서를 받았다. 3,560달러. 도랑에서 갓길로 몇 미터 옮겨준 댓가다. 한 천 달러 정도 예상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그날 수 많은 트럭을 옮겼으니 그 회사는 그날 하루에만 수 만 달러를 벌었겠다. 십만 달러가 넘었을지도 모르겠다. 아주 대목을 만났구만.

보험 디덕터블 1,000 달러, 토잉비 3,560 달러, 일주일 동안 일 못한 기회비용을 4~5천 달러로 잡으면 이번 사고로 인한 내 손실은 8~9천 달러다. 물론 이 정도로 끝난 게 다행이다. 나는 그동안 숱한 눈길을 겁없이 달렸다. 내가 운전을 잘 한다고 착각했다.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인데. 주식 시장에서도 돈을 벌 때는 내 실력이라고 착각했다. 단지 장이 좋았을 뿐인데. 진짜 실력은 하락장에서 나온다. 사고를 당해보니 내 상황을 알겠다. 리스크 관리 없이 마냥 달렸다는 것을. 다른 드라이버들이 운전을 못해서 천천히 달린 게 아니라는 것을. 나는 하룻강아지였다. 이 정도면 타당한 수업료다. 이달 들어 로빈훗 계좌에서 번 금액이 딱 3,500달러다. 토잉비는 그걸로 메우는 것으로 하자. 천천히 더 벌면 된다. 교훈이 더 값지니까. 이번 사고는 이 정도로 마무리 짓자. 제발.  

Every Second Counts, 무서운 말이다. 회사가 딜을 잘 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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