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륙 왕복 횡단이 눈 앞이다. 메인주 사우스 포틀랜드에서 워싱턴주 섬너까지, 다시 뉴저지주 카터렛까지. 대서양과 태평양을 왔다 갔다. 이른바 코스트 투 코스트는 여러 번 했지만, 트레이닝 시작하자 마자는 처음이다. 그 동안 두 번의 윈터 스톰이 미국을 강타했다. 그에 걸맞게 최초의 사건들이 생겼다.
5년만에 처음으로 체인을 차고 고개를 넘었다. 엄밀히 말하면 체인은 아니고 오토삭스다. 스노우 체인 대용품인 오토삭스를 신고 고개를 넘었다는 표현이 맞다. 그동안 겨울은 어떻게 났냐고? 체인 없이 그냥 넘었다. 체인이나 오토삭스를 가지고는 다녔지만 실제 사용하지는 않았다.
워싱턴주에서 시애틀을 가까이 두고 눈을 만났다. 예전에는 그냥 넘었던 고개다. 하지만 이번에는 트레이닝 아닌가. 적발시 벌금 500달러 문구가 무서웠던 게 아니다. 트레이너로서 학생에게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이것도 교육인데. 나중에 학생이 스노우 체인 거는 법을 못 배워서 사고 났다고 하면 할 말이 없다. 거기다 지난 1월 빙판길 사고의 트라우마도 한 몫했다.
그래서 그동안 미개봉 상태로 갖고 다니다 나중에 회사 그만둘 때 고가에 중고로 팔려던 오토삭스 두 팩을 개봉했다. 원래는 세 팩인데 두 팩만 쓰기로 했다. 드라이브 타이어 4개에 신기는 데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런 신세계가 있나. 포장지에 최고 시속 20마일이라고 쓰여 있어 엉금엉금 기어 갔다. 이런 속도라면 맨 타이어라도 안 미끄러지겠다. 오토삭스의 진정한 효과는 접지력 향상이 아니라 강제 서행에 있는 것인가?
그동안 오토삭스는 일회용이라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한 번 쓰면 찢어져서 버려야 한다고. 그런데 웬 걸. 벗겨보니 멀쩡했다. 남들의 얘기는 눈이 많이 쌓이지 않은 도로를 달렸거나, 빠른 속도로 달려서 망가진 것이지 싶다.
어제는 5년만에 처음으로 자발적 셧다운을 했다. 도로 통행이 폐쇄되어 어쩔 수 없이 셧다운을 했던 적은 있다. 도로가 열려 있다면 어떤 경우에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멈췄다. 그것도 험한 서부 산맥을 다 넘고 와서 평지인 인디애나에서. 막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탓인지 제설 상태가 엉망이었다. 학생이 운전 중이기도 해서 트럭 주차장에 멈추라고 했다.
며칠 전에는 고속도로에서 몇 마일을 후진했다. 워싱턴주 84번 도로에서 승용차 추돌 사고로 2차선 도로가 막힌 적이 있다. 승용차 한 대는 뒤집힌 채 전파되어 불까지 났다. 운전자는 경추 보호대를 차고 도로에 앉아 있었다. 경찰차와 구호차량 십수대가 몰려 왔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자 경찰은 승용차는 유턴시켰다. 트럭은 유턴이 불가능해 후진을 시켰다. C와 운전대를 바꿔 잡았다. 이렇게 긴 거리를 고속도로에서 후진으로 역주행하기는 처음이다. 건너편 차선으로 넘어갈 수 있는 장소까지 후진한 후 유턴해서 국도로 우회했다.
C는 좋은 경험을 했다. 겨울 운행을 트레이너와 함께 해 본 것은 좋은 기회다. 아직 운전도 익숙하지 않은 그에게는 좀 가혹했을 것이다. C는 야간에 눈 내리는 험한 산 고개를 오르내렸다. 일부러 시킨 것은 아니고 어쩌다 그런 상황을 맞았다. C가 복이 많다고 해야 하나 운이 없다고 해야 하나. 이왕이면 복이 많은 것으로 하자. 힘들게 배운 만큼 피와 살이 될 것이다.
3월에도 겨울 폭풍은 자주 오고 심하면 5월에도 눈이 내린다. 그러니 앞으로 수련 기간 중 몇 번의 겨울 폭풍을 더 맞을 수도 있다.
월요일 배달 갈 곳은 뉴저지 주의 아주 좁은 장소다. C는 아직 후진을 배우는 단계는 아니지만, 주택가 인근한 좁은 장소에서 어떻게 후진하는 지 옆에서 보고 배울 것이다. 트레이너와 함께 다니는 동안 최대한 여러 상황을 경험하는 게 좋다. 사고만 빼고.
C는 내 지시에 잘 따르고 불평이 없다. 거기다 덩치와 달리 소식이다. 그러다보니 둘 다 하루에 한 끼만 먹은 날도 종종 있다. 두 끼가 보통이다. 별로 배 고프지 않단다. 자연스레 간헐적 단식이 된다. 운동량이 적은 장거리 트럭커에게 일일 일식은 좋은 습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