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부터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지난 해 10월 이후로 트럭 조수석에 앉아 가기는 처음이다.
첫 로드는 메인주 사우스 포틀랜드로 가는 화물. 밤새 내가 운전했다. 눈발이 날리고 길이 얼어 운전을 맡길 수 없었다.
두 번째 로드는 뉴햄프셔주 스트라담(Stratham)에서 워싱턴주 섬너(Sumner)로 가는 화물로 3천 마일이 넘는다. 학생에게 낮에 짧은 거리 운전을 시키고 다시 밤새 내가 운전했다.
이번 주 서부에서 시작해 북동부까지 이어진 눈폭풍 올리브의 여파로 길 상태가 좋지 않다. 와이오밍 주는 며칠 동안 고속도로 통행이 금지됐다. 북동부주는 그나마 눈이 덜 내리고 제설 상태도 좋아서 사고 차량은 별로 못 봤다. 그래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80번 도로 대신 94번과 90번 도로를 타기로 했다.
도로 상태가 비교적 안전하다는 판단이 들어 학생에게 밤운전도 시켰다. 크루즈 사용은 자제하라고 했다.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고 도로가 완전히 마른 경우에만 크루즈를 사용하게 했다.
내 여섯번째 학생인 C는 나보다 일곱 살 적다. 한국말을 완벽하게 해서 1세겠거니 했는데, 중학생 때 이민 온 1.5세였다. 어쨌든 그도 한 가정을 책임지는 40대 가장이다.
C는 뉴욕의 사설 학원에서 CDL을 따서 53피트 트레일러를 끌어본 실전 경험이 없다. 사설 학원에서는 길이가 짧은 트레일러로 실습하고 시험도 본다. 그러니 C는 후진까지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 일단은 트럭 운전에 익숙해지는 게 먼저다. 6만 마일을 실습해야 하니 석 달 이상 기간동안 연습할 기회는 충분하다.
C는 젊고 이해력이 빠른데다 영어까지 능숙하니 트럭 일을 배우기 좋은 조건이다. 그는 자기 운전을 마치고도 내가 운전하는 동안 내내 조수석에 앉아 갔다. C는 운전을 교대하려면 쉬어야 한다는 내 말을 듣고서야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는 잘 잤다. 움직이는 트럭에서 처음부터 잘 자니 좋다. 나는 C에게 앞으로는 한두 시간만 옆에 앉아서 레슨을 듣고 나머지 시간은 침대에서 자거나 쉬라고 했다. C도 금방 이해했다. 그는 미안한 마음에 옆에서 앉아 갔지만, 결국은 충분히 쉬는 게 나를 돕는 것이라는 걸. 트레이닝은 기본적으로 팀 드라이빙이다.
나는 C가 고속도로를 운전하는 동안에 침대에 누웠지만, 수시로 자다 깼다. 아직은 완전히 마음을 놓을 단계가 아니다.
배달 날짜가 화요일 아침이라 트럭을 세우고 서너 시간 잘 정도의 여유는 있었다. 열심히 달린 덕분에 오늘과 내일은 밤운전 없이 트럭스탑에서 자고 가기로 했다.
아내가 싸준 반찬과 음식으로 식사했고, 컵라면과 햇반도 먹었다. 오늘은 새로 밥을 지었다. 혼자 다닐 때보다 음식 줄어드는 속도가 빠르다. 혼자서는 대충 먹기 십상인데, 트레이닝을 하면서 내 생각만 할 수는 없다.
계속되는 운전과 교육으로 책 읽거나 글 쓸 여유가 없다. 내가 네이슨에게 트레이닝을 받을 때는 매일 글을 썼는데 지금은 그러지 못 하는 이유는 책임감 때문이다. 그때 나는 몸은 고됐어도 심적으로는 홀가분했다. 지금은 몸도 고되고 심적으로도 부담스럽다. 그러나 이 또한 내가 극복해야 할 과정이다. 이를 넘어서야 나는 한 단계 성장한다. 그렇지 않다면 약간의 돈과 시간을 맞바꾸는 행태가 계속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