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설가를 만났다. 트럭스탑에 마련된 테이블에 책들이 있길래 뭔가 싶어 살펴봤다. 초로의 사내가 다가오더니 자기 작품들이란다. 그는 11년 경력의 전직 트럭 드라이버였다. 4권의 트럭 드라이버 시리즈를 비롯해 그가 쓴 책은 10권이 넘었다. 그렇다면 중견 작가 아닌가. 그의 이름은 개리 베이커(Gary H. Baker)였다. 그의 첫 작품은 2008년에 쓴 Rookie Truck Driver다. 오늘 킨들북으로 읽기 시작했다.
그는 27달러에 책을 팔았다. 수익금 중 일부는 아동을 위한 기금으로 쓰인단다. 아마존에서 사면 더 싸지만, 좋은 목적으로 쓰이고 저자 사인도 받을 겸 책 한 권을 사기로 했다. 개리에게 추천해 달랬더니 내 취향을 묻는다. 특별한 취향은 없지만 요즘은 SiFi를 즐겨 읽는다고 했더니, 그의 세 번째 소설인 Truck Dreams를 추천했다. 그는 첫 소설 이후 최근작까지 15년을 꾸준히 써 왔다. 첫 작품에 등장한 인물이 여러 작품을 거쳐 최근작에도 등장한다고 했다. 그의 책은 인쇄 상태나 제본 상태가 저렴했다. 자가 출판을 하느라 비용을 적게 들인 티가 났다. 그의 책은 아마존에서도 파는데 판매 순위가 매우 낮았다. 소설 집필만으로 생계가 해결될 것 같지 않았다.
내가 그에게 관심을 가진 것은 나도 소설로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몇 편 습작을 했지만 아이디어 단계에서 멈추거나 초반만 쓰다 말았다. 그러니까 아직 단편 소설 조차도 하나 완성한 게 없다. 나의 꿈이었던 영화 연출이나 연기를 현실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글쓰기는 나의 창작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그런데 글쓰기가 너무 어렵다. 촬영과 배우의 연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지는 영화와 달리 소설은 그 자체로 나를 드러내기 때문에 마치 발가벗은 느낌이다. 부끄럽기도 하고 내 스스로도 만족스럽지 않다. 이거 너무 유치하잖아. 소설가는 참 대단한 존재다. 학교 다닐 때 문창과 수업이라도 좀 들을 걸 그랬다.
프라임 드라이버 중에도 소설가가 있다. 그는 운전 중 틈틈히 글을 써 세 권의 스릴러 소설을 출간했다. 음악을 작곡하는 사람도 있다. 환경이 어떻든 결국은 사람의 의지 문제다.
운전을 하다보면 약간 백일몽 비슷한 상태로 들어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흘려보내는 것도 많지만, 일부는 메모해 둔다.
공부할 것도 많고, 읽어야 할 책도 많은데 소설 창작까지 가능한가?
음성 인식 기술이 많이 발달해 잘 하면 운전 중에도 소설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역사상 최초의 운전 중 집필한 소설을 쓰는 건가? 대충 스토리를 써서 Chat-GPT에게 마무리 해 달라고 하면 될까? AI가 소설도 잘 쓴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