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오붓한 시간도 이번 주로 끝이다. 다음 주부터 여섯 번째 학생의 트레이닝에 들어간다. 이번에는 6만 마일, 최소 3개월 코스다.
최근 들어 프라임에 한인들이 몰린다. 불경기와 관련 있다. 드라이 로드(dry load)는 불경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엄청 오른 유류비도 한 몫했다. 견디다 못한 사람들이 리퍼(Reefer)로 전향했다. 식품을 주로 취급하는 리퍼는 경기의 영향을 덜 받는다. 리퍼가 주력인 프라임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다. 한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경력자는 곧장 업무에 투입되지만, 초보자는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프라임에서 CDL을 따는 사람들은 4만 마일의 트레이닝만 받으면 되지만, 외부 학원 같은 곳에서 CDL을 딴 사람들은 6만 마일 트레이닝을 받는다.
나는 이제 트레이닝 따위는 하지 말고 혼자서 편히 다니자 생각했지만, 사람 인연이 그렇게 안 된다. 내가 가는 사람 잡지 않지만, 오는 사람 막지도 않는 성격이라 그렇다. 여섯 번째 학생인 C와는 심지어 지난 달 뉴욕에서 만나기까지 했다. 그때는 트럭킹 선배로서 조언을 해주고자 했을 따름이다. C는 이미 다른 회사들에 지원했으며, 프라임에서는 사람을 뽑지 않는다는 연락을 받은 터였다.
요즘 프라임은 경력자나 아예 왕초보만 뽑는다. C처럼 외부 기관에서 CDL을 받은 사람은 안 뽑는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리쿠르터에게 다시 연락이 왔단다. 가르칠 트레이너가 있으면 뽑아주겠다고. 갑자기 내가 귀한 몸이 됐다. 내가 아는 한 프라임에서 한인 트레이너는 나뿐이다. 카톡 단톡방에서 나를 소개받은 한인들에게서 연락이 오는데 내가 몸은 하나 뿐이니 어쩌겠는가. 먼저 연락 온 C에게 트레이닝을 하기로 수락했다. 그냥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 나도 도움 받았으니까.
장거리 트럭커가 된다는 것은 그저 직업을 바꾸는 차원이 아니다.
"OTR(Over The Road) trucking isn't just a job, it's a lifestyle."
C는 체격이 나보다 크다. 덩치 큰 사내들이 좁은 트럭에서 24시간을 함께 지내자면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석 달 넘는 기간동안 트레이너는 마음 편히 잠도 못 잔다. 트럭, 배달, 안전 등 모든 문제는 트레이너 책임이기 때문이다.
친절과 인내는 트레이너의 덕목이다. 가르치는 동안 나도 성장한다.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