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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mit Trucker Jan 17. 2020

오토 vs 수동

트럭 트랜스미션 선택은?


수동 트랜스미션 트럭


    

내가 운전을 처음 시작한 1990년대만 해도 대부분 차량은 수동 트랜스미션이었다. 지금은 반대로 대부분 승용차는 오토 트랜스미션이다. 반면 대형 트럭은 여전히 수동 트랜스미션이 대세였다. 오토 트랜스미션은 무겁고 대형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던 것이 2~3년 전부터 시장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재작년 봄 처음 수련 기간에 운전한 트레이너의 트럭은 오토였다. 약 3개월 후 솔로로 데뷔했을 때 내가 받은 트럭은 수동이었다. 당황스러웠다. 수동 트럭은 CDL 면허 딸 때 잠깐 운전한 게 전부다. 그래도 시뮬레이터 교육과 수동 차량 운전 경험을 살려 간신히 적응했다. 첫 솔로 운행을 나갔을 때 무슨 정신으로 운전했는지 모르겠다.      


트럭의 트랜스미션은 일단 기어가 최소 10단이다. 15단짜리도 있다. 후진도 저속후진과 고속후진이 있다. 기어 변속도 클러치만 밟으면 들어가는 일반 승용차와 다르다. 특정 엔진회전수(rpm)에만 기어가 들어간다. 1단에서 5단까지는 1,200 rpm을, 6단에서 10단까지는 1,500 rpm을 변속 기준으로 삼는다.      


트럭은 기어를 바꿀 때 더블 클러치가 기본이다. 클러치도 끝까지 밟으면 안 되고 절반 정도만 밟는다. 처음 클러치를 밟고 기어를 뺀 다음 액셀레이터를 밟아 순간적으로 2,000 rpm 가까이 엔진회전수를 올린다. 다음 클러치에서 기어를 넣는다. (드물지만 운전자에 따라 싱글 클러치만 사용하거나 플로팅(Floating)이라고 아예 클러치를 안 쓰고 변속하기도 한다) 이 과정의 타이밍이 중요하다. 익숙해지기까지 하루에도 몇 번이나 드르륵 기어를 갈았다.     


대형 트럭은 내리막을 내려갈 때 제이크(Jake) 브레이크를 같이 사용해야 한다. 제이크 브레이크는 일종의 엔진 브레이크다. 엔진의 배기 기능을 역이용해 엔진 저항을 얻는다. 가끔 드르르릉 하고 기관총 소리를 내는 트럭은 제이크 브레이크를 사용한 경우다. 이 때문에 마을을 지날 때는 엔진 브레이크 사용금지 표지판을 자주 본다.  

런어웨이 트럭 램프


   

문제는 내리막길에서 제때 기어를 넣지 못한 경우다. 제이크 브레이크는 기어가 트랜스미션에 물려 있을 때 작동한다. 타이밍을 놓쳐 기어를 못 물리면 공회전 상태로 내리막을 내려간다. 나도 내리막에서 무심코 기어를 중립으로 뺐다가 다시 못 집어넣어 혼쭐이 난 적 있다. 기어 중립상태에서는 일단 가속도가 붙으면 아무리 액셀레이터를 밟아도 rpm이 올라가지 않는다. rpm이 맞지 않으면 기어가 안 들어간다. 즉 가파른 내리막을 서비스 브레이크(풋 브레이크)에만 의존해서 내려간다. 브레이크는 마찰로 뜨거워지고 말을 듣지 않는다. 브레이크가 뜨거워지다 못해 불이 나기도 한다. 40톤 가까운 트럭을 가파른 내리막에서 서비스 브레이크로만 세울 방법이 없다. 가파르고 긴 내리막에 런어웨이 트럭 램프가 설치된 이유다. 런어웨이 램프로 들어가면 견인 트럭 없이는 탈출할 수 없지만, 사고로 자신과 타인의 목숨을 잃는 것보다는 낫다.      


일단 수동 트랜스미션에 익숙해지니 편했다. 차량을 내 뜻대로 제어할 수 있다. 특히 후진할 때 편하다. 두 번째 트럭도 수동을 받았다. 앞으로도 계속 수동 트럭을 운전했으면 싶었다. 그러다 지금 타는 세 번째 트럭으로 오토에 대한 내 편견을 버렸다.      


Detroit™ DT12™ Transmission


정확하게 집고 가자면 오토매틱 트랜스미션 트럭은 거의 없다. 내 트럭도 그렇고 시장에 나온 대부분 트럭은 자동화된 수동 트랜스미션(Automated Manual Transmission)이다. 오토매틱과 매뉴얼의 차이는 클러치의 유무다. 요즘 오토라고 나온 대형 트럭은 클러치가 있다. 사람이 손으로 하던 작업을 컴퓨터가 대신할 뿐이다. 운전자는 오토로 사용하지만, 기계적으로는 매뉴얼로 작동한다. (요즘엔 승용차도 AMT로 나온다) 컴퓨터는 적정 rpm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제때 기어를 바꾼다. 최고 숙련자나 할 수 있는 동작을 해내는 것이다. 내리막 가속 상태에서 보통 사람은 엄두도 못 내는 저속 기어로의 변속이 가능하다. 내리막에서 12단, 10단, 9단, 8단을 오가며 제이크 브레이크와 병행해 속도를 제어하는 것을 보면 경이로울 지경이다. 트레이너가 타던 피터빌트보다 내가 타는 프레이트라이너가 여러 면에서 월등했다. 다시는 수동으로 돌아가지 않으리라. 나뿐 아니라 오랜 기간 트럭운전을 해온 사람들도 같은 얘기를 한다.   AMT가 자동의 편리함과 수동의 성능과 경제성을 겸비했기 때문이다.   


오토매이티드 매뉴얼 트랜스미션 트럭. (클러치 페달이 없다)


내가 입사하던 2018년, 프라임에 수동과 자동의 비율은 반반이었다. 2018년 이후로 프라임은 새로 구매하는 모든 트럭을 오토로 바꿨다. 내가 처음 탄 두 대의 트럭은 2016년식이었다.      


스위프트, 프라임 같은 대형 트럭킹 회사를 메가 캐리어라 부른다. 메가 캐리어는 대게 4년 미만의 트럭을 보유한다. 일정 기한이 지난 트럭은 팔고 새 트럭으로 교체한다. 대형 회사에 다니는 장점 중 하나가 최신 사양의 트럭을 운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대형 트럭킹 회사에 취업한다면 십중팔구 자동화된 수동 변속기가 장착된 트럭을 운전하게 될 것이다. 작은 회사에 가야 연식이 지난 수동 트럭을 운전할 가능성이 있다. 승용차가 그랬듯 트럭도 대세는 자동이다. 가끔은 클러치를 밟던 왼발과 기어 막대에 올려놓은 손맛이 그립기도 하다. 운전하는 재미는 수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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