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천리로 후다닥

2월 25일~26일

by Hermit Truc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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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전 7시에 스프링필드 본사에 도착해 오후 9시에 본사를 출발할 때까지 압축적인 하루였다.


트럭과 트레일러 세차 후 야드에 트레일러를 내려놓았다. 주차 공간이 다 차서 갓길에 붙여 주차했다. 내일 새벽 2시까지 배달하는 화물이다. 거리가 700마일이 넘어 팀 드라이빙 트럭에 배정되었을 것이다.


오면서 US-60에 들어선 이후로는 Visible wireless도 신호가 연결되지 않았다. 오히려 Mint mobile은 간간이 신호가 떴다. 비저블은 스프링필드에 들어선 이후로도 no service다. 이건 말이 안 되지. 아이폰을 리부팅하니 신호가 잡혔다.


약속 시각보다 일찍 트랙터샵에서 연락이 왔다. 수리공은 내가 얘기하지 않은 것까지 점검해 필요한 것은 고쳤다. 이래서 외부에 맡기는 것보다 회사 샵을 선호한다. APU 라디에이터에 누수가 있다 했다. 어쩐지 요즘 APU에서 연기가 많이 난다 했는데, 그게 수증기였던 모양이다.


겨울이라 출입문을 닫은 수리창 내부는 다른 트럭의 APU에서 내뿜는 매연으로 목이 메케했다. 나는 오래 버티지 못하겠는데 다들 익숙한지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건강에 안 좋을 것 같은데. 한국에 사는 사람들도 미세먼지에 익숙해져서 아무렇지 않은 걸까?


부품 부서에 가서 엔진오일과 그리즈 팩 10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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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내 매장으로 갔다. 재킷과 모자를 받기 위해서다. PTC Award로 재킷과 배지 그리고 모자를, Safety Award로 모자를 받았다. PTC가 뭔가 했더니 Prime Time Certified의 약자다. 일 년 이상 배달에 한 번도 늦지 않았을 때 주는 상품이란다. 작년에 나왔는데 터미널에 올 기회가 없어 못 받고 있었다. Safety는 6개월 이상 아무런 사고나 Critical Event가 없으면 주는 상품이다. Top 200에 속한 내가 이런 상품을 받는다니 좀 우습기도 하다. 재킷에는 내 이름까지 새겨주었다.


아마존 주문 상품이 배달됐다길래 우편실로 갔다. 펜벤다졸은 봉투에 따로, 나머지 상품은 상자에 담겨 함께 왔다. 물건이 일찍 온 덕분에 볼일이 끝나면 출발할 수 있겠다.


수리가 끝난 트럭을 찾았다. 찬 바람이 잘 나온다. 이제 더위도 추위도 걱정 없다. 전기 배선 문제였다고 한다. 잘못된 배선으로 합선이 생겼고 압축기 나갔단다. 재발하지 않도록 잘 작업한 것 같다.


의무실에 가서 신체검사를 받았다. 간호사가 기본적인 검사를 진행하고 베트남계인 것 같은 수간호원이 최종 진찰을 했다. 웃통을 벗은 내게 청진기를 대고, 이런저런 동작을 해보라고 지시했다. 마지막에 팬티까지 몽땅 내리라 했을 때는 좀 당황스러웠다. 항문검사라도 하려는 건가? 그녀는 내게 기침을 하라고 하고 뒤에서 손으로 내 양쪽 사타구니를 만졌다. 무슨 검사지? 2년 전에는 단체 검사여서 그랬는지 이런 과정은 없었다.

신체검사 증명서는 뉴욕주 DMV에 팩스나 이메일로 보내야 한다. 만일을 위해 둘 다 보냈다.


이제 본사에서 볼일은 끝났다. 10시간 휴식이 끝나기를 기다려 다른 화물 받아서 나가면 된다. 밤새 잠을 못 잤고, 도착 후에도 계속 깨어 있었다. 두어 시간 눈을 붙였다.

드라이브 라인에 가니 바로 화물을 줬다. 목요일 새벽 5시까지 펜실베이니아로 배달하는 화물이다. 1,000 마일이 넘는다. 바로 출발해야 시간을 맞출 수 있다. 운행 기록지와 컴데이터 수표책도 받았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 필요한 것은 다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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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러를 끌고 본사를 나설 때 함박눈이 내렸다. 기온이 영상이라 바닥에 닿자 바로 녹았다.

밤새 달렸다. 새벽 5시경 피곤해서 고속도로 램프에 주차하고 1시간을 잤다. 오늘 500마일 이하로 거리를 줄여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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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 러브스 트럭스탑에 도착했을 때는 운전시간이 1분 남았다. 이곳도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눈이 바로 녹지만 밤에 기온이 더 내려가면 어떨지 모르겠다.

식이유황인 MSM과 요오드 정제를 먹었다. 새로운 영양제를 먹으면 어떨지 몰라 이제야 먹는다. 펜벤다졸과 커큐민은 내일부터 먹기로 했다. 모두 먹기보다는 적응기를 가지는 편이 좋겠지.

아니나 다를까 자려고 침대에 누웠다가 일어났다. 샤워실에서 한바탕 볼일을 봤다. 물이 잘 내려가서 변기가 막히는 불상사는 없었다. 운전 중이었으면 곤란했겠지.

펜벤다졸 복용하면서 나도 유튜브 방송을 시작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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