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 형님과 함께 집으로

3월 14일

by Hermit Trucker

조용하고 한적한 배달처 주차장에서 하룻밤 자고 난 다음 날 오전 8시쯤 회사에서 메시지가 왔다.

‘트레일러 청소하고 연료 가득 채워서 tropjc에 내려놓은 후 집에 가라.’


‘tropjc’는 프라임에서 쓰는 코드다. 뉴저지 저지 시티에 있는 트로피카나 공장을 가리킨다. 집에 갈 때 늘 트레일러를 주차하는 장소다.


내일부터 홈타임이기 때문에 뉴저지로 가는 화물을 줄줄 알았다. 그냥 집에 가라니. 일정에 맞는 화물이 없나 보다.


가만, 재선 형님도 알렌타운으로 오고 있다고 했는데? 전화를 해보니 1시간 40분 남았단다. 재선 형님은 트레이너의 결혼, 눈 수술 일정 등으로 인해 집에 간다고 했다. 여기서 알렌타운은 약 20분 거리다. 만나서 내 트럭으로 함께 집으로 가기로 했다. 버스로 가자면 번거롭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재선 형님과는 일주일 전부터 비슷한 동선으로 움직였다. 내가 하루 먼저 도착하는 식이었다. 도로에서 마주쳐 지나간 적도 있다. 넓디넓은 미국 땅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트레일러 연료도 가득하고 내부도 깨끗한 편이라 굳이 물청소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재선 형님을 만나는 시간도 절약할 겸, 시간을 맞추어 알렌타운의 Hot wash로 향했다. 와쉬아웃을 마치고 근처 몰 주차장에서 기다렸다. 얼마 후 재선 형님과 트레이너가 탄 트럭이 도착했다. 트레이너는 작고 깡마른 체구의 흑인이었다. 재선 형님의 말로는 지독한 구두쇠라 음식도 잘 안 먹는다고 했다. 나는 웬만하면 매번 하는 와쉬아웃도 그는 트레이닝 기간 동안 딱 한 번 했다고 한다. 그것도 거래처에서 거부당해서 어쩔 수 없이 했단다. 와쉬아웃 비용은 회사에서 환급받는데 왜 안 하는지 모르겠다.


내 트럭은 조수석을 떼어내고 냉장고와 전자레인지를 설치한 터라 재선 형님은 침대에 앉아서 왔다. 한참 얘기하며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전방에 고속도로 순찰차가 서 있었다. 순찰차를 통과하자마자 나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엇! 뭐지? 안전벨트 안 했다고 따라오는 건가? 재선 형님더러 침대에 누우라 했다. 침대에서는 안전벨트를 맬 필요가 없다. 경광등을 켜고 따라오던 순찰차는 나를 앞질러 갔다. 나를 따라오는 게 아니었나? 괜히 사람 불안하게 만들고 말이야. 오늘 펜실베이니아 고속도로 순찰대는 작정했는지 곳곳에 포진해 있었다.


트로피카나에 트레일러를 내려놓고 집으로 향했다. 평소 혼잡 구간이던 조지 워싱턴 다리를 수월하게 건넜다. 톨게이트에서 멈출 필요도 없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사람들의 활동이 위축된 탓이리라. 한국은 끝나가는데 미국은 이제 시작이다. 마스크 사기 어렵다고 정부를 욕하는데, 그건 무슨 핑계로든 정부를 욕하고 싶은 마음인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은 마스크를 구하기 쉬웠다면 다른 이유로 정부를 욕할 것이다. 코비드 19 방역에 관해서는 세계가 한국을 본보기 삼아야 한다.


집 근처에 도착해 트럭을 주차했다. 마침 소화전에서 약간 떨어진 위치에 세울 공간이 있었다. 덕분에 아내가 맡아둔 자리에 주차하지 않아도 됐다.



집에 오니 한국에서 친구들이 보내준 구충제가 있었다. 고맙다 친구들아. 내가 인생을 헛살진 않았구나. 뉴스로 대표인 노창현 국장님이 한국에 다녀오면서 사오신 구충제까지 충분한 양을 확보했다.


월마트에서 샀던 펜벤다졸은 두 통은 진즉에 다 먹었다. 얼마 안 먹어서 그런지 특별한 변화는 없다. 다만 간혹 항문이 간지럽던 증상이 사라졌다. 설마 요충이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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