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커스필드(Bakersfield, CA)에서 워싱턴주 올림피아로 가는 아이스크림을 실으려고 기다린다. 약속 시각에 맞춰 왔지만, 아뿔싸, -20도로 미리 냉각하는 것을 깜빡했다. 최소 –10도는 돼야 화물을 싣는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리퍼부터 작동시키고 왔어야 했다. 원래는 입장도 안 되는데, 젊은 여성 경비가 편의를 봐줬다. 대신 –10도 이하로 온도가 내려간 후에 체크인하란다. 안 그러면 자기도 곤란해진다고. 트레일러 내부가 60도에서 –10도로 떨어지기까지 1시간 30분이 넘게 걸렸다. 출발이 늦어지면 배달 약속 시각에 맞출 수 있으려나.
어제는 처음으로 마스크를 착용했다. 콜튼(Colton, CA)에 도착하니 마스크 착용이 의무다. 지난 월요일부터 전국 월마트 관련 시설은 마스크든 뭐든 얼굴을 가려야 입장할 수 있다. 나는 잠깐만 써도 갑갑한데, 온종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대단하다.
안 쓰던 마스크를 써서 그러나? 머리가 아프더니 간밤에는 설사했다. 다행히 오늘 아침에는 상태가 한결 낫다.
캘리포니아는 일주일 만에 다시 찾았는데, 길에 다니는 차량이 많아졌다. 사람들의 인내가 한계에 도달했나?
재선 형님은 눈이 안 좋아 밤 운전은 될 수 있으면 내가 하려고 편의를 봐주고 있다. 얼른 재선 형님은 눈 수술을, 나는 치과 치료를 마쳐야 할 텐데. 재선 형님은 낮에는 잠을 잘 자지 못한다. 그래서 밤 운전을 더 힘들어한다. 운전을 교대하면 침대에서 쉬라고 말해도 조수석에 한참을 앉아 간다. 아무래도 풍경을 놓치기 아까운 모양이다. 이해한다. 나도 그랬으니까.
내가 다녀본 미국 전체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주를 꼽으라면 캘리포니아를 들겠다. 특별히 어느 한 곳이 아름답다기보다는 평균 점수가 높다. 사막, 산, 들판, 농작지, 바다, 유전지대를 골고루 갖춘 복 받은 땅이다. 자연환경을 잘 보존하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어제는 트럭스탑에서 빨래를 했다. 보통은 집에 가서 하는데, 이번엔 기간이 길어져 중간에 한 번 했다. 터미널 세탁실에 비하면 트럭스탑은 비싸다. 그래도 뉴욕보다는 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