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4일
새벽 1시, 10시간 휴식이 끝나기를 기다려 출발했다. 오늘 스프링필드 본사까지 갈 길이 멀다. 600마일이 조금 넘으니까 불가능한 거리는 아니다. 다른 일 없이 운전만 하고 갈 때 얘기다.
먼저 트레일러 내부 물청소(washout)를 해야 한다. 도살장에서 나온 돼지고기를 실었기에 바닥에 피가 흘렀을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매번 다음 화물을 위해 물청소를 하는 게 기본이다. 주변에 트럭 세차장이 없거나, 공휴일이나 심야에 문을 닫는 등 어쩔 수 없는 상황에는 빗자루로 직접 청소하기도 한다. 프라임 리퍼는 대부분 식품 운송이어서 위생에 신경 써야 한다.
이번 화물은 드랍 앤 훅이다. 발송처에 도착하면 가져간 트레일러는 그쪽에서 원하는 위치에 내려놓고, 가져갈 트레일러를 연결해서 나오면 된다.
회사에서 지정한 트럭스탑에 들러 주유도 해야 한다. 그리고는 본사로 직행이 오늘 내 일정이다.
이 모든 작업에 시간이 든다. 신속하고 능률적으로 마쳐야 한다. 그러면 오늘 오후에는 본사에 도착할 것이다.
사람 일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날이 따뜻해 쌓이지는 않는다. 와이퍼를 작동해야 하니 최고 시속이 57마일 이하로 떨어졌다. 회사 트럭은 안전을 이유로 최고 시속 62마일로 제한을 걸어 놨다. 거기다 와이퍼를 사용하면 크루즈가 작동하지 않는다. 가속 페달은 아무리 밟아도 57마일이 최고다. 빗길에서는 더 천천히 달리라는 뜻이다.
오늘 중 본사 도착은 60마일 이상으로 달린다고 가정했을 때 얘기다. 어쨌든 최선을 다해보자.
그다음 복병은 졸음이었다. 그저께인 2일, 종일 하차를 기다리느라 낮에 충분히 쉬지 못했다. 그 상태에서 어제인 3일, 새벽 1시부터 오후 늦게까지 운전했다. 오늘도 새벽부터 밤샘 운전이다. 피곤하다.
전방 센서가 가려졌다는 오류가 뜬다. 내리는 눈이 전방 레이더 센서에 쌓인 모양이다. 이러면 액티브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기에 크루즈 기능이 해제된다. 얼마간 달리면 센서가 정상 작동하기도 했다. 그러기를 몇 번을 반복했다. 오늘 본사까지 가기는 힘들겠다.
고속도로 램프에 세우고 30분을 잤다. 그걸로도 부족해 30분을 더 잤다. 다시 출발했지만, 피곤이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 오전 8시, 휴게소에 주차하고 메시지를 보냈다. 도착 예정 시간 12시. 피곤하고 졸려서 좀 자야겠음. 원래 약속은 10시다. 브라이언에게서 답신이 왔다. 10/4. (텐포는 OK나 알아들었다는 뜻으로 쓰는 업계의 은어다) 약속은 12시로 변경됐다.
프라임은 안전을 중요하게 여긴다. 날씨가 안 좋을 때나 몸 상태가 나쁠 때 운행을 강요하지 않는다. 안전하지 않다 싶으면 트럭을 세울 결정권을 드라이버에게 준다. 대신 연락은 반드시 해줘야 한다. 일정 조정 등 고객사와 소통을 위해서다.
나는 지금껏 일하면서 졸리다는 이유로 약속을 변경한 것은 처음이다. 이 화물은 원래 어제부터 준비돼 있었다. 픽업 날짜도 어제였다. 드랍 앤 훅은 라이브 로드만큼 픽업 시간에 엄격하지 않다. 배달만 제때 하면 언제 가져가도 상관없다. 그렇기에 오늘도 마음 편하게 시간을 미룰 수 있었다.
90분을 자고 나니 회복했다. 센서도 처음 출발 후 잠깐 오류를 내더니 그 이후로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역시 쉬고 가라는 계시였나 보다. 그 덕에 나는 사고를 피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발송처 도착 후 화물 픽업, 트럭스탑에서 주유 등 다음 과정은 순조로웠다. 그러나 본사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설리번(Sullivan, MO) 플라잉 제이에 주차했다. 결론적으로는 처음부터 서너 시간 더 자고 출발했더라면 본사까지 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서두른다고 더 빨리 가는 게 아니었다.
새해 시작하고 나흘 만에 머리를 감았다. 이틀은 배달처에 묶였고 하루는 운행하느라 바빴다. 오늘은 더 시간을 들여 샤워했다. 상쾌하다. 잠시 후 12시 30분에 출발이다. 사흘 연속 밤 운전이다. 다행인 것은 본사까지 3시간 더 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