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Hermit Trucker
Oct 23. 2021
10/22
기약 없는 수리
자의반 타의반으로 열흘 가까이 쉬고 다시 일을 나왔다. 트럭 운전을 시작한 이후 가장 오랜 공백이다.
그 사이 Y집사님은 업그레이드해서 자신의 트럭을 받았다. 다음주 월요일부터 일을 시작한다고 했다. 행운이 함께 하길 빈다.
이달 1일 캘리포니아에서 난 사고로 부러진 왼쪽 후드 미러 교체를 위해 핏스톤 터미널 트랙터샵에 지난 주에 트럭을 맡겼다. 나는 터미널에서 이틀을 기다리다 부품 조달에 시간이 걸릴 듯 해서 샵에 시동키를 맡긴 뒤 대중교통을 이용해 집에 갔다.
집에 도착한 후 며칠을 앓았다. 두통과 설사로 고생했다. 매일 밤마다 아내, 아들과 함께 셋이서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하며 몸을 추스렸다.
집에 있는 동안, 401K 계좌에 있던 자금을 IRA로 이체했다. 투자회사는 같은 피델리티다. 몇 개의 펀드로 투자하던 자금을 모두 현금화했다. 이제는 ETF와 옵션 중심으로 내가 직접 투자할 계획이다.
주문한 부품은 좀처럼 도착하지 않았다. 나는 한편으로는 초조했으나 마음을 편히 먹으려 노력했다. 매일 회사로 전화를 걸어 부품 도착 여부를 확인했다. 목요일에야 부품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늘(금요일) 핏스톤에 왔다. 아내와 딸이 나를 바래다 줬다. 대학생인 딸 아이는 오늘 마침 수업이 없었다. 핏스톤에 도착해 중국 뷔페에서 점심을 함께 했다.
터미널에 도착하니 트럭이 수리가 안 된 상태다. 이상해서 샵에 물어보니 후드 미러를 반대편 부품으로 잘못 주문했단다. 어이가 없었다. 다시 주문을 했는데 언제 올 지 모른단다. 물류대란의 여파인가?
더 이상 기약도 없이 기다릴 수는 없다. 수리가 안 된 상태지만 일단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나는 후드 미러 사용 빈도가 높아 없으면 운전이 불편하지만, 법에 저촉되지는 않는다. 부품이 도착하면 연락 달라고 했다.
홈타임 며칠만 하고 와도 감각이 무뎌져 적응에 시간이 걸린다. 이번엔 열흘 가까이 쉬었으니 더 하다. 다행히 빈 트레일러를 연결하기 위해 밥테일로 한 시간 정도를 운전하며 감각을 살렸다. 트레일러 연결 후 발송처로 이동했다. 날도 저물었고, 펜실베이니아 좁은 동네길을 통과하는 코스라 까다로웠다. 한번은 길을 잘못 들어 몇 십 미터를 후진해 나왔다.
다행히 무사히 발송처에 도착했다. 서류를 받았지만 트레일러를 연결하지 않고 발송처 한 켠에 밥테일 주차했다. 월요일까지 플로리다로 가는 화물이라 시간 여유가 있다. 여기서 자고 내일 아침에 출발하기로 했다. 솔로로 일할 때 시간이 허락하면 가급적 낮시간 운전을 택한다.
트럭 수리를 기다리느라 일을 못한 기간에 대해 보상을 받을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언제가 될 지 모르겠으나, 수리가 끝나면 상대방 보험사에 클레임을 걸 계획이다. 별 것 아닌 것으로 생각했던 사고의 여파가 크다. 부품만 있으면 교체에 30분도 안 걸릴 일인데 열흘을 일을 못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