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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mit Trucker Dec 19. 2022

트럭 세팅 완료

2022년 12월 18일


출동 준비 완료



수요일 트럭을 받았는데, 일요일인 오늘 트럭 세팅을 마쳤다. 



출발이 늦어진 것은 목요일과 금요일 이틀에 걸친 눈폭풍 소식 때문이다. 아내가 나를 핏스톤까지 데려다 주고 혼자 눈길을 운전해 돌아갈 일이 걱정됐다. 앞으로 실컷 일할텐데 하루이틀 늦어진 들 어떠랴. 



집에서 쉬며  아내와 도서관에 가서 책도 빌려보고 쇼핑몰에도 갔다. 



어제 트럭에 필요한 짐을 챙겨 터미널에 왔다. 윈드실드 수리는 완벽하진 않았지만 트집을 잡기에는 애매한 수준이다. 더 시간을 끌어봐야 좋을 것도 없으니 조심해서 타자. 이제 냉장고만 설치하면 된다. 배터리에 직접 연결하는 냉장고라서 전기 작업이 필요하다.  내가 직접할 수 없고 기술자에게 맡겨야 한다. 원래 어제 밤에 했어야 하는 작업인데 착오가 있었는지 오늘 아침 다시 약속을 잡아 오후에 마쳤다. 이 냉장고는 4년 전 네이슨이 내게 줬는데 아직도 잘 쓴다. 



나는 정리에는 잼병인데 아내의 도움으로 수월하게 마쳤다. 아직 정리가 다 끝난 건 아니다. 일하면서 조금씩 하자. 혼자 쓰는데다 2층 침대에 짐을 올려 놓으니 공간이야 넉넉하다.  



어제 새 트럭에서 하룻밤을 잔 아내는 오늘 집으로 갔다. 트럭 히터도 잘 들어와서 편히 잤다. 집에서는 윗층의 소음에 민감해 잘 깨는 아내가 훨씬 시끄러운 트럭에서는 잘 잔다. 



나는 터미널에서 월드컵 결승전을 후반전부터 시청했다. 아르헨티나가 쉽게 이기나 했더니 프랑스의 끈질긴 추격에 동점, 연장전 돌입. 연장 후반 메시의 결승골로 끝나나 했더니 다시 프랑스의 동점골. 결국 승부차기에서 4:2로 아르헨티나 우승. 이런 드라마가 없다. 아무래도 월드컵 보게 하려고 일이 늦춰 졌나 보다.



두터운 프레이트라이너 설명서를 어제 밤에 다 훓어봤다. 계기판 조작법과 트럭 특성을 파악했으니 실제 운행에서도 별 문제는 없으리라. 오늘은 워셔액을 채워 워셔 스프레이 작동을 확인했고, 부동액이 조금 부족한 듯하여 보충했다. 드라이브 타이어 공기압도 92 이상으로 올렸다. 겨울에 기온이 내려가면 공기압이 낮아진다. 달리면 서서히 올라가지만 처음부터 적정 공기압으로 채워주는 게 좋다. 스티어링 타이어는 둘 다 106이어서 손 댈 필요가 없었다. 사이드 미러도 조정했다. 후드 미러와 컨벡스 미러는 가동 범위가 이전 트럭들과는 좀 달라서 최대한 내게 맞게 한계치까지 조정했다. 



프라임앱에 아직 내 트럭이 뜨지 않는다. 이 상태에서는 일감을 받을 수 없다. 마리오가 주말에는 일을 안 하는 모양이다. 토요일인 어제 계약서에 사인을 했더니 아직 담당자의 확인 절차가 끝나지 않아 내일까지 기다려야 할 판이다. 어차피 내일 디테일샵에서 윗층 침대 매트리스도 받아야 하니 잘 됐다. 충분히 휴식하고 월요일부터 새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자. 



트럭 이름을 뭐라고 지을까? 제니씨는 블루맨을 추천했다. 나쁘지 않지만 블루에는 우울하다는 뜻도 있어 사양했다. 그리고 미국에서 탈 것은 여성형이다. 트럭도 she다. 그러니 여성형을 쓰거나 중성형 이름이 좋겠다. 블루버드, 파랑새는 어떨까? 트럭 운전은 누군가의 꿈과 희망을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하니까. 그냥 '파랑이'라 부를까? 생각 좀 더 해보자.  



2025년 3월까지가 리즈 계약이다. 2년 3개월 남았는데 그때까지 잘 해보자. 천천히 오래도록 멀리. 트레이닝은 당분간 중단한다. 수입이 약간 줄겠지만, 길게 보고 가자. 인연이 닿으면 누군가를 만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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