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Hermit Trucker
Dec 21. 2022
블루버드의 첫 화물은 아이스크림
2022년 12월 20일
블루버드와 첫배달 완료
버몬트 최북단 세인트 알반(Saint Albans)에 왔다. 여기서 북쪽으로 조금 더 가면 캐나다다.
오늘 아침 메인 사코(Saco)에 첫 배달을 마치고, 두 번째 배달할 물건을 받으러 왔다. 고객이 같아서 그런가, 첫번째와 두번째 모두 벤앤제리(Ben & Jerry) 아이스크림이다. 한 겨울에 아이스크림 배달이라니.
어제, 월요일 아침 브라이언에게 문자를 보냈다. '브라이언, 나 돌아왔고 일할 준비 됐어.' 답이 없다. 또 씹는 거냐? 계약서도 펜딩 상태고 프라임 앱에서도 내 트럭이 뜨지 않았다. 뭔가 이상하다. 마리오에게 연락했다.
"내 계약서가 아직 펜딩 상태야."
"아 그거 원래 그래. 그거랑 상관 없이 일할 수 있어."
"내 트럭 정보가 앱에 안 뜨는데."
"그건 네 플릿 매니저가 너를 등록시켜줘야 해."
브라이언에게 전화했다.
"프라임 앱에 내 트럭이 안 뜨는데, 너가 등록해줘야 한다더라."
"난 아무런 얘기도 못 들었는데."
"난 지난 주 수요일에 트럭 받았다고. 사인은 토요일에 했고."
"어 그래? 내가 알아보고 연락 다시 줄게."
브라이언은 당황한 목소리였다. 잠시 후 브라이언에게 연락이 왔다. 이제 정신 좀 차린 목소리다. 브라이언은 조치가 끝났다고. 나한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나는 쿨하게 노 프라블럼이라 했다. 지금 와서 누구 잘잘못 따지고 화내봐야 뭐하나. 앱을 열어보니 내 트럭 정보가 뜬다.
일감이 없는 지 오후 3시에야 해즐턴에서 오하이오 워싱턴코트로 가는 화물이 들어왔다. 월마트 화물이라 일찍 배달할 수도 없다. 일정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일단 터미널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니 받기로 했다. 가져가라는 빈 트레일러가 야드에 없길래 트레일러 샵에서 찾아 연결해서 나가려는데 화물이 바뀌었다. 메인으로 가는 화물이다. 내일 아침 배달이고 가격도 훨씬 좋다. 브라이언이 나한테 미안해서 좋은 화물을 준 것 같다.
터미널을 나서려는데, 아웃바운드에서 트레일러에 문제가 있다고 샵으로 다시 돌아가란다. 샵에서 수리 마치고 나온 트레일러인데 제대로 안 됐나 보다. 허브실을 교체해야 한단다. 타이어도 안쪽이 마모가 심해 2개를 갈아야 한단다. 샵으로 가니 빈 베이가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야드에 트레일러를 떼어 놓고 기다렸다. 얼마 후 트레일러를 샵으로 가져 가길래 따라가 그 앞에서 기다렸다. 수리가 끝나는대로 바로 끌고 나가려고.
시간을 많이 지체했다. 남은 시간을 계산해봤다. 수리가 여기서 더 늦어지면 내일 배달에 늦을 것 같다. 디스패처에게 메시지를 보냈더니 다른 트레일러 번호를 알려주며 연결해 나가란다. 야드에서 트레일러를 연결하자니 다른 트럭이 와서 자기 트레일러란다. 나는 문자를 보여 줬다. 그도 자기 디스패처에게 받은 문자를 보여주는데 트레일러 번호가 같다. 먼저 연결한 놈이 임자지.
해즐턴에 가서 드랍앤훅으로 트레일러를 받았다. 밤새 달려야 배달 시간을 맞출 수 있다. 첫날부터 철야 운전이냐.
블루버드는 지금끼지 운전해 본 트럭 중 승차감이 가장 낫다. 부드럽고도 단단한 안정감이 느껴진다. 최신형이라 그런지 프레이트라이너여서 그런지 암튼 마음에 든다. 두달 보름만의 운전인데다 처음 타보는 모델이라 걱정했는데 금새 익숙해졌다.
산길에서 액티브 브레이크와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자주 꺼졌다. 이게 무슨 현상이지? 원래 그런건지 무슨 오류인지? 원래 그렇다기에는 너무 자주 꺼진다. 산길을 벗어나니 꺼지는 빈도가 줄어들었다. 한번 알아봐야겠다.
밤새 달려 펜실베이니아 - 뉴욕 - 메사추세츠 - 뉴햄프셔를 거쳐 새벽 5시에 메인에 도착했다. 배달처는 닥이 하나 뿐인 작은 곳이었지만 후진에는 문제 없었다. 닥에 대고 기다리니 직원이 출근해 짐을 내렸다.
럼퍼피(하역비)가 350달러란다. 디스패처에게 연락해 내 카드로 돈을 보내, 수표를 적어 주면 된다. 그런데 수표에 돈이 등록되지 않았다. 전화로 하다가, 상담원에게 연락해 봐도 안 된다. 앱으로 해봐도 자꾸 오류가 난다. 내 카드가 문제가 있나 보다. 아까 터미널에서 나올 때도 내 카드로 주유가 안 돼서 직원이 다른 카드로 넣었다고 했다. 처음 발행한 카드에서 종종 생기는 현상이란다. 럼퍼피는 내야 하니 디스패처에게 익스프레스 코드를 보내 달라고 했다. 익스프레스 코드로는 수표에 등록이 됐다.
짐을 다 내리니 14시간 서비스 아워가 지났다. PC(personal conveyance) 모드로 3마일 거리의 동네 트럭스탑에 갔다. 5대 주차 가능한 작은 곳인데 아침이라 그런가 주차한 트럭이 없었다. 샌드위치 하나 사서 아침으로 먹고 잠을 잤다. 오후 3시 이후에나 다시 움직일 수 있다.
다음 화물이 들어 왔는데 버몬트에서 테네시로 가는 화물이다. 누가 한번 거절한 모양이다. 배달 시간은 괜찮은데 가격은 별로다. 배달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해선 안 된다. 평균이 중요하다. 올 때 좋은 가격으로 왔으니 나갈 때는 낮은 가격이라도 감수하자. 메인에서는 받아 나갈 화물이 별로 없다.
북동부의 문제는 트럭스탑도 별로 없지만, 트레일러 와쉬아웃할 곳은 더 적다는 것이다. 멀리 돌아가서 트레일러 세척하기도 애매하다. 주차한 트럭스탑에서 낙엽 청소용 송풍기로 대충 불어냈다. 이 정도만 해도 쓸만하다.
드랍앤훅이니까 트레일러 연료통은 꽉 채워서 내려놓아야 한다. 가는 길에 주유 가능한 트럭스탑은 있다. 트럭스탑에 가서 리퍼 연료통을 채우려는데 결제 승인 에러가 났다. 역시 내 카드에 문제가 있었나보다. 회사 연료 데스크에 전화하니 문제가 해결됐다. 앞으로는 괜찮겠지.
버몬트 벤앤제리는 컴퍼니 때 자주 왔던 곳이다. 컴퍼니 드라이버는 선택권이 없으니 주는대로 받아야 한다. 야간 주차도 가능하고, 직원도 친절하다. 문제는 가는 길이 무지 구불구불한 산지를 통과해야 한다는 것. 메인이나 버몬트는 벽지다 보니 고속도로망이 발달하지 않아 국도 구간을 이용할 일이 많다.
가져 갈 트레일러를 연결하고 여기서 밤을 새고 아침에 출발하기로 했다. 한번 밤에 일하면 계속 밤에 일하게 된다. 시간이 허락하면 리듬을 끊어 낮운전으로 바꾸는 편이 좋다. 밤 운전도 여러 장점이 있지만 생체리듬에 맞지 않아 피로도가 높다. 더구나 산길을 밤에 달리는 것은 가급적 사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