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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mit Trucker Dec 23. 2022

켄터키에서 맞은 강추위

디젤유 젤리화 현상

2022년 12월 22일

겨울은 트럭커에게 힘든 계절이다. 켄터키에서 이번 겨울 최대 혹한을 맞았다. 중부 지방의 추위는 때로 가혹하다. 새벽에는 화씨 -3도까지 떨어진다니 섭씨로는 영하 20도다. 복장이 다소 부실해 5분 이상 야외에 있으면 생명의 위협을 살짝 느낄 정도다. 트럭 내부는 히팅이 되고 전기요도 깔아서 자는데 문제는 없다.

강추위가 왜 문제가 되나면 디젤 연료의 특성 때문이다. 디젤유는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젤리처럼 굳는다. 연료필터에 담긴 디젤이 젤리화되면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연료 첨가제를 사용한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응급 서비스 부르는 것에 비할 바는 아니다.

흰색은 연료에 첨가하는 응고방지제고, 빨간색은 이미 응고가 됐을 때 연료필터에 사용하는 응급처치제다. 가급적 빨간색은 쓸 일이 없기를 바란다. 밤새 엔진을 돌리는 트럭은 상관 없지만, APU로 난방을 해결하는 트럭은 밤새 엔진을 꺼놓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가끔씩 돌아가는 리퍼 엔진도 마찬가지다. 극지를 다니는 트럭은 겨우내 24시간 시동을 끄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까지 네 번의 겨울을 지났지만 시동 문제가 생긴 적은 없었다. 연료첨가제로 적절히 대응한 덕분인지, 운이 좋았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바람이 강하게 부는데다 눈까지 약간 내려 내일 새벽 운전이 걱정이다. 중남부 지방의 제설 능력은 북동부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조심해 운전해야지.

그제 버몬트에서 출발해 뉴욕, 펜실베이니아를 거쳐 오하이오에서 하룻밤 잤다. 오랫만에 트럭스탑 커피를 마셨다. 트럭스탑 커피라고 별 것은 아니지만 이 맛에 익숙해져서 이제는 스타벅스 커피는 거의 안 마신다. 트럭스탑 커피 중에서는 파일럿이 제일이고 그 다음은 러브스다. TA는 커피 맛이 떨어진다.

오랫만에 장시간 운전을 해서인지 어제는 두통이 왔다. 만사 제쳐두고 잤다. 아플 때는 수면이 최고 보약이다. 과연 오늘 아침에는 컨디션이 돌아왔다. 두 달 넘게 공백을 가져서인지 심리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트럭 운전 생활에 적응이 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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