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배달 마치고 트럭 스탑에서 쉬다가 출발할 때까지도 멀쩡했다. 발송처에 도착해 닥에 대고 기다리는데, 경고 메시지가 들어왔다. 리퍼 연료가 부족하다고. 뭔 소리야? 출발할 때 ¾ 있는 걸 확인했는데. 나가서 연료통 게이지를 보니 1/4로 줄었다. 이렇게 빨리 연료가 닳을 리 없는데.
바닥을 보니 오줌 줄기 마냥 연료통에서 디젤유가 흘러나왔다. 오면서 별 다른 일 없었다. 그저 평소처럼 운전했을 뿐. 아무튼 수습이 우선이다. 다행히 아직 짐을 싣지 않았다. 사무실로 가서 상황을 알리고 상차 작업을 중단해 달라고 했다. 회사 RA와 디스패처에게 각각 연락했다. 사진도 찍어 보냈다.
연료 유출이라 그런지 회사에서는 이 사건을 중대한 사고로 받아 들이고 처리했다. 나는 사무실로 가서 새는 기름을 받을만한 그릇이 없는 지 물어봤다. 패드만 한뭉터기 받았는데 그걸로 턱도 없다.
발송처에서 사람들이 나와 방제 작업을 시작했다. 나한테는 트레일러를 갖고 그 장소를 떠나라고 요구했다. 발송처를 나오자마자 전화가 왔다. 로드 서비스가 도착했단다. 근처 작은 주유소로 이동한 후 찾아 오라고 했다. 서비스맨은 살펴보더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했다. 연료탱크에 구멍난 걸 길에서 무슨 수로 고치겠는가. 주유소에 도착했을 때는 모든 연료가 새나가 더 이상 흘러나오지 않았다.
정시 배달은 글렀다. 다른 트럭 찾아보라고 야간 디스패처에게 연락했다. 가능한 트럭이 없단다. 내가 처리해야 한다. RA에게서 연락이 왔다. 근래 문을 연 미누카 터미널로 가서 다른 트레일러와 바꾸란다. 서비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동하면서 PC 모드를 사용해 휴식 시간이 연결됐다. 내일 새벽 5시에는 다시 서비스 시간이 돌아온다.
주유소 근처에 식당이 있는데 트럭 수십 대는 주차할만한 공터를 마당으로 쓴다. 저녁 9시에 영업은 끝났다. 그쪽으로 이동해 주차했다. 미누카까지는 140마일이다. 왕복 280마일인데 이거 누가 보상해주려나? 발송처까지도 450마일이니 내일 중으로 배달은 못 한다. 월마트 DC 배달이라 어차피 약속 새로 잡아야 한다. 모레라도 잡히면 다행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