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리퍼 연료통 누출 사고가 없었다면, 어제 배달을 마치고 새로운 화물을 받았을지도 모르지만, 말일인 오늘이나 새해 첫날인 내일은 일이 없다. 차라리 잘 됐다 싶다. 내일 하루 쉬면서 정리 좀 하자.
말일의 트럭 스탑은 어디나 한산하다. 다니는 트럭도 거의 없다. 조용해서 좋다. TA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Flying J로 이동했다. 샤워를 하고 밀린 빨래도 했다. 빨래에 3불, 건조에 2.75불 들었다. 목욕재계하고 새해를 맞아야지.
지난 해(2021년) 8월부터 트레이너로 일하며 정신 없이 살았다. 나 자신과 주변을 둘러볼 틈이 없었다. 최근에 투자 계좌를 열어 보니 한심했다. 깡통을 차진 않았지만, 반의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내가 좀 관심이 있었다면 몇 달 전 마지막 탈출 기회를 이용했을 것이다. 최소한 헤징이라도 해서 손실을 줄였을 것이다. 그때는 증권 계좌를 열어보지도 않던 때였다.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냥 손 놓고 있었다. 그래서 얼마나 잃은 줄 몰랐기 때문에 속은 편했다.
옵션 몇 개는 말 그대로 휴지가 됐다. 일반 주식이야 갖고 있으면 언젠가는 오른다는 희망이라도 있지만, 만기가 정해진 옵션은 기한이 지나면 끝이다. 테슬라 1년 장기 콜옵션은 가치가 0원이다. 오르락내리락 해도 설마하니 1년 후에는 올라있겠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1년 내내 흘러내렸다. 이럴 줄 몰랐지. 애플과 니오 등 2년 장기 콜옵션은 내년에 기대를 걸어본다. 아니면 말고. 빚내서 산 건 없으니까 잃으면 수업료 치면 된다. 깡통을 열 번은 차야 주식고수가 된다던데, 나는 평생 주식고수 되기는 그른 것 같다.
세금을 줄일 목적으로 손실을 확정 짓는 로스컷 세일을 할까도 생각했다. 감세 혜택이 1년에 3천불까지 적용되고 그 이상의 손실은 익년으로 3천불씩 계속 이월된다는 사실을 알고 그만 뒀다. 내가 운용하는 계좌가 대여섯개 되는데 로빈훗 계좌에서만 올 한 해 2만불 이상 손실이 났다. 옵션에 레버리지 상품까지 투자하면서 위험관리는 전혀 하지 않은 탓이다. 게으름과 안일함의 댓가다. 트레이닝하면서 죽어라 벌면 뭐하나. 그보다 더 많이 잃었는데.
다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나보다 훨씬 큰 규모로 손실 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는 어찌보면 바빠서 투자에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각 계좌에 미처 투자 못한 현금이 제법 남았다. 괜히 손실 만회하겠다고 욕심부리다 그것마저 날려먹었을 공산이 크다. 이렇게 하락장이 계속 됐으니까.
내년에도 투자로 큰 돈 벌겠다는 생각은 없다. 공부를 제대로 하고, 그 아이디어가 실제로 적용되는지 실험해 볼 생각이다. 크게 버는 것보다 크게 잃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코로나 이후 상승장에서는 뭘 사도 다 벌었다. 그걸 실력으로 착각했다. 진짜 실력은 하락장에서 잃지 않는 것인데. 큰 욕심 부리지 말고 물가상승률 + 은행이자 이상만 목표로 하자. 연 10%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노동수입을 언제까지고 올릴 수는 없다. 언젠가는 연금과 투자수익에 의존해서 살아야 할 것이다. 그날이 올 때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하고 실험하자. 그리고 기록하자.
내년에는 아이들에게 물려줄 투자 계좌를 하나씩 만들어 내 아이디어대로 운용해봐야지. 매달 일정액을 적립해서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갈 무렵 계좌를 통째로 넘겨주면 도움이 되겠지.
프라임에서는 매해 연말연시에 일하는 사람들에게 보너스 혜택을 준다. 그 동안에는 일정 금액을 줬고, 작년에는 거래처에 얘기해 운임 단가를 더 높였다. 그런데 이번 해에는 방식을 바꿨다. 모두에게 조금씩 주던 것에서 소수에게 몰아주기로 말이다. 올해 12월 23일부터 1월 2일까지 11일간 일한 날짜 수 만큼의 라플 티켓을 준다. 상품으로 램 픽업트럭 3대와 현금 5천 달러, 1회 트럭 페이먼트 면제 등의 혜택을 걸었다. 픽업트럭 한 대는 내 차지다. 트럭을 받으면 아내가 매번 수고스럽게 터미널로 나를 태우러 오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캠핑 트레일러를 빌려 트럭에 연결해 캠핑을 다닐 수 있다. 요즘 아내가 캠핑에 재미 들였다. 그래서 나는 트럭을 받기로 했다. 감사히 잘 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