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이론 중 대상관계 이론에서는 태어나서 약 2달가량의 기간을 "정상 자폐" 단계라고 부른다. 자폐라는 말이 의미하듯 이 기간의 아기는 자기 내면으로 완전히 몰입되어 있다. 마치 세상에서 살아내갈 준비를 하는 듯 웅크려있다. 자연스럽게 외부와의 상호작용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 어떤 사회적 반응도 보이지 않는 이 정상 자폐 단계를 견디는 과정은 양육자인 엄마로서는 참으로 힘이 든다. 사회적 반응이 없다는 것은 "엄마를 향해 웃어주기"는커녕 "엄마와의 눈 마주침"도 하지 못한다.
그러니 힘들다. 하루 종일 온 힘을 다해 아이에게만 집중하고 몰두하는데 아이는 그 어떤 보상도 나에게 주지 않는 느낌이다.
우리는 관계 맺고자 하는 사랑하고 사랑받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본능을 가진 인간이기에, 갓 태어난 아이와 단둘이 있을 때 마주하는 현실에서 나는 정말 지독히도 외롭고 쓸쓸한 마음까지 들 때도 있다.
그래서 배냇짓이라도 웃는 표정을 보면 웃어줬다고, 좀 찡그리기라도 하면 어디가 불편한지 호들갑을 떨면서 아이가 보내는 소통의 신호들을 찾아내기 위해 부단히도 애를 쓰나 보다.
많은 엄마들이 "두세 달은 지나야 얘가 내 자식 같다니까요."라든가 "이제 날 좀 보고 웃어주니 좀 덜 힘든 거 같아요."라고 말한다. 막상 애를 낳고 키워보니 정말 공감이 된다.
남편이 출근하고 첫째가 어린이집에 간 후에 정신없는 아침 시간이 가고 나면 비교적 고요한 시간이 찾아온다. 신생아와 나. 우리 단 둘.
물론 젖도 주고, 기저귀도 갈아줘야 하고, 울면 달래고, 잠들지 못하는 아기를 들어 올려 잠자게 도와주는 이 모든 과정이 바쁘고 참 피곤하기도 하지만, 어쩐지 이 찰나의 시간은 고요하게 느껴진다.
세상은 바삐 돌아가는데 마치 나만 홀로 외딴섬에 남겨진 기분. 가끔은 적막하기까지 하다.
너는 네 안에서 먹고 자고 싸고 웅크리고 기지개를 켜기도 하면서 너의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거고,
나는 나대로 너를 먹이고 재우고 기저귀 갈아주고 쭈쭈해주면서 엄마의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