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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하는 쏘쏘엄마 Sep 30. 2021

육아라는 외딴섬



 상담이론 중 대상관계 이론에서는 태어나서 약 2달가량의 기간을 "정상 자폐" 단계라고 부른다. 자폐라는 말이 의미하듯 이 기간의 아기는 자기 내면으로 완전히 몰입되어 있다. 마치 세상에서 살아내갈 준비를 하는 듯 웅크려있다. 자연스럽게 외부와의 상호작용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 어떤 사회적 반응도 보이지 않는 이 정상 자폐 단계를 견디는 과정은 양육자인 엄마로서는 참으로 힘이 든다. 사회적 반응이 없다는 것은 "엄마를 향해 웃어주기"는커녕 "엄마와의 눈 마주침"도 하지 못한다.


그러니 힘들다. 하루 종일 온 힘을 다해 아이에게만 집중하고 몰두하는데 아이는 그 어떤 보상도 나에게 주지 않는 느낌이다.


우리는 관계 맺고자 하는 사랑하고 사랑받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본능을 가진 인간이기에, 갓 태어난 아이와 단둘이 있을 때 마주하는 현실에서 나는 정말 지독히도 외롭고 쓸쓸한 마음까지 들 때도 있다.


그래서 배냇짓이라도 웃는 표정을 보면 웃어줬다고, 좀 찡그리기라도 하면 어디가 불편한지 호들갑을 떨면서 아이가 보내는 소통의 신호들을 찾아내기 위해 부단히도 애를 쓰나 보다.


많은 엄마들이 "두세 달은 지나야 얘가 내 자식 같다니까요."라든가 "이제 날 좀 보고 웃어주니 좀 덜 힘든 거 같아요."라고 말한다. 막상 애를 낳고 키워보니 정말 공감이 된다.


남편이 출근하고 첫째가 어린이집에 간 후에 정신없는 아침 시간이 가고 나면 비교적 고요한 시간이 찾아온다. 신생아와 나. 우리 단 둘.


물론 젖도 주고, 기저귀도 갈아줘야 하고, 울면 달래고, 잠들지 못하는 아기를 들어 올려 잠자게 도와주는 이 모든 과정이 바쁘고 참 피곤하기도 하지만, 어쩐지 이 찰나의 시간은 고요하게 느껴진다.


세상은 바삐 돌아가는데 마치 나만 홀로 외딴섬에 남겨진 기분. 가끔은 적막하기까지 하다.


너는 네 안에서 먹고 자고 싸고 웅크리고 기지개를 켜기도 하면서 너의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거고,

나는 나대로 너를 먹이고 재우고 기저귀 갈아주고 쭈쭈해주면서 엄마의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나 보다.



이제 조금씩 우리의 세상이 마주하는 날이 오기를,

잔잔한 너의 성장의 물결이 나에게 스며들어

함께 소통하는 날이 오기를



나를 향해서 방긋방긋 어여쁘게 웃어줄 너를 엄마는 기대하며 기다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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