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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하는 쏘쏘엄마 Nov 09. 2021

현직전문상담교사의 하루 일과


안녕하세요 ^^ 전문상담교사 쏘쏘엄마입니다. 

오늘은 "전문상담교사의 하루 일과"를 주제로 포스팅을 들고 왔습니다! 


제가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시절, 상담 선생님들이 실제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이분들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는지 궁금했던 기억이 있어요. 제가 교생실습했던 당시만 해도 그곳엔 위클래스(학교상담실)가 없었고, 전문상담교사 제도도 자리 잡기 전이라서 한 달을 있었지만 제대로 배우거나 보질 못했었거든요.ㅠㅠㅠ 정말 아쉬웠답니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좋아져서 교생실습에서도 많이 보고  배울 수 있을 테지만, 교생실습을 하지 않고도 전문상담교사가 되는 다양한 루트들이 있으니까요! 현직 상담교사의 하루가 어떻게 시작되고 끝나는지 간접적으로 체험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서 이번 주제를 들고왔습니다. 


매번 강조하지만, 이번 포스팅도 지극히 저 개인의 주관적인 경험임을 꼭 기억해 주세요. 

다른 상담교사도 이럴 거다~하는 일반화는 노노에요^^  그냥 이렇게 하루를 보내는 상담교사도 있구나! 하고 생각해 주세요☺




학교는 수업을 메인으로 돌아가는 곳이기에 매시간마다 정해진 일정이 있어요.  

시간표에 따라 시종이 울리지요. 그래서 저의 하루도 학교의 시간표를 중심으로 흘러간답니다.


출근한 후부터 퇴근하기 전까지의 일상 공유! 시작할게요☺

*제가 있는 중학교의 근무시간은 오전 8시 40~ 오후 4시 40분입니다.  



1. 출근은 8시 20~30분쯤에 해요!


 - 학교는 학교 특성 때문인지 근태를 굉장히 중시해요. 대부분 정시 퇴근은 눈치를 주진 않지만, 지각에는 좀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 많아요. "일찍 출근한다"라는 거 하나가 "근무 태도가 좋다!"라고 평가받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그래서 되도록이면 지각하지 않는 것이 좋답니다. 뭐.. 어디든 그렇겠지만요?   


 - 아침잠이 매우 많은 저는 아침에 정말 열심히 서둘러요ㅋㅋ 게다가 직장이 거리가 좀 멀어서 (막히는 길이라 편도 40~50분) 아침에 애 챙기고 출근하려면 정말 바쁩니다. 가까운 서울로 내신을 쓰고 싶기도 한데 그 과정이 좀 복잡하네요. (TO가 맞교환이라서 경기도에서 서울로 가기 위해선 서울에서 경기도로 오는 상담교사가 있어야 해요. 타이밍이 딱 맞아야 하는데 쉽지 않네요^^;) 


- 학생들 등교는 9시라서, 아침 지도가 있는 날에는 좀 더 일찍 출근하여 준비한 후 미리 내려가서 지도를 합니다. 




2. 출근 후에는 <위클래스 환경 정비 - 그날 상담 일정 확인 후 메시지 발송 - 업무 및 회의 확인> 등을 합니다.


 - 환경 정비라는 건 별게 없어요. 들어가서 불 켜고, 창문 열어 환기 시키고, 책상 정리하고, 노트북 켜는 등의 일들을 합니다. 저는 그날 그날 기분에 따른 아로마 디퓨저를 틀어놓고, 잔잔한 음악을 깔아놔요^^ 


- 그 후에는, 이렇게 [상담 시간표]를 보면서 그날 그날 상담할 친구들의 일정을 확인합니다. 

 학교는 매주 같은 시간에 상담을 하기가 어려워요. (점심시간/ 방과 후 시간 제외) 왜냐하면 매주 같은 시간에 상담을 하게 되면 같은 수업을 계속 빠져야 하거든요. 그래서 매주 시간을 달리 배정을 하는데 그러다 보니까 헷갈려 하는 친구들이 꽤 많아요. 그래서 시간표를 확인 후, 해당 학생 담임선생님께 업무 메신저를 통해서 


"오늘 2교시 000 학생 상담이 있습니다. 학생이 잊지 않고 상담에 올 수 있도록 아침 조례 시간 후에 개인적으로 한 번 더 말씀해 주세요. 변동되는 상황이 있다면 꼭 미리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내놔요. ^^ 


- 다음으로는 오늘 하루 내가 해야 하는 업무나 회의를 확인합니다. 일도 많고, 제가 잘 까먹는 편이라서 달력에도 체크해놓고, 노트북 옆에도 그날 해야 할 일들을 적어놓는 편이에요. 




3. [1교시] 행정 및 그날 있을 상담 브리핑  


- 학교에서 일하다 보면 우리 매력이 팡팡 튀는 청소년님들 덕분에 하루에도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정말 많이 터져요. 그래서 저는 되도록이면 1교시는 상담을 잡지 않고 그날 중요한 행정 일은 미리 끝내놓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뒤에 상담을 할 때, 행정일 때문에 좀 신경이 쓰이기도 해서요^^;;


- 그리고 그날 있을 상담 일지를 교시별로 정리해 놓고 쭉 살펴봅니다. 오늘 만날 아이들의 주호 소문제부터 상담 진행 과정, 목표/ 전략, 전 회기 상담에서 다뤘던 것과 오늘 상담에서 다루어야 할 부분들, 교사 자문이나 학부모 상담 등등. 일지를 보며 머릿속에서 내담자와 관련된 사례 개념화를 다시 해봅니다. 저는 이러한 저의 행위를 상담 브리핑이라고 부르는데 꼭 누군가에게 보고하지 않아도 나 스스로 설명하고 보고해보는 거예요. ㅎㅎ 전 혼자 일하니까요......................... ㅋ 만약에 행정 일이 거의 없는 날이면 상담 브리핑 시간이 길어지지만 행정 일이 유독 많은 날은 현실적으로 상담 브리핑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힘들 때도 있어요 ㅠㅠ 




4. [2~3교시] 개인 상담 또는 심리 검사


- 저는 주로 2~3교시에는 거의 대부분 상담을 해요. 1교시 브리핑 후의 오전 시간이라서 집중도 훨씬 잘 되기도 하고, 점심시간에는 다양한 일정이 있어서 4교시에는 밥을 먹어야 해서요. 


- 담임 선생님께 보낸 메시지 덕에 대부분 잘 오는 편이지만 아주 가끔 아이가 까먹어서 안 오는 경우에는 아이의 성격이나 성향에 따라서 교실로 데리러 가기도 하고 기다려보기도 해요.. 그래서 첫 회기 때 만약에 까먹어서 상담을 못하는 경우엔 그다음 주에 만나야 된다는 것을 미리 고지를 해요.  만약 아이가 안 오는 경우라면 밀린 행정업무를 한다거나, 전화로 자문이나 밀린 부모상담을 해요. (뭔가 계속 바쁘네요 ㅎㅎ) 


- 필요한 경우, 또는 학생이나 부모가 신청한 경우 심리검사를 진행하고 해석하기도 하는데요. 제가 주로 진행하는 심리검사는 MMPI, SCT, K-WISC, HTP, KFD, TCI, MBTI 등등이 있습니다. 


- 저는 상담도 중요하지만 상담 전후의 일들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를 만나 마음을 나누려고 위클래스(학교 상담실)까지 온 이 아이들에게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한 제일 반갑고 따뜻하게 맞이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애가 왔는데도 내가 정신없이 바쁘다거나, 귀찮다거나, 지친다거나 하는 내색이 있다면 상담에도 영향이 가더라고요. 그래서 상담이 끝나도 꼭 문 앞까지 배웅을 해주는 편이에요. 


 그리고 상담 후 10분 쉬는 시간 동안에는 다음 상담을 위해 되도록이면 온전히 저만의 힐링 타임을 가지려고 합니다. 상담자도 좀 털어내고 회복될 시간이 필요한 거 같아요. 그래야 다음 내담자에게도 또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상담 후에 눈을 감고 노래를 듣거나, 아로마 향을 맡으며 묵상하거나, 좋아하는 차를 마시며 이전 상담의 여운을 털어내는 편이에요. 만약... 그렇지 못하고 쉬는 시간에도 막 정신없이 일하거나, 누군가 찾아와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음 상담에 들어가면 좀 소진이 빨리 되더라고요 ㅠㅠ 물론 학교에서는 갑자기 아이들이나 선생님들이 찾아온다거나 하는 일들이 많기에 쉬지 못할 때도 많아요;




5. [4교시] 오전 상담 일지 정리 & 급식  



저는 상담할 때 중요한 개입과 내용은 적으면서 상담을 해요. 그 내용을 바탕으로 해서 노트북의 상담 일지에 정리해서 옮겨 적습니다. (저는 상담 일지를 2개 쓰는데요, 하나는 아주 프라이빗하게 저만 보는 내용이고 또 하나는 개인 정보 보관 방침에 따라 학교에서 10년간 보관해야 하는 일지에 옮길 내용이에요. 학교 상담 일지 관련해서는 언젠가 포스팅에서 자세히 다룰게요) 


- 이 상담 일지는 제가 만든 것이고, 학교마다 조금씩 틀이 다른 걸로 알고 있어요.  




- 그리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 급식 타임 ~~~ 밥을 먹으며 힐링합니다 :) 

  ** 요때, 급식실에 내려가서 선생님들과 함께 친해지는 시간도 갖고, 식사를 하면서 상담실의 고충이나 일, 잘하고 있는 점들을 은근히 내비쳐요. 그 누구도 상담실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모르기에, 적당한 어필은 참 필요한 것 같아요. 


 PS. 가끔 너무너무 바쁘거나 사안이 막 터져서 급식 못 먹는 날이 있는데요.. 정말 밥 못 먹고 일한 날은 진짜 ........말로 표현할 수 없게 힘들어요. 그래서 어떤 일이 있어도 밥은 꼭 챙겨 먹으려고 해요. 




(6) [점심시간] 위클래스 개방, 또래상담자 교육, 각종 회의, 집단/개인상담, 행사 등등 


- 교사는 점심시간도 업무 시간에 포함인 거 아시죠? 진짜 점심시간이 엄청 바빠요;


- 위클래스 개방? 

 점심시간에 위클래스 문을 활짝 열어놓습니다. 저희 학교에서 "힐링타임"이라고 부르는 이 시간에는 아이들이 와서 보드게임도 하고, 간이심리검사도 해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지금은 코로나 시국이라서  오픈하지 못하지만 이 시간을 통해서 아이들이 위클래스랑 저와도 좀 더 친밀해지는 시간, 상담이나 위클래스 행사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보내지요. 

 * 때로는 담임선생님이나 또래상담 친구들이 어려움이 있는 친구를 힐링타임 시간에 데리고 와서 부담 없이 저랑 함께 이야기도 나누고 활동을 하기도 한답니다. 


-또래상담자 교육

 각 학교마다 또래상담자들이 있고(학기 초 모집) 주로 동아리 시간과 조인하여 교육하고 활동을 해요. 저희 학교에서는 동아리 시간은 한 달에 한 번 정도밖에 없어서 또래상담자들에게 추가 봉사활동 시간을 제공하고 매주 1회 점심시간에 모여 교육이나 활동을 하고 조를 나눠서 힐링타임 운영 시에도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각종 회의

 학교에는 위원회라는 것이 있어요. 학교마다 다르지만 저희 학교에서 저는 학교폭력위원회, 선도위원회, 위기관리 위원회, 학업중단 예방위원회를 들어가요. (아마 다른데도 소속되어 있을 수 있지만 지금은 이 정도만 기억이 나네요^^;) 위원회는 선생님들이 다 되는 시간에 해야 하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하면 시간 맞추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주로 점심시간이나 방과 후에 회의를 많이 합니다. 위원회 회의가 아니더라도 학년 회의나 부서 회의 등 제가 들어가는 회의들이 있는데 그때도 점심시간을 활용해서 많이 하는 편이에요. 


-집단상담 또는 개인상담 

 학생에 따라서 수업 시간에 상담을 받길 어려워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다른 친구의 시선이 신경 쓰여서, 수업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등 이유는 여러 가지이나 이런 친구들의 의견도 존중해요. 방과 후에도 상담을 하기도 하는데 요즘에는 학원에 간다고 아이들이 바빠서 점심시간에 상담을 진행할 때도 많이 있습니다^^ 



 점심시간은 이렇게 항상 바쁘답니다. 그리고 점심시간에도 교사들은 밖에 자유롭게 나가기가 어려워요;ㅋ 나가더라도 나이스를 통해서 근무 상황을 "외출"로 달고 나가야 한답니다. 제가 임용되었을 그때만 해도 좀 자유로운 편이었는데 최근에는 교육청 감사도 좀 더 많아졌고, 학교에서도 외출 시에는 반드시 보고하고 나가야 한다고 합니다^^; 




(7) [5,6교시] 상담 및 심리검사 


- 5,6교시도 상담이나 필요한 경우 심리검사를 진행합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행정업무와 회의, 자문이나 교육 등도 다 같이 하다 보니까 저는 하루에 상담이 4~5개가 넘어가면 너무 소진되고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만약에 점심시간이나 방과 후 상담이 있는 경우엔 5교시나 6교시 중 한 시간은 비워두고 밀린 업무를 하거나 조금은 쉬는 편이에요. 안타깝지만 그러지 못할 상황에는 풀로 에너지를 쓰게 됩니다.




(8) [방과 후] 하루 상담 정리, 회의, 교육 활동, 마무리 등 


- 방과 후도 점심시간만큼이나 매일 상황에 따라 다른데, 일단은 상담 일지 정리를 먼저 하는 편이에요. 오후 상담 때 적었던 내용을 바탕으로 상담 일지를 정리하고 파일을 이중 캐비닛(비밀 보장을 철저하게 하려고 캐비닛 안의 캐비닛에 또 넣어놔요)에 보관합니다. 검사를 실시한 날은 코딩을 한 후 해석해 놓아요.


- 학부모님이 함께 하셔야 하는 학교폭력위원회나 선도위원회의 경우에는 방과 후에 회의가 많은데요. 이러한 회의가 있는 날에는 회의에 참석하지요. 


자문 / 연계활동 / 학부모 상담을 이 시간에 많이 진행하기도 해요. 그날그날 상담했던 아이들 중 특별히 교사 자문을 드려야 하거나 학부모 상담이 필요한 경우 학생의 동의하에 연락을 드려서 자문과 상담을 진행합니다. 상담 연계를 해야 하는 경우에는 기관과 연락하여 담임교사와 협조하여 신청서를 작성해서 공문 처리를 하지요. 그리고 외부 연계한 아이들이 상담을 잘 받고 있는지 체크하기도 해요. 


교육 활동 : 방과 후엔 교사교육을 진행하기도 하는데요. 경기도는 특별히 교사를 위한 전문적 학습 공동체라는 제도가 있어요. 교사 전문성 향상을 위한 동아리 같은 느낌인데 상담실에서도 공동체를 하나 맡아 진행을 해요. MBTI, 그림책, 비폭력 대화 등 매년 다양한 주제로 교사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편입니다 :) 


-모든 일정이 끝난 후에는 청소/ 정리를 한 후 문을 잠그고 퇴근합니다 ♡





지금까지 주로 반복되는 제 일상을 공유해보았고요. 물론 다음과 같은 예외 상황도 있어요. 


1.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 모든 일정 올 스톱입니다. 우선적으로 위기 학생을 먼저 상담한 후 회의, 학부모 상담, 자문, 연계 등의 조치를 먼저 합니다. 이 경우 미리 일정을 맞춘 친구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시간을 조정해요. 


2.  외부강의 및 교내 교육/행사 때

- 종종 교육청이나 외부에서 강의가 있을 때나,  교내에서  학부모 교육 또는 외부강사 초빙한 프로그램이 있을 때도 일정이 좀 변동돼요. 특히 행사가 있는 경우에는 준비하는 시간이 꽤 걸리기에 행사 준비에 매진한답니다. 




여기까지 전문상담교사인 저의 하루 일과를 살펴보았어요. 


지금은 아기를 키우느라 어쩐지 좀 그리운 느낌도 드네요. 

돌아간다면 또 지금의 시간이 그립기도 하겠죠?


함께해 주셔서 감사드리며 

궁금하신 점은 언제나 댓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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