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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하는 쏘쏘엄마 Nov 09. 2021

학교상담 첫 시간 1 (상담 구조화 편)

안녕하세요! 현직 전문상담교사 쏘쏘엄마입니다 :) 


지금부터는 몇 주간 학교상담 첫 시간에 이루어지는 일들을 소개할 거예요. 

(이 과정들은 모든 상담의 첫 시간에 하는 것인데, 저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상담에 초점을 맞춰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중 첫 시간인, 오늘은 [학교 상담 구조화]와 관련된 내용을 들고 왔어요. 

구조화하니까 좀 용어가 낯선 분들도 계실 거 같은데요. 



상담 구조화란 
상담을 진행해 나가는데 필요한 구조적 형태를 
상담자가 주도적으로 만들어 가는 작업



[상담 구조화]란 "상담을 진행해 나가는데 필요한 구조적 형태를 상담자가 주도적으로 만들어 가는 작업"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답니다. ^^ 즉 상담이 무엇인지, 앞으로 우리의 상담에선 무엇을 하게 될 건지, 되고 안 되는 것은 뭔지, 우리가 지켜나갈 규칙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 전반적인 오리엔테이션을 해주는 거예요. 우리가 처음 대학에 가더라도 오리엔테이션!을 하면서 그 학교에 대해서 알아가고 적응할 준비를 하는 것과 같아요.  


본격적으로 상담을 하기 전에 구조화를 통해서 내담자는 이 상담이 어떻게 흘러가겠구나, 상담자와 내담자는 이런 역할을 하는구나, 비밀 보장은 이렇게 되는구나 등 상담에 대해서 예상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 예측 가능성은 내담자에게 안정감과 변화에 대한 희망을 안겨주지요 :) 


그래서 저는 정성 들여 첫 시간에 상담 구조화를 진행하는 편이에요! 


그러면, 제가 학교에서 [상담 구조화] 시간에 다루는 내용을 시작하겠습니다! 

(이제 막 상담교사가 되신 분들이나 초심 상담자님들께 도움이 위해 실제로 말하듯이 적어보도록 할게요)



* 아래가 저 쏘쏘 엄마가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구조화 양식이에요. 

 지금부터는 이 구조화 용지에 있는 내용들을 조금 더 세세하게 설명해 보도록 할게요 ^^ 



1. 상담이 무엇인가요? 


- 여러분 "상담" 하면 무엇이 떠오르세요? 내가 상담을 받으러 가면 어떤 기대가 있으신가요? 상담자야 상담에 대해서 배워왔기에 '상담'하면 바로 딱 무언가가 떠오를지 몰라도 우리 아이들은 그렇지 않아요. 담임교사와의 면담도, 친구와의 대화도, 심지어 훈계 받는 모든 상황들도 '상담'이라는 이름하에 이루어진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아이들에게 상담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주어야 해요. 그래야만이 "상담만 받으면 모든 것이 바로 다 괜찮아질 거야! 내 환경이 다 변할 거야"라며 지나치게 이상적인 기대를 해서 낙담할 일도, "아무도 날 어쩌지 못했는데 상담받는다고 뭐가 좋아지겠어?" 하며 무기력해질 일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어요.


- 즉, 구조화의 가장 중요한 목표 내담자가 상담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과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기대와 목표를 갖도록 돕는 것입니다. 핵심은 "상담에 대해 현실적인 설명해 주기 + 상담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기"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쏘쏘야, 상담이 뭐라고 생각해? (대답 듣기) 그렇구나. 선생님이 지금부터 우리가 하게 될 상담에 대해서 설명해 줄게. 엄청 중요한 거니까 잘 들어봐야 해. (종이를 보며) 사람은 누구나 어려운 순간이 있지? 쏘쏘 너도 어떤 어려움이 있으니까 상담실에 찾아온 걸 거야. 그래서 쏘쏘에게 힘든 게 있다면 그게 뭔지, 고민이 있다면 그게 무엇인지에 대해 같이 얘기를 나눠보면서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이 상담이라고 생각하면 돼. 그리고 더 나아가서 네가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상담의 큰 목표야. 


 그런데 이 과정에서 선생님이 너한테 단순히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며 조언이나 충고만을 주지는 않아. 네가 요청하면 줄 수 있지만, 선생님은 네가 스스로 변화할 수 있게 돕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 또 상담을 받는다고 해서 네가 처한 환경이 바뀌지는 않아. 어쩌면 네 환경은 그대로일 수 있어. 그런데 상담을 하다 보면은 환경이 변하지 않을지라도 네가 변하고 있음을 느끼게 될 거야. 상담을 하다 보면 같은 환경일지라도 네가 대처하는 방법이 달라지는 걸 느낄 거야. 네 속의 이야기를 꺼내놓다 보면은 생각지도 못한 해결책이 떠오르기도 해. 그리고 너의 생각이나 행동의 변화를 위해서 선생님은 계속 널 응원하고 도울 거야. 


 근데 선생님은 네가 얘기한 만큼만 도움을 줄 수가 있어. 선생님도 신이 아니기에 네가 얘기하지 않은 부분들을 다 알기가 어렵거든. 그래서 네가 너와 관련된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감정과 생각을 표현해 주었으면 좋겠어. 그만큼 네가 상담에서 더 도움을 받게 될 거니까. 그리고 이곳에서는 어떤 감정이나 말은 해도 되지만, 선생님에게 욕을 한다거나, 무언가를 던진다거나 하는 등의 폭력적인 행동은 절대로 해서는 안 돼. 그랬을 때는 상담을 지속하기가 힘들어질 수도 있어." 




2. 우리의 상담은 어떻게 진행이 될 것인가요? 


- 상담이 무엇인지, 상담자와 내담자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끝났다면, 다음으로는 우리의 상담이 어떻게 진행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얘기해 봅니다. 우리가 진행할 상담의 규칙을 정해보면서 상담자와 내담자가 지켜야 할 것들을 나눕니다. 이 과정은 내담자가 상담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게 해준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 앞으로 우리 상담이 어떻게 진행될 건지 설명해 줄게. 먼저, 다음 상담 시간은 우리 상담이 끝난 후에 너와 선생님이 같이 상의해서 결정할 거야. 그리고 같은 수업을 계속 빠지면 너에게 수업을 따라가는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으니까, 되도록이면 매주 다른 시간에 상담을 하는 것이 좋아. 


그리고 하다 보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짧으면 5번(또는 그 이내로) 길면 10번 정도 만나서 상담을 진행할 거야. 대부분 일주일에 한 번 만날 테지만, 시험기간이 있거나 다른 사정이 있으면 이주에 한 번 볼 수도 있고,  45분 동안 상담은 진행이 될 거야. 그런데 만약에 네가 상담을 더 길게 받아야 될 것 같은 상황이 생긴다면, 같이 상의하고 부모님의 동의하에 외부기관으로 연계해서 더 오래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도 있어. 이건 상담을 해 나가면서 우리가 함께 결정할 거야. 절대 선생님 혼자서 결정하지 않아." 


앞으로도 상담은 지금 여기로 오면 돼. 가능하다면 상담 시작 1~2분 전에 와서 기다려 준다면 좋을 거 같아.  


혹시 불가피한 사정이 생겨서 상담 시간을 변경해야 된다면, 최소 이틀 전에는 해줘야 바꿀 수 있어.  왜냐하면 매주 상담 시간이 빼곡히 잡혀 있기 때문에,  쏘쏘가 미리 알려줘야 다른 친구 시간과 바꿔볼 수 있거든. 만약에 네가 시간을 깜빡한 경우에는 그 주에는 상담을 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걸 꼭 기억해 줘. 그래서 어떤 친구들은 상담 시간을 기억하기 위해서 핸드폰에 적어놓기도 하고, 필통이나 책상에 시간을 적어 놓기도 하더라고. 만약 시간을 변경해야 된다면 방문하거나, 여기 위클래스 전화나 선생님 카카오 채널 채팅하기로 요청하면 돼.


그런데, 의도치 않게 선생님에게 갑자기 급한 회의나 일이 생길 수도 있어. 되도록이면 쏘쏘와의 상담 시간을 지키려고 노력할 거지만, 혹시나 불가피한 상황으로 당일에 취소가 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해해 줄 수 있을까? 그럴 땐 최대한 빠른 시간으로 다시 잡아서 상담을 하도록 할게. 




우리 상담이 끝나면 다음 시간을 잡을 텐데 만약 수업 시간 상담을 잡는다면, 반드시 쌤이 주는 ★상담일정 확인서에 상담하는 시간의 교과 담당 선생님께 사인을 받아 와야 해. 그래야 수업 인정이 되거든. 그리고 약속한 상담시간 외에는 상담실에 와도 선생님이 상담에서처럼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어. 다른 친구를 상담해야할 수도 있고, 행정업무를 해야하기 때문이야. 그래서 정말 급한 일이 아닌 이상 우리가 약속한 시간에만 상담실에 오면 좋겠어.


혹시 상담 진행과 관련해서 더 궁금한 점은 없을까? 앞으로 상담하면서 생기면 언제든지 물어봐"






3. 비밀 보장은 어떻게 하나요? 


비밀 보장에 대해서 안내하는 것은 구조화의 꽃이라고 할 만큼 매우 중요해요. 내담자에게 안전한 느낌을 줄 수 있고, 보다 편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해준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당연히 비밀은 보장될 거야. 그러니 이 공간에서만큼은 너의 속 이야기도, 너에게 일어난 그 어떤 일도 마음껏 털어놓아도 돼. 근데 선생님뿐 아니라 쏘쏘도 비밀을 지켜주는 것도 중요해. 혹시 쏘쏘가 밖에서 상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무심코 이야기했을 때 너에게 오해가 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거든."




4. 만약에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상담 내용을 물어보면 어떻게 해요? 


- 이 부분은 학교의 특수성으로 인해 구조화 시간에 중요하게 다뤄요. 정말 의도하지 않았는데 오해될 만한 상황이 생겨서 상담 진행이 어려워질 수 있거든요. 실제로도 아이를 상담할 때 거의 매번 일어나는 일이구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상담이 끝나고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쏘쏘에 대해서 상담 내용에 대해서 물어볼 수 있어. 그런데 아직 쏘쏘는 미성년자라서 법적인 보호자가 물어볼 경우에 선생님이 아무 얘기를 안 해줄 수는 없어. 그래서 선생님이 미리 너랑 약속을 할 거야.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일단은 일반적인 내용들, 예를 들어서 '쏘쏘는 친구 관계에서 고민이 있어요' '공부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힘들어해요'와 같은 네가 들고 온 주제들에 대해 말씀드릴 거야. 그리고 정보 외에 선생님이 너에 대해 들었던 느낌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있어.  다만 더 자세한 내용은 반드시 너에게 먼저 물어볼 거야. 절대 말하지 말라는 건 꼭 비밀 보장을 할 거야."




5. 비밀 보장의 예외 상황은요? 


- 상담에서 비밀 보장이 매우 중요하지만 비밀 보장이 안되는 경우가 있답니다. 이건 학교뿐 아니라 모든 상담에 해당이 되는데요. 이를 우리는 "비밀 보장의 예외 상황(비밀 보장의 한계)"이라고 합니다. 바로 법에 따라야 하는 상황이 생기거나, 내담자나 주변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입니다. 즉, 비밀을 지키는 것보다 안전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할 때 우리는 비밀 보장을 깨서 상담 내용을 공개하더라도 내담자의 안전을 보호해야 합니다.


 이는 상담자의 윤리이기도 한데요. 비밀 보장 예외 상황은 상담자 보호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안타깝지만  상담자가 상담 중 내담자의 자살 위험성을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막기 위해 가족에게 알리거나 적극적인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때, 내담자에게 발생한 일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며 법정 소송에 휘말리기도 합니다. 아동학대나 성폭력 등의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해야 하지요. 이것이 상담자의 의무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상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내담자에게 이 예외 상황을 반드시 알려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담자는 당연히 모든 내용이 비밀 보장이 될 거라고 여기고, 추후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상담자의 적극적인 조치를 받아들이기가 힘들어지거든요. 


 요약하자면, 비밀 보장의 한계를 미리 고지함으로써 내담자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내담자 뿐 아니라 상담자의 안전을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상담은 비밀 보장을 원칙으로 하지만, 비밀 보장이 예외 상황도 있어. 이 예외 상황은 쏘쏘가 절대 말하지 말아 달라고 해도, 비밀 보장을 깨서라도 너에게 즉각적인 도움을 주어야만 하는 것이야. 바로 해결해야 하는 심각한 문제가 있거나, 안전과 직결되는 주제들이 여기에 해당되는데 선생님이 설명해 줄게. 


 먼저 너 자신을 해치는 행동을 하거나 계획하는 걸 선생님이 알게 된 경우야. 예를 들어서 자살, 자해, 중독 등 너 스스로의 안전을 위협하는 경우지. 이럴 땐 비밀 보장을 깨더라도 너의 안전을 보장하도록 노력할 거야. 네가 안전한 게 무엇보다 선생님에겐 중요하거든. 심각한 학교 폭력을 당하고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야. 그리고 과거에나 지금 가족이나 누군가로부터 학대나 성폭력 등의 피해 경험이 있거나 목격했는데 아직도 그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면 선생님은 바로 개입해서 너를 도와주도록 할 거야. 이 모든 상황들에서 선생님은 전적으로 네 편에 서서 너를 도울 거야. 상담이 시작된 이 순간부터 선생님은 우리 쏘쏘 편이거든. 


 그런데 만약에 네가 다른 친구에게 폭력을 가하는 가해 행동을 하고 있거나, 누군가를 해치고자 하는 계획을 갖고 있을 때도 비밀 보장을 지킬 수가 없어. 거의 없는 일이지만 너에게 심각한 전염병이 있는데 외부엔 비밀로 하고 선생님만 알게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야. 왜냐하면 타인의 안전도 중요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일을 그냥 두었을 때 결국엔 네게 더 상처가 되고, 상황도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야. 


 마지막으로, 가끔 가다가 학교나 교육청, 법원에서 너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공문을 받게 될 경우에도 경우에 따라서 간략하게 우리 상담 내용을 공개할 수 있어. 그런데 대개 이런 일은 없고, 네가 법적으로 어떤 사건에 휘말렸다거나 하는 일이 있을 때 요청이 들어오기도 해. 만약에 이런 요청이 들어오면 되도록이면 너나 보호자와 먼저 상의를 한 후 내용을 전달할 거야."  




지금까지 학교 상담 첫 시간에 진행되는 과정 중 "구조화"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맨날 하던 건데 글로 쓰려니 뭔가 어색하기도 하고 기네요^^ 

써보니 긴거 같은데 실제로 말로 하면 10분도 안 걸리는?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아요^^;; 


참고로 이전 시리즈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전문상담교사입니다. 


아마 중고등학교에서는 충분히 이런 방식으로 구조화를 하셔도 무방하지만, 초등에 계시다면 아이들의 수준에 맞게 시각 자료를 활용한다거나, 단순하고 쉬운 용어로 설명하는 것이 더 필요해 보여요. 저도 시간이 된다면 아이들이 한눈에 볼 수 있게 시각자료를 만들어보려고 해요.^^ 



궁금하신 점은 댓글로 남겨주시면 다음 포스팅에 참고하거나, 댓글로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학교 상담에 관심을 가져 주시고 함께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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