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실업자의 생활

1. 길기만 한 어두운 밤

by Happyman
capture1.bmp


1. 길기만 한 어두운 밤

며칠 째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여러 번 뒤처거리기도 하면서 겨우 잠에 들어도 2시간 뒤에 또다시 깼다. 머리 안에는 여러 생각들이 들었다. 화도 나기도 하면서도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나 싶을 정도로 그 시간만큼은 정말 고통스럽다.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이것이 참 고통스럽다.
잠을 이루지 못하니 참 민감해지기 시작했다.
잘되겠지 나름 나를 위로하지만 위로보다는 힘듬이 더 밀려온다.
하나님이 큰 계획이 있으셔서 나를 단련시키시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다짐하지만 며칠 뒤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두려움이 찾아온다. 어느 때는 그저 그렇게 생각되면서도 어느 때는 그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 숨이 턱턱 막혀온다.
나라는 이 사람! 참 답이 없는 무능력한 사람!!
(어느 날 밤 14시 잠에서 깨어서 쓰게 된 짧은 글 한 토막)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당장 잠을 잘 수 없으니 병원에 가서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는 고통스러운 상황을 조금이나마 해결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병원을 가야 하나? 정신적인 문제인 듯싶어 집 근처에 있는 병원을 찾아보았다. 찾아보면서도 뭔가 이상한 기분, 정신질환자도 아닌데 꼭 이렇게 해야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잠이라도 편하게 잘 수 있으면 하는 바람으로 병원을 찾기 시작하였다. 평소에는 잘 알지 못했는데 집 근처에 참 많은 병원들이 있었고 특별히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도 제법 있었다.

내 삶 속에서 정신과 병원을 갈 줄이야? 내가 정신과 치료를 받을 줄이야?
처음 가본 정신과 병원은 참 낯설었다. 다른 병원과는 분위기 조차 달라 보였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정신과 병원과는 조금은 달랐지만, 차가운 냉기가 불어오는 듯한 으스스한 느낌이었다. 좀 이른 시간이었는지 아님 원래 찾아오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를 포함한 한 사람이 더 있었다. 내가 본 그 사람도 나와 같은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일 텐데 그 사람 조차 낯설어 보였다.

찾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제법 빨리 의사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난생처음 만나보는 정신과 의사 선생님은 어떤 모습일까? 차가운 사람일까? 아님 나를 잘 보듬어주는 따뜻한 사람일까?

아니나 다를까, 내 예상에 맞게 참 냉철한 의사였다.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기를 바랐는데 그런 사람은 절대 아닌 듯했다.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나오는 나쁜 의사 청명태와 같았다.

(의사의 무뚝뚝한 말투와 태도) 무슨 일로 오셨나요?
(의사를 눈치 보는 나) 네 제가 요즘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서 치료를 받고자 하는데, 요즘 들어 잠을 잘 수가 없어서요...
(한심스럽다는 말투) 약 처방해 드릴 테니 약 먹어보세요.(다음에는 오지 말라는 것 같음)
(무지 당황한 나) 이게 끝인 건가?

내 이야기를 들어줄 줄 알았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내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저 환자로서만 대하였고, 꼭 약을 판매하는 약장사 같았다.

약 처방을 받아 약을 구입하고 집에 오는 길... 이 세상 사람들은 왜 내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 할까? 나는 지금 정말 힘들고 어려운데, 이렇게 힘든 사람이 극단적인 선택을 만약 한다 해도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겠네.... 지금의 문제는 다른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오로지 나의 문제고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겠구나...

많이 서럽고 외롭다, 마음은 점점 힘들어져만 가는데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었다.
어떻게든 내 마음도, 나의 상황도 해결되기를 바라는데도 전혀 해결될 조짐도 보이지 않고 점점 내 마음에는 깊은 고민만 쌓여 저만 간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