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집

10. 노란집(박완서 지음/ 열림원)

by Happy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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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적부터 박완서 작가의 책을 많이 보았다. 어느 날 도서관에서 소설을 보려고 몇 권의 책을 고르고 있었는데 정말 우연히 박완서 작가의 책을 보게 되었다. 나목,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당시에 도서관에 있던 박완서의 작가의 책은 모두 읽었던 것 같다. 30년이 지난 지금 그 책들의 내용은 다 기억나지 않지만 책을 통해 전달되는 그 따뜻함과 공감 등이 아직도 내 마음에 남아있는 듯하다. 최근 들어 글을 쓰는 나로서는 어떻게 보면 어릴 적 읽었던 박완서 작가의 특유한 글솜씨가 나의 글에 스며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오랜만에 읽어보는 박완서 작가의 책은 무엇인가의 지식을 전달하는 것보다 공감되는 내용을 가지고 보다 따뜻하게 전달하는 그것들로 인하여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그것이 박완서 작가 책의 큰 매력인 것 같다.


P66) 부자가 되거나 권세를 잡거나 전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개인의 특별한 능력이듯이 행복해지는 것도 일종의 능력이다. 그리고 그 능력은 성공한 소수의 천부적 재능과는 달리 우리 모두의 보편적인 능력이다. 창조주는 우리가 행복하길 바라고 창조하셨고, 행복해할 수 있는 조건을 다 갖춰주셨다. 나이 먹어가면서 이를 실감하게 되는데 그것이 연륜이고 나잇값인가 보다.


스스로가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노력을 다하고 있고 그것이 곧 노후의 큰 자금이라는 것을 알기에 힘들고 어려워도 이겨내는 것 같다. 치열하게 사는 삶 그 가운데에 있는 나는 실제 정말 행복하게 살고 있는가라는 원초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건네 본다. 세상에는 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그분의 깊고 깊은 배려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다른 어떤 것에 쫓겨 제대로 그것들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하루하루 참 감사할 일일 텐데 나는 감사보다는 원망을 더 하면서 산다. 어떠한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하루하루 나에게 정해진 행복을 놓치고 사는지 모르겠다.


P72) 길은 사람의 다리가 낸 길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이 낸 길이기도 하다. 누군가 아주 친절한 사람들과 이 길을 공유하고 있고 소통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에 내가 그 길에서 느끼는 고독은 처절하지 않고 감미롭다.

일을 하고 있을 때 더욱 내 마음에 밀려오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고독이다. 혼자서 애쓰고 있는 것 같은 그런 고독 말이다. 어찌 보면 앞만 보고 달려가다 보니 함께 하는 이들을 보지 못하는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책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지금 가는 길에 대하여 함께하는 동료들에게 공유하고 소통하고자 노력한다면 그 가운데 힘이 솟아날 것이며, 고독보다는 함께하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 또한 함께 하는 이들도 그렇게 생각될 수 있도록 나의 권한만을 내세우기 앞서서 나의 길을 공유하고 그들과 친절하게 소통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 길은 절대 나 혼자 갈 수 없는 길이기에 함께하는 이들과 천천히 걷기를 노력해보고자 한다.


P83) 이윤 추구가 지상의 목적인 정보산업의 홍보 전략은 그것이 없으면 연애도 못하고 시대에도 뒤떨어질 것처럼 우리를 세뇌시키고 있지만 정말 시대를 앞서가려면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하는 대기업의 홍보 전략에 현혹되기 이전에 올바른 정신으로 자신의 선택권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나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하면 남들을 참 많이 눈치를 보며, 스스로의 선택권보다는 나보다 윗사람의 선택권에 따라가는 경향이 참 크다. 그래서 넘어지기도 참 많이 했고, 후회도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면 나를 소중하게 여길 줄 알았는데 도리어 따라오기만 하는 나를 무시하는 경향이 참 많았다. 지금에서야 드는 생각은 내가 왜 그렇게 살았을까라는 후회가 자주 들게 된다. 나름 그때는 참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나 자신을 토닷거렸는데 그게 정말 아니었나 싶다. 이제는 남들의 의견을 듣기는 하지만 가장 먼저 나의 선택권을 확보하고 존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이 남들에게 끌려다니지 않는 방법이며, 내가 이 세상에서 살 방법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내가 더 소중하고 충분히 존중받아야 존재이다.


P113) 우리 인생행로에도 U턴 지점 같은 게 있는 것 같다. 사십 대까지 앞만 보고 살았다.

30대까지만 해도 거침없이 앞만 보고 달린 듯하다. 정말 소소한 어려움은 있었어도 이번만큼 처절하게 힘든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어쩌다 실업자가 되어 몇 달간의 고통을 경험해보니 예전의 나의 삶이 너무 앞만 보고 달렸나라는 생각, 후회가 참 밀려왔다. 후회도 후회지만 기존 내 삶을 한 번 더 돌이켜보면서, 깊이 반성하는 시간들을 많이 가지게 되었다. 옆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 줄 이제야 알게 되었고, 아직도 부족한 사람이기에 조금 더 준비하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특별히 사명이라고 생각하여하던 일들을 정말 최선을 다하고자 했는데 그것이 바로 나의 욕심을 채우려고 했던 어리석은 일임을 알게 된 이후 이만저만 충격을 받게 되었고 그 이후 하던 일들에 한숨을 돌리며, 진심으로 사명을 감당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분이 나에게 이러한 유턴의 시간을 주셨던 것은 나를 사랑하셨기 때문이라는 점을 분명히 깨닫고, 예전처럼 그렇게 살지 않으리라 수천번 다짐을 해본다.


P116) 아름답지도 기능적이지도 않은 주제에 공간이나 많이 차지하는 옷장들은 필요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습관적으로 끼고 살던 것들이다. 그런 것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안 버린 것도 결코 미덕이 아니었다. 진작 버릴 마음을 가졌더라면 남들이 갖다가 이용할 수도 있었으련만 지금은 아무도 안 거들 거 볼 순전한 허접쓰레기였다.

물건을 사는 것은 신중하면서 버리는 것은 참 신중하지 못하고 섣불리 버리지 못하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래서 요즘 방송에서도 신박한 정리라는 코너가 나온 것 같다. 우리 집에도 참 짐이 많다. 버리려고 하는데 항상 고민 끝에 결국 버리지 못하고 다시 쟁겨놓은 것들이 수두룩하다.

실업자의 삶이 끝나고 벌써 2달이 넘어가는데 아직도 내 마음에는 허접쓰레기들이 가득 차있다. 그렇게 나에게 도움되지 못하는 것들인데도 내 마음 한편에 높이 높이 쟁겨놓는다. 제법 내가 그들을 통해 상처를 많이 받아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쌓여있는 쓰레기들이 참 많다. 그런데 그것들을 버려야 한다. 곰팡이 생기고 벌레가 많이 생기기 전에, 쌓여 놓은 쓰레기가 쓰러져 깔려 죽기 전에 하루빨리 버려야 한다. 그것이 내가 살 길이기 때문이다. 남들이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허접쓰레기를 버려야 한다.

P132) 자연이 놀랍고 아름다운 까닭은 목련이 쑥잎을 깔보지 않고, 도토리나무가 밤나무한테 주눅 들지 않고, 오직 타고난 천성을 완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데 있지 않을까.

그저 흘러가는 자연인데도 박완서 작가의 표현이 참 대단하게 느끼는 대목이다. 사실을 그대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작가가 직접 표현하는 대상이 되어서 하는 표현이 더더욱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P136) 할아버지는 왜 그렇게 나를 애지중지하셨을까. 그 생각만 하면 자신이 소중해진다. 그분이 사랑한 나의 좋은 점이 내 안에 지금도 살아 숨 쉬는 것처럼. 그건 삶이 비루해지려는 고비마다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 되었다.

나 또한 상처를 제법 받은 사람 중에 한 사람이었다.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표현할 때면 기억이 나는 것이 별로 없으며 특별히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표현할 때는 참 많이 애먹은 기억밖에는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자식을 키우는 지금에서야 돌이켜 보면 내가 비록 보지 못한 아버지의 사랑이 그때에는 분명히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하기 바쁘셨고 집안을 책임지셨던 아버지는 분명 자식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것에는 참 서투르셨다. 그때는 참 원망스러웠는데 이제야 생각해보면 서투른 그 사랑 가운데 남들과 못지않은 사랑이 있었음을 지금에서야 느끼게 된다. 한참 크고 있는 우리 자식들에게 혹여나 나처럼 그렇게 느끼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아빠는 일하는 사람, 늘 바쁜 사람, 선물 사주며 땡 하는 사람으로 여기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니 자식들에게도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우리 아버지도 이러한 상황에 놓여계셨겠구나 생각이 더더욱 들게 된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자식에게 사랑을 주신 것처럼 우리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해 사랑을 전해주리라 다짐을 해본다. 책에서 작가가 표현한 것처럼 내가 전해주는 사랑을 통해 아이들이 삶을 살면서 지탱해주는 힘이 될 수 있게 말이다.


P173) 제 힘으로 당당하게 걸어 내려오려면 올라갈 때 힘을 다 써버리지 말고 남겨놓아야 한다. 등산에 있어서만 아니라 권력이나 명예, 인기에 있어서도 오르막보다는 내리막에 품위 있기가 더 어렵다는 걸 전직 권력자들의 언행을 보면서 곰곰이 느끼데 되는 요즘이다.

마흔의 나이가 되다 보니 이제는 오를 때보다 내려갈 그날이 더 빨리 올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등산을 하게 되면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올 때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우리 인생도 그런 것 같다. 나도 언젠가는 내려올 날이 올 텐데 정말 품위 있게 내려오기를 기대해본다.

P189) 어떤 선생님은 입학원서 쓸 때 제자가 자기가 가라는 대학 말고 딴 대학을 가겠다고 하자 절대로 원서를 못 써주겠다고 우기다가 나중에 학부형까지 나서서 겨우 써주긴 했는데, 너 얼마나 잘 되나 내가 끝까지 지켜볼 테니 그런 줄 알라는 저주를 퍼붓더라는 것이다. 그게 그 어머니 가슴에 못이 되어 그 대학을 붙었는데도 그 후 조금이라도 안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그 악담이 생각나서 가슴이 내려앉는다고 했다.

나는 외부 공모사업(프로포절)에 제법 많이 선정되는 영광을 누리고 있다. 또한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책도 내고, 많은 분들에게 강의를 하기도 할 만큼 풍성한 혜택(?)을 누리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이런 일들을 할 때마다 내 마음 한편에는 두려움과 가슴이 내려앉을 정도의 마음이 슬금슬금 올라온다.

그때도 이 맘 때쯤이었던 것 같다. 밤새 열심히 작성하여 공모사업이 선정되어 적절한 칭찬을 해줄 주 알았는데 회사 대표는 나에게 비수 같은 상처의 말을 건넸다. “너는 정말 잘하는 줄 알아? 너 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 정말 많아?”

그때 들은 이야기가 아직도 내 마음에 남아있다. 열심히 해준 사람에게 칭찬과 격려 대신에 단지 무엇이 잘못된 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악담을 퍼부은 그것이 나를 힘들게만 했다. 어찌 보면 점점 콧대가 올라가는 나의 모습이 불편해서 극단의 처방으로 나에게 상처의 말을 건넬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말이 지금까지 생각나고 힘들게 하는 것은 제법 상처를 제대로 받은 듯하다.

어쩌다 어느 회사의 가장 높은 자리에 있게 되었다. 그럼 나는 예전 회사 대표처럼 직원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그런데 나 또한 과거 상처 받은 만큼 직원들에게 잠재한 믿음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일깨워주는 덕담이 아닌 말로, 행동으로 상처를 주고 있는 듯하다. ’ 배운 대로 똑같이 말하고 행동하는군....‘

사실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그래도 만나는 이들에게 진심 어린 덕담을 전하고자 노력할 예정이다. 아니 그렇게 할 것이다. 사실 나는 상대방의 무궁무진한 능력을 알 수 없지만 그것들이 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펼쳐질 수 있도록 진심 어린 덕담을 전할 것이다. 그것이 작은 회사일지라도 대표가 해야 할 최고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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