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흘러가는 물이 막혀 있을 때에
처음에 다짐한 것에 대해 한계를 느낄 때
이제 아침에 일어나 씻고 이른 출근을 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내가 언제 그렇게 힘들었나 싶을 정도로 아침 출근이 이제 완전 일상이 되고 말았고 그 전의 고통스러웠던 삶은 어느 정도 잊어버린 듯하다.
더더욱 내가 다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날마다 새롭고 기쁘다. 이제는 당당한 아빠가 될 수 있고, 든든한 남편이요 한 부모의 아들이 될 수 있어서 나는 날마다 기쁘다.
내 자신이 점점 초라하게 느껴지는 것이 나를 힘들게 할 뿐이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방 안에서 틀어박혀 의미 없는 일들을 반복해서 하는 내가 참 한심스러웠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은 것에 그저 기쁠 뿐이었다.
나는 다시 일을 하게 되었을 때에 몇 가지 다짐을 하였다. 너무 밑에까지 내려간 사람인지라 다짐한 것들이 곧 이루어지고 완성될 것이라는 분명한 확신이 나에게는 있었다. 첫 번째는 절대 분노하지 않으며 만나는 이들을 존중해야겠다! 두 번째는 사명을 가장해서 내 욕심을 채우는 사람이 되지 않겠다! 세 번째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소외된 이들을 돕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겠다! 네 번째는 절대 사람들에게 이끌려 다니지 않겠다!
정말 다짐이 정말 화려하고 확신이 꽉 차여있게 보이지 않는가?
나는 기도를 할 때도 이러한 것들을 수천번 반복해가며 내 마음에 단단히 심어놓기를 노력하였다. 이러한 다짐을 하루빨리 이루어나가고 싶었다. 그래서 그런지 하루빨리 취업을 하고 싶은 생각이 컸던 것 같다
아침의 기쁜 출근길이 아마도 이러한 생각들이 가득차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막상 새롭게 가게 된 회사에서 처음으로 나의 미션을 달성해야만 했다. 어떻게 보면 나의 다짐을 잘 완성 시켜나가게 하는 첫 시험대일지도 모르겠으나 어떻게든 이루어나가고자 날마다 노력을 다하고자 노력하였다.
그런데 그런 다짐을 실천을 해보고자 하니 맘 같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더더욱 옛날 습성들이 아직도 내 안에 있어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옛날 나의 나쁜 습성들과 말투가 툭툭 나오게 되어질 때면 나는 제법 많이 당황스러웠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회의와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나의 이야기를 먼저 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을 다했는데, 몹쓸 예전 습관대로 내 말이 먼저 불쑥 불쑥 나올때가 많았다. 먼저 존중하는 마음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려고 노력을 다하려고 하는데도 불쑥 불쑥 내 말이 먼저 나오고, 회의의 주도권을 내 쪽으로 끌고자 노력하는 내 모습이 참 안타까웠다.
언제는 또 이러다가 예전처럼 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최대한 나의 말을 줄이고자 했다. 하고자 하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올 상황이면 입으로 내 입을 막을 정도였다. 참 웃긴 상황일지 모르나 어떻게든 실천해보겠다는 나의 처절한 몸부림일지도 모르겠다.
흘러가는 물이 막혀 있을 때에
나를 힘들게 하는 몇몇의 사람들이 있었다. 앞에서도 입이 달토록 많이 이야기를 했었지만 정말 같은 세상에 살면서 어떻게 악할 수가 있을까라고 납득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들을 다소 용서하면서 흘려보내려고 노력하였는데 이것들도 맘같이 흘러가지 않았다. 길지는 않지만 짧게라도 잊으려고 노력할 때쯤 주변 사람들로부터 그들에 대한, 나를 힘들게 했던 그들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나는 다 잊어버린 일들이었는데 참 감사하게도 지인 때문에 또다시 그들이 생각이 나고, 그때 당시의 분노의 감정이 밀려오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그냥 땅 깊이 묻어놓았던 일들이었는데, 다시 겨울이 오기 전에 다시 꺼내먹는 김장김치 같았다.
모든 것이 회복되었다 착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예전과 다르게 조금 더 나아진 마음가짐으로 힘들었을 당시 나를 많이 위로해주고 격려해주었던 소중한 지인분들을 만나게 되었다. 만나기 전에 단단히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 이제 힘들지 않아요?!”
그런데 참 감사한 지인분들을 만날 때면 항상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이제 힘들지 않다고 말하는 과정 속에 또다시 날 힘들게 했던 것들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어서 그런 것 같았다. 날 힘들게 했던 그 사람을 이야기하고, 날 힘들게 했던 그 상황을 또다시 끄집어 내니 어쩔 수 없이 또다시 내가 힘들었던 것 같다.
아직까지 내 마음에는 그러한 상처들과 아픔이 있는 듯하다. 머릿속에 이제는 힘들지 않다고 신호를 보내는데, 찌꺼기 같은 몇 가지 것들을 계속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사람이 한순간에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 세상의 불분율이 이라고 하겠지만 이런 기초적인 것조차 나는 순간 바뀐 삶 때문인지 잊어버리고 있었다. 어쨌든 시간이 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냥 지나가는 시간 말고 하루하루 흘려보내는 연습 가운데 언젠가는 그 과거의 상처들이 나를 전혀 상관치 않게 하는 날이 올 것 임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