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위치에서 느껴지는 부담감
높은 위치에서 느껴지진 부담감
좀 더 높은 자리에서 일을 하게 되니 해야 할 일도 참 많고 알게 모르게 부담되는 일들이 참 많다. 나의 본질적인 일에 대한 생각보다는 나와 함께 하는 이들을 생각하는 것이 먼저이고 어떻게든 내가 속한 회사를 좀 더 나은 곳으로 이끌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나는 솔직히 마음이 여린 사람이며, 내 몸도 제대로 잘 이끌지 못하는 그런 사람인데 내가 누구를 끌어야 하고, 그들과 다른 입장과 역할을 항상 만들어야만 했다. 어느 누가 나를 향해 비방하는 것들이 아닌데도 내 마음에 어느새 들어온 답답한 그것들이 더더욱 나를 조여 오는 듯하다. 부족한 경험을 끄집어내며 억지로 끌고 가는 어리숙한 내 모습을 보면서 그저 한심스러울 따름이다.
정상에 올라온 것 같은데 아직도 그 정상은 보이지가 않는다.
왜 이리 막혀있는 벽들이 많은지, 왜 이리 100kg 돌을 양다리에 묶어 놓은 듯 한걸음 한걸음마다 무겁고 힘들기만 하다. 이렇게 고군분투하고 있는 나에게 조금이나마 용기와 힘을 줄만 한데 들여오는 바람의 소리는 그저 머물러 있기만 하고 정체되어 있는 나를 향해 비난의 소리이기만 하다.
이것들도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하는 것이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일하는 것들인데 줄곧 나만 지켜보고 있는 그들의 눈들이 참 부담스럽기만 하다. 왜 이리 그들의 시선이 부담되고 힘이 들까?
어쩌면 스스로가 당당하지 못해서는 아닐까 싶다. 내가 당당하고 옳다고 생각이 들면 내가 하고자 하는 일과 지금 걷고 있는 이 발걸음이 부끄럽지 않을 텐데...
또한 아마도 나 스스로가 다 해야 한다는 그런 마음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삶을 돌이켜보면 나 스스로 한 것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나의 경험과 힘으로 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나를 통해 이루어주셨다. 나를 그저 사용해주셨을 뿐 내가 힘써서 한 것들은 정말 없었다. 내가 하려고 하고 내가 이겨내려고 했을 때 실패의 쓴맛을 본 것이었고 주어진 일들에 최선을 다하고 구하고 찾으며 간절히 기도하였을 때에 이루어지는 모습을 제법 많이 보게 되었다. 나는 그렇게 잘난 놈이 아니다. 그렇게 문제를 보다 쉽게 풀어갈 힘이 있는 충분한 경력자도 아니다. 아직 어리고 부족함이 많은 사람인데 아직도 나는 나의 경험과 경력을 믿고 하려고 하는 그런 연약한 사람 중에 하나이다.
애쓴다고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잊지 않고 항상 겸손히 최선을 다했을 때 언젠가 이루어질 날이 있다는 것이다. 하는 것마다 다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싱거운 날들이겠는가? 실패도 해보면서 성장하는 것이 우리 삶의 진정한 기쁨이 아닐까 싶다.
사람의 시선에 그리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사람들의 판단의 일부는 겸허히 받아들이며 고치면 되겠지만 그들의 모든 판단에 맞혀갈 것은 아닌 것 같다. 내 시선으로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과 말이 이해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 나의 모든 행동과 말이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이해되는 것은 불가능할 뿐이다. 너무나 세상을 살면서 세상의 시선의 신경을 쓰고 살았는지 모른다. 과거에도 남들의 시선들에 따라가 살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가? 그들은 그저 섣부른 판단만 할 뿐이다. 나를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포장하지만 포장 속에 감추어진 날카로운 칼날 아니었는가? 나는 남들의 시선에 맞추기보다 나를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시선에 맞춰야 할 것이다.
어느새 새롭게 출발한 이 길이 4개월이 지나간다. 처음에는 이 세상 모든 것을 다 바꿔놓을 듯 한 마음이 정말 컸는데 어느새 꺾어진 내 자존심은 이젠 찾을 수도 없게 되었다. 그렇게 살지 않기로 수천번 다짐하고 결심을 했지만 예전과 같은 모습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동안 자기 답지 않게 살지 못해 얼마나 답답했을꼬? 나 스스로는 욕심과 참 교만한 사람 중에 한 사람이었다. 누구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아니고 단지 나를 위해 사는 그런 사람이었다. 다들 그렇게 산다고는 하지만 나는 몹쓸 죄를 지어가며 아직도 그 죄를 훌쩍 넘어가지 못한 채 무너지고 또 무너졌다.
이렇게 죄 많은 자를 사랑해주시고 나를 이끌어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이 얼마나 감사하고 죄송스러운지 모른다. 그렇게 살지 않겠다며 수 천 번 약속을 했는데 예전과 동일한 삶을 살고 있는 나 자신이 참 부끄럽다.
세상을 살면서 어느 정도의 부담감은 짊어지고 가는 것 같다. 그 부담감이 나의 세상을 더욱 힘들게 만들 것 같지만 부담감이 없다면 나는 엉뚱한 생각에 빠져, 원치 않는 다른 곳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만큼 나는 연약하고 부족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러한 부담감을 싫다고 내 던져버리거나 쓸데없는 것이라고 치부해버리는 것도 옳지 않은 것 같다. 어느 정도의 부담감을 짊어지는 것도 사람으로서 살만 한 것은 아닌가 싶다. 그러나 그 부담감이 담겨 있는 가방 안에 이런저런 쓸데없는 것들로 더욱 채워간다면 좀 더 나아가고자 하는 나의 앞길을 도리어 막아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