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끈을 끊어버리기
분노의 끈을 끊어버리기
사람들이 날 보면 참 인상 좋다는 이야기를 제법 많이 듣는 편이다. 누굴 해코지 할 만 사람은 절대 아니라고 하면서 나를 아주 선하게 보는 경향들이 있다. 그런데 사실 보기와 다르게 매우 민감하고 불의한 것에는 참지 못하는 못난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다.
집에서는 단 조용히 지내는 편이라 밖에서 매우 민감하게 행동하는 나의 모습을 볼 때 제법 아내 놀란다. 집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데, 아내 자신한테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데 밖에서는 그렇게 사는 모습이 참 낯설단다.
이런 모습이 언제부터 시작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 마음에는 항상 분노와 답답함이 있었고, 어떻게든 풀리지 않으면 음성으로나 몸짓으로 어떻게든 표현한 듯하다.
사실 누구를 무서워하겠는가? 그저 할 말은 해야 한다는 그런 생각 때문에 어느 누구든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혼자만 끙끙대고 살았으니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겠는가?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고, 딸린 식구들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 때문에 더욱 참고 참았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참다 참다 못 참겠으면 화장실에 가서 헛구역질을 수 백번 한 것 같고, 몸으로 증상이 와서 병원에서 누워있었던 적도 많았었다.
이 세상이 참 미웠고 어려웠다. 어떻게 보면 내 주변에 날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까라는 생각을 해볼 정도로 한때 힘들어하고 어려워했던 적이 많았었다. 지금도 그 갈등과 어려움 속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말이다.
마흔을 걷는 나로서는 이러한 어려움 등이 도리어 내가 살아가는데 어렵게 만들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이 되면 지금보다 낫겠지 라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어른이 된 지금에서도 상황은 다를지 모르나 똑같이 나를 힘들게 할 뿐이다.
사실 나는 많은 어려움 등이 생기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듯하다. 작은 어려움이 생기게 되면 며칠 아니 몇 달간 잊지 않고 되짚어 보는 경향이 있다. 쿨하게 넘어가지 못하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라고 생각하기 시작해서 점점 상대방을 증오하고 지옥으로 보내는 실수를 범하곤 했다.
일상이 그랬다.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맘에 들지 않으면 마음부터 갈등이 시작된다. 일찍 출근하는 길인데 차가 갈 수 없게 주차해버리신 차 주인님, 어제 먹던 커피를 주차장 안에 겸손히 올려놓으신 분, 운전 잘한다고 뽐내는 것처럼 이리저리 운전하는 사람, 그냥 지나쳐가도 될 일인데 클랙슨을 울리며 자신의 위대함을 표현하시는 분들 때문에 나는 아침부터 기분이 많이 상해있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무례한 말들과 행동 때문에 화가 나고 강아지 부리듯이 마구 사람을 대하는 상사들의 모습에 그리고 앞에서는 착한 척 잘하는 척하면서 뒤에서 내 이야기를 제대로 지르시는 그분들 때문에 평소 나를 싫어하고 경계하였는데 몇 사람의 이야기가 곧 진리고 맞는다고 생각하여 일반화시키는 무례한 그들 때문에 수백 번 화가 치밀어 오를 때가 있다.
10년 이상 내일처럼 참 최선을 다해왔는데, 참 매정하게 버려버리는 지난 그들의 행태, 자기 사람 아니고 내 눈에서 벗어났다고 어떻게든 내쫓아 내려고 노력했던 그들 때문에 내 삶 전체가 참 지옥 같았다.
집에서도 마차가지이다. 일 다녀왔는데 꼭 기다렸다는 식으로 무엇인가 해달라는 식구들의 말에... 바로 쓰레기통에 버리면 다 해결될 일을 질질 쓰레기를 흘려버리고... 힘들어 잠시 쉬고 싶은데 간절히 놀아달라고 부탁하는 자식들...
매번 그랬다. 아니 늘 그렇게 살아갔다. 화가 나면 화를 참으면서, 도저히 참지 못하면 끝장을 보는 듯하게 소리를 지르는 그런 사람이었다.
소리를 지르고 분노를 하면 내가 이긴 듯 한 느낌이 잠시 든다. 그런데 그 이후에도 뭔가 해결되지 않는 분노가 지속으로 남아있어서 내 목을 감싸 안았고, 내 마음을 심히 답답하게 만들었다.
분노는 곧 자기의 행동을 잠시 정당화시키는 것 같다. 자기의 실수는 완전히 잊어버린 채 그만큼 그들이 그렇게 한 것이 절대적으로 실수한 것이라고만 이야기를 한다.
분노는 지금의 어려움을 해결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점점 지금의 상황 등을 더욱 악화시키는 듯하다. 분노에 휩싸여 다른 것들 곧 진실된 것들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사실 보지 못 보는 것보다 안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분노는 내 마음과 삶 전체를 망가트린다. 사람과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고, 살고자 하는 마음보다 악의적인 마음으로 삶을 어찌 보면 살아가게 만드는 듯하다. 결국 분노는 나의 삶에 있어서 마이너스 일뿐이다.
마흔의 삶 아직도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