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일기

높은 자리에 서 있을 때

by Happyman
높은 자리에 서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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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직원으로 일하다가 어쩌다 팀장이 되고, 과장이 되었다. 그때만 해도 어쩌다 어느 부서의 대표가 되어보니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가장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사람과의 관계였다. 그들의 의견들을 다 받을만한 그릇이 아직 되지 않고 종지 만한 그릇으로 그들을 다 이해하려고 하니 하루하루마다 참 죽을 맛이었다.

함께 일하던 어느 직원은 나를 향해 “팀장은 되고 싶지 않아요!”라고 이야기를 건넨 적이 있다.

어느 정도의 경력을 가지고 있었던 직원이었는데 그리고 곧 팀장이라는 직함을 얻을 수 있었을 텐데 맘고생하는 나를 바라보면서 그런 생각이 생겨났을 것 같아 참 씁쓸하기만 했다.


어쩌다 직함을 얻었다.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아서 하루하루가 정말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윗사람들한테는 뭔가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했고 함께 하는 동료직원들을 다독이며 그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려야만 했다. 잘하면 “과장이 그 정도 해야지?”라며 칭찬 없이 당연하듯이 이야기를 하였고 잘 못하면 “과장이 능력이 없어서 말이야?”라며 더 호되게 이야기를 하곤 하였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니 참 난감할 뿐이었다. 윗사람은 단지 좋은 사람, 리더십이 있는 사람으로 표현하기 일쑤였고 단지 나만 못된 사람으로 낙인이 찍혀 정말 외롭고 힘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더더욱 점점 올라가기 두려웠고 멋진 직함을 얻고 싶지 않았다.


더더욱 예전 그들의 리더십을 보면서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기를 수 천 번 다짐하였다. 그러면서 배운 게 그것밖에 되지 않아서 내가 그런 사람이 될까 걱정도 함께 들기도 했다.


시간이 지난다고, 경력이 올라간다고 좀 더 직함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 다시 최고의 높은 자리에 올라서게 되었다. 다소 빠른 나이에 높은 직함을 얻은 것 같아 감사도 하지만 예전처럼 준비되지 않는 리더로 인하여 수많은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 싶어 이런저런 걱정이 들었다.


예전과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하루하루의 삶을 다시 되짚으면서 참 조심히 살고 있다. 어렵게 취업하게 된 이후로는 지금 이 자리에 감사함을 느끼며 겸손하게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존중하고 세우는 일에 더욱 집중하며 살았다.


벌써 7개월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조금만 더 있으면 1년이 지나가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예전 취업할 때와는 다른 모습이 요즘 들어 많이 나타난다.


내 시각으로 보았을 때 모든 것들이 맘에 들지 않아서 그런지 모든지 짜증이 부쩍 늘어난 것 같다. 누구한테 표현하는 것은 아니지만 맘에 들지 않는 것이 조금씩 흘러나와서 말투나 행동이 평소와 다르게 표현되고 있다.


사실 최고의 자리에 서게 되었을 때 나름 혜택들이 주어지지만 그만큼 무엇인가 이루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그런데 그런 성과들이 생각보다 잘 이루어지지 않으니 내 마음에 부담감과 짜증이 함께 표현되는 것 같다. 하고자 하는 일들은 정말 많고, 잘하는 모습 보여주고 싶은데 생각대로 되지 않으니 있는 그대로 표현되어지는 것 같다.


나 스스로가 모든 것을 한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내려놓아야 하며, 남들의 시선들에 대해 일일이 느끼지 않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이 든다. 일단 시간이 참 많이 필요하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당장 이루어지는 일들도 있었지만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때 하나씩 이루어진 것들을 분명 보았다. 여러 사람들의 시선과 판단들에 이렇게 저렇게 생각하지 말고 나름 가지고 페이스를 잘 유지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것 같다.

처음에는 많은 이들이 나를 높여주곤 했다. 내 평생에 그런 경험들이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 단맛에 흠뻑 빠져 있었다.


그런데 단맛이 다 빠져나갔을 때쯤 몇몇의 사람들이 냉철한 판단과 태도들을 표현하기 시작하였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곧 내가 그런 사람인 것처럼 참 쉽게 판단을 하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 모른다. 그들을 찾아가 일일이 답변을 하고 싶었지만 마음으로만 참고 또 참았었다.


등산을 즐겨하지는 않지만 정상을 가면 왜 사람들이 등산을 즐겨하는지 알게 된다. 정상을 가게 되었을 때 가장 좋았던 것은 널리 펼쳐진 그림 같은 장면 때문이다. 모든 것이 보인다. 땅에서는 높은 건물 때문에 보이지 않았었던 것들이 정상에서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모든 것이 한눈에 보인다. 정말 황홀하다.

6. 정상3.jpg

그런데 그 정상의 이면에는 떨어지면 죽을 수 있는 참 무서운 낭떠러지가 있다. 조금만 실수하면 그 낭떠러지에서 순간 넘어지거나 떨어지게 될 것이다. 정상의 기쁨의 취해서 실수하게 되면 넘어지듯이 보다 높은 자리에서 단지 취해 있으면 나 또한 순간 넘어지겠구나라는 생각이 문 듯 들었다.


높은 자리에서는 참 괜찮은 혜택들이 참 많다. 때론 동료직원들이 이렇게 저렇게 챙겨주기도 하지만 남들이 나를 높이 세워준다. 평소에는 나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는데 보다 높은 자리에 서면 나의 말을 듣는다. 듣는 건지는 잘 모르지만 내 말을 듣는 것 같다. 이러한 여러 가지 혜택에 취하다 보면 본인의 본 업무를 잊어버릴 때가 있다. 무엇보다 나도 모르게 교만해져서 나보다 낮다고 생각되는 사람의 말을 경청하지 않거나 흘려보내는 듯 한 태도를 보일 때가 있다.

또한 땅에서는 높이 서있는 산 정상들을 너무 쉽게 볼 수 있다. 그만큼 정상에 선 나에게 있어서 많은 이들이 보면서 판단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더욱 정상에 있었을 때 말이나 행동이나 각별히 조심해야겠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해보게 된다.


최근 들어 많이 힘들었던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생각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였다. 함께 협력하기보다는 이런저런 쓸 때 없는 이야기를 말하며 도리어 방해하는 그들의 모습에 한동안 화가 난 적이 있다. 너무 답답해서 그런지 과거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도 들 정도였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한층 높아진 나의 마음이었던 것을 이제야 조금 알게 되었다. 사람은 절대 변화지 않는 절대 진리를 잊은 채 어떻게든 내가 변화시키겠다는 과도한 욕심이 있었다. 그래서 생각과 다른 행동과 말을 하는 이들을 볼 때 과도하게 생각하고 화를 낸 것 같다. 더더욱 높은 자리에서 내가 무엇인가 해결할 수 있다는 교만함이 그런 상황에 놓여있게 만든 것 일수도 있다. 높아졌을 때 더욱 겸손해져야 하며, 남을 높이 세워주었을 때 더욱 낮아짐의 모습이 참 많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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