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숙이지 못한 이들
고개를 숙이지 못한 이들
내 집 앞에는 작은 텃밭이 있다. 봄철에 제법 많은 모종을 심었는데 이제야 열매들이 보인다. 몇 달간 이들의 모습을 보니 제법 감동스럽기만 하다.
모종을 땅에 심거나 씨를 심으면 단단하게 보이는 흙에서 나와 높이 높이 자라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모진 바람과 비가 오더라고 굳건히 서있는 그들의 모습이 참 대견스럽기만 하다.
그런데 이들도 고개를 숙일 때가 있다. 그것이 언제냐면 열매를 맺을 때이다. 그렇게 화려하게 보이던 꽃이 떨어지는 순간 열매가 생기고, 열매가 무럭무럭 자라날 때 높게 솟아오른 것들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인다. 이제 당신께 바칠 열매가 준비되었다며 좀 더 겸손한 모습처럼 말이다.
삶을 살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아직까지 내 삶이 여물어있지 않아서 그런지 만나는 이들의 삶이 참 안타깝게만 보인다. 미물의 식물들도 겸손의 몸짓을 보이는데 그렇지 못한 이들은 겸손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도리어 더 높이 세울 뿐이다.
최근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특별히 높은 위치에 서 계시는 분들을 만나게 되었다. 어느 이들은 그 자리에 감사하며 도리어 섬겨주시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제법 감동을 받곤 했다. 그리고 그런 섬기는 모습처럼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었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참 겸손치 못한 이들도 종종 만나보게 된다.
왜 이리 겸손하지 못한 지, 만나는 시간 내내 참 많이 불편했다. 어딘가에 큰 착각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자기가 정말 대단한 사람인 냥 상대방을 그저 내려다보는 그의 시선이 참 안타깝기만 했다.
그들이 말한 것처럼 정말 높은 자리에 서게 되면 모든 것을 다 아는 그런 능력자이며, 남들보다 비교하지 못할 만큼 잘하는 걸까?
그들의 무례한 말들과 행동들을 보면서 뭔가 착각 속에 깊이 빠져있는 듯 한 모습이 참 안타깝다. 이 세상은 존경할 만한 어른이 왜 없어 보일까? 어른이라는 큰 훈장을 다는 순간 사람들이 바뀌는 그들의 모습이 참 안쓰럽기만 하다. 내 말이 맞고 옳아요! 당신들이 틀렸다며 당황스럽게 하는 그의 모습이 멋져 보이기보다는 때론 초라하게만 보인다.
아마 어찌 보면 이 세상의 어른다운 어른이 없기 때문에 젊은 이들이 기성세대를 향해 불만을 토로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어른들은 젊은 세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기 보다는 자기 자리만 지키고 오로지 실속만 차리면서 단지 어른 대접만 받기를 바라는 어른들을 젊은 세대 어느 누가 좋아하겠는가?
그렇지만 옳은 소리 하고 싫은 소리를 한다고 꼰대 취급하는 젊은 세대들의 모습 또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며칠 간 참 무례한 어른들의 모습이 참 마음을 아프게 한다. 어찌 보면 그들의 모습이 곧 나의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도 함께하는 이들을 하나도 고려하지 않고 자기 의견만 줄곧 외치는 그런 꼰대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니 참 섬뜩하기만 하다.
어른이 되어갈수록 듣는 것을 가장 먼저로 하고, 말하는 것은 최대 줄이는 게 가장 지혜로운 삶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자기의 생각과 의견이 다르다고 하여도 일단 들어주고 맞장구 쳐주는 것 그리고 그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것 그것이 어른들에게 필요한 그리고 나에게 필요한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팔짱 끼고 듣는 그들의 모습, 말하는 사람 참 민망하게 말하는 도중 말을 끊고 자기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모습들, 다 아는 내용이라며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를 서스름 없이 이야기하는 모습들, 내가 더 높다며 낮은 이들을 어떻게든 숨죽이게 하는 이들, 하지 말아야 할 말들도 거르지 않고 그냥 뱉어 버리는 그들의 모습 하나하나가 참 불편하기만 하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그래도 나는 그렇지 말아야 한다. 나도 그런 이들의 모습이 없다고 할 수 없기에 조심조심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단지 무례한 사람들이 왜 이리 많아 라고만 불평하기보다는 내 삶 가운데 부족하고 연약하지만 그렇게 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그들보다 더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