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환한 미소
그의 환한 미소
며칠 동안 장애인 분들을 일일이 찾아뵈었다. 아직도 현장에서 15년 정도 일했는데도 만나는 그들의 모습이 참 낯설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그들을 만나러 갔다. 관리자로서 자리에 앉아 지시만 하는 것보다, 직접 현장에 가서 만나봐야 한다는 생각이 맞다고 봐서 나는 오늘 그분들을 만나 뵈러 간다.
어느 때보다 날씨가 참 뜨겁다. 숨이 턱 막힐듯한 기분이 들 정도니까.. 더욱 발걸음을 멈추게 할 법한데, 그분들을 어떻게든 만나야겠다는 생각 때문인지 발걸음이 참 가볍기만 하다.
만나고자 하는 이들의 집은 참 꼬불꼬불한 그곳에 있었다. 내비게이션을 킨 상태에서 꼬불꼬불 길을 몇 번이나 지나치면서 그분들을 찾아뵈러 간다.
오늘도 찾아뵙는 분은 몇 번이나 다시 돌아왔던 곳이기도 하다. 이른 아침에 전화를 드려도 그분은 항상 집 밖에 계셔서 도저히 얼굴을 뵙지 못했다. 오늘은 작정을 했다. 전화로서 들리는 그분의 목소리가 아니라 직접 그분을 뵐 생각이다.
오늘도 여전히 이른 아침 집에서 나오셨단다. 예전 같았다면 다음에 오겠다고 했을 법한데 오늘은 기다리겠다며 꼭 얼굴을 뵙고자 부탁을 드렸다.
지난 몇 번이나 돌려보낸 것이 미안하셨는지 잠시만 기다려보란다. 약 20분을 기다리는 그동안 핸드폰으로 들리는 목소리로 대충 어떻게 생겼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항상 술이 챈 듯한 목소리였기 때문에 기존 만났던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할 무렵 저 멀리서 차 한 대가 오더니 대상자 분 앞에 섰다. 여자 한분이 함께 내리시더니 몸이 불편한 그분이 내릴 수 있도록 매우 친절하게 차 문까지 열어주셨다.
아내인가 싶었는데, 이 분을 잘 알고 있는 이웃분이시란다. 집에 계속 있으면 계속 술도 먹고 건강도 점점 안 좋아지는 것 같아 며칠 전부터 일하는 곳으로 모시고 가서 일도 알려드리고 그러신단다. 정말 가족보다 더 많이 친절하게 대해 주시는 여자분의 친절함이 더더욱 내 마음을 울리게 했다.
이렇게 빡빡한 세상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그런 생각이 들 무렵 오늘 내가 만날 남자분을 보게 되었다. 사실 이 남자분을 처음 뵈었다. 전화 목소리로 들으면서 상상했던 그런 모습은 절대 아니었다. 몸이 불편해하시지만 나를 향해 계속 웃음을 지어주셨다. 도리어 그렇기 않는 분을 내 경험으로 판단하고 상상했던 나의 부족함이 너무나도 부끄러울 뿐이었다.
남자분을 만나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세상을 살면서 내 시각과 관점 그리고 경험으로 참 많이 판단하며 사는 것 같다는 생각 말이다. 세상을 살면서 정답은 없고 이렇게 저렇게 최선을 다해 살면 될 일을 너무나도 쉽게 판단하려고 하는 내 모습이 너무나도 부끄럽기만 했다.
최근 많은 일들로 인해 맘고생을 제법 했다. 나만 힘들다는 생각 때문인지 하루하루가 힘들 무렵.. 오늘 한 남자분을 만나면서, 연세가 많으시고 장애가 있는 그분의 미소를 보면서 다시 한번 부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분의 속사정까지는 잘 모르지만 내가 본 그분은 건강과 함께 시원치 않는 환경이고 사정이 있으시겠지만 미소만큼은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살고 계시는 모습을 보면서 도리어 내 모습이 참 부끄럽기만 했다.
나는 최근 몇 가지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얼마나 맘고생을 했는지 모른다. 나만 이런 일들이 생기는 것 같아 내 인생을 탓하며 점점 나의 마음을 힘들게만 했다. 오늘 만난 그분은 한 평생 아니 오랫동안 장애라는 어려움을 겪고 계심에도 불구하고 웃음과 미소를 잃지 않으셨는데 나는 그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은 어려움을 가진 사람인데도 이 세상에서 제일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포기하듯이 살아왔던 내 모습이 참 많이 부끄럽다.
또한 이런 내가 누구를 돕고자 했던 것이 부끄러웠고 도리어 그분 때문에 용기를 얻게 되었다.
어찌 보면 오늘 그분을 만난 것도 어찌 보면 하늘에서 계획한 일들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나를 한 분을 통해 깨닫게 해 주신 은혜로운 날이었다.
하나도 변화되지 않고 여전히 힘든 것처럼 느껴져도 그분이 잃지 않았던 미소처럼 나 또한 잃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일은 또다시 해가 뜬다!’